[대통령 친인척 비리 수사로 본 레임덕]
‘MB 레임덕시계’ 가장 빨리 돈다
2011-12-16 오후 12:37:24 게재

역대 대통령 집권 5년차 이후 아들·형 구속
MB는 4년차에 본격 시작 … 청와대 '곤혹'

대통령 친인척 비리 사건은 레임덕(권력누수)의 잣대다. 검찰이 인사권자인 현직 대통령과 가까운 친인척에 칼을 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레임덕을 의미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요즘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친인척 이름이 거론되고 있어서다. 

16일 청와대와 검찰에 따르면 제일저축은행 유동천(71·구속) 회장이 이 대통령의 손위 동서 황태섭(74)씨를 고문으로 위촉해 수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대통령 처사촌 김재홍(72)씨도 퇴출저지 로비명목으로 유 회장으로부터 4억2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대통령 직계는 아니지만 가까운 친인척 2명이 같은 권력형 비리사건에 연루된 것이다. 

청와대가 더욱 곤혹스러워하는 것은 대통령 친형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 박배수 사건이다. 박 보좌관은 이국철 SLS그룹 회장과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7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박씨가 구속되자 최근까지 '무소속 출마 불사'를 공언했던 이 의원은 전격적으로 불출마를 선언했다. 청와대는 검찰수사의 칼끝이 대통령 친형을 직접 겨냥할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역대 대통령들은 임기말 어김없이 친인척비리에 시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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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대통령 임기 5년차인 1997년 한보게이트로 차남 김현철씨가 구속됐다. 당시 청와대에 근무했던 인사들에 따르면 현철씨 구속 후 YS는 거의 '식물대통령' 상태였다고 한다. 경제철학 부재에 차남 구속으로 인한 리더십 상실이 겹치면서 YS는 IMF 외환위기를 맞게 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두 아들 김홍업, 김홍걸씨도 임기 5년차인 2002년 구속됐다. 이른바 '홍삼게이트'는 그해 민주당의 지방선거 패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 수사는 퇴임 후 이뤄졌다. 2009년 친형 노건평씨가 구속됐고, 권양숙 여사까지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노 대통령은 '죽음'이라는 비극적 최후를 선택했다.

이 대통령의 친인척들도 비슷한 길로 가고 있다. 다만 친인척비리 수사라는 시점에서 보면 '레임덕 시계'는 더 빨라지고 있다. 역대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는 모두 집권 5년차 이후에 불거진 반면, 이 대통령의 경우는 집권 4년차에 봇물이 터지고 있다. "내 임기중 친인척 비리는 없다"고 자신했던 이 대통령으로선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스테이트크래프트(statecraft, 치국경륜)와 관련된 책을 낸 원로 정치인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은 "조선왕조도 왕의 형제들이 권한을 함부로 쓰지 못하도록 제도적으로 막았다"며 "누가 걸리든 엄벌에 처해 대통령 친인척비리라는 부끄러운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홍식 기자 hss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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