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72386&PAGE_CD=N0120

막돼먹은 MBC, 시청률 하락에 '기사 도둑질'까지?
[取중眞담] <오마이뉴스> 'BBK 가짜편지' 보도사진 무단-변조 사용
11.12.19 10:41 ㅣ최종 업데이트 11.12.19 10:47  김당 (dangk)

▲ 취재현장에서의 배척과 시청률 하락 등 MBC의 위기 상황을 전한 <기자협회보> 12월 14일자. ⓒ 기자협회보 인터넷판
한때 공영방송 MBC를 'MB씨'라고 놀린 적이 있습니다. MBC에 MB(이명박) 대선 캠프 출신 사장이 임명된 이후 'MB씨 방송'이 되었다는 비판이었습니다. 요즘 MBC가 그렇습니다. 한국기자협회에서 발행하는 <기자협회보> 최근호(12월 14일자)에 따르면, MBC 내부 사정이 말이 아닙니다.
 
"입사 이후 처음으로 내가 MBC 기자라는 사실이 부끄럽다."
 
<기자협회보>가 'MBC 보도국 부글부글 끓는다'라는 제목으로 보도한 1면 머리기사의 리드입니다. 기자협회보는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꾸준히 제기된 MBC 뉴스의 연성화와 정권편향에 대한 비판이 한미FTA 보도로 극에 달하고 급기야 시민들의 취재 거부로까지 이어지면서 MBC 뉴스를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문제제기가 보도국 내부로부터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면서 "MBC 보도국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내가 MBC 기자라는 게 부끄럽다"... '부글부글' 끓고 있는 MBC 보도국
 
저간의 사정을 보면 그럴 만도 합니다. 한미FTA 비준안이 통과된 지난 11월 22일, MBC '뉴스데스크'는 반FTA 집회 소식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집회 현장에는 MBC 취재기자 5명, 카메라기자 3명이 있었지만 정작 뉴스에선 현장 소식을 접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서울 광화문에서 대규모 반FTA 집회가 열린 26일에도 '뉴스데스크'는 집회 소식 대신 스키장 개장 소식을 톱뉴스로 전했습니다.
 
또 "김선동 의원의 최루탄 사건은 크게 보도하면서 한나라당의 '날치기'는 비판하지 않았고, 종로경찰서장 폭행 논란을 이틀 연속 보도하면서도 경찰의 '물대포'는 한 번도 문제 삼지 않았다"는 것이 기자협회보의 분석입니다.
 
그 때문에 사회적 관계망 서비스(SNS)에는 MBC에 대한 비난 글이 쏟아졌고, 급기야는 얼마 전에 반FTA 집회현장을 취재하던 MBC 취재진이 현장에서 쫓겨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동안 계속된 MBC의 친정부적인 보도행태에 대한 시민들의 누적된 불만이 폭발한 것입니다.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문 때만 해도 협상의 문제점과 촛불시위를 보도해 시민들의 지지를 받던 MBC 취재진이 이젠 배척의 대상이 된 것입니다.
 
MBC의 위기는 뉴스 시청률의 하락세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최근 MBC '뉴스데스크'는 KBS는 물론, SBS에 밀리며 꼴찌로 내려앉았습니다. 특히 전국 시청률에서 MBC는 지난 2주간 단 한 번도 한 자릿수를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문제는 이것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시청률조사기관 TNmS에 따르면, 지난 2010년 12월부터 1년간 방송3사 뉴스 시청률은 KBS 18.4%, SBS 9.5%, MBC 7.8%로 올 들어서 MBC가 3위로 고착화되어 가는 분위기라는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최근 MBC의 쇄신을 주장하는 MBC 기자들의 성명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습니다. 기자협회보에 따르면, 13년차 기자에서부터 1년차 신입 기자에 이르기까지 기자회 기수별 성명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들은 "현장 기자들이 더 이상 MBC 기자로서 자긍심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서 "작금의 상황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보도국장을 비롯한 지도부에게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MBC의 '도덕 불감증' 보여주는 기사 무단 사용
 
▲ BBK 김경준씨의 옥중고소 사건을 전하는 MBC.(왼쪽 위) 이 보도에서 오마이뉴스 보도사진을 무단 사용했다.(왼쪽 아래와 오른쪽 위) 오른쪽 아래 사진이 <오마이뉴스>가 찍은 사진 원본 ⓒ MBC 화면 캡쳐/오마이뉴스

이런 상황에서 MBC 취재-편집진의 도덕 불감증을 보여주는 사례가 또 하나 늘었습니다. MBC는 지난 16일 밤 9시 '뉴스데스크'에서 '박영회 기자의 단독 보도'라고 전제하고, "BBK 사건의 핵심인물 김경준씨가, 기획입국설의 근거가 됐던 가짜 편지의 작성자들을 검찰에 고소했다"면서 "이 가짜 편지 사건에 여권 핵심인사들과 대통령의 손윗동서까지 개입됐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어서 검찰이 재수사에 들어가면 적잖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사실 언론계에서 이런 보도는 '빠른 보도'일 뿐이지 특종은 아닙니다. 그래서 다른 언론에서도 김경준씨 고소 건을 MBC를 인용해 보도하지는 않았습니다. 검찰 출입기자가 검찰에 전화 한 통만 하면 금방 사실여부를 확인해 속보를 쓸 수 있으니까요. 실제로 일간지 등 대다수 언론은 김경준씨의 고소 사실을 확인해 16일 밤부터 다음날 아침에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오마이뉴스>는 16일 밤에 MBC를 인용 보도했습니다. 사실 다른 언론에서도 고소 사실을 확인해 속보를 썼기 때문에 굳이 MBC 보도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오보'의 위험부담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검찰 출입기자가 없는 상황에서 야심한 밤에 검찰에서 사실을 확인하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가장 먼저 사실을 확인한 MBC의 보도를 인용한 것입니다. 그게 우리가 아는 언론과 기사 쓰기의 상식입니다.
 
사실 김경준씨의 명예훼손 고소 사건은 고소 자체가 중요한 건 아닙니다. 그보다는 명예훼손 여부를 판단하려면 그에 앞서 가짜편지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가려야 하고 그렇게 하려면 자연스레 '대통령의 손윗동서까지 개입됐다는 의혹'을 수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의 손윗동서인 신기옥씨(경북적십자사 회장)의 개입 의혹은 <오마이뉴스>가 신씨의 실명을 거론하며 단독 보도한 것입니다. (관련 기사: MB 친인척도 '김경준 입국 가짜편지' 관여했나, 손윗동서 신기옥 회장 "김병진 총장이 잘 안다")
 
이 보도가 나가기 전에 김경준씨의 감방동기인 신경화씨의 동생 신명씨(치과의사)는 지난 10월부터 <오마이뉴스>와 3회에 걸쳐 5시간 동안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신명씨는 김경준씨 '기획입국설'을 뒷받침하는 데 이용된 "나의 동지 경준에게"로 시작하는 편지가 감옥에 있는 형이 아닌 자신이 쓴 것임을 입증하는 서류와 문건을 한 보따리 들고 지난 10월 10일 오마이뉴스 사무실을 찾아온 것을 시작으로 세 번 인터뷰를 했습니다.
 
<오마이뉴스> 특별취재팀(김당·오연호·황방열 기자)은 당일 신명씨를 인터뷰하면서 인터뷰 장면을 기본으로 해서 신명씨 얼굴 사진, BBK 김경준 기획입국 가짜편지 사건 은폐와 관련된 5장의 '지시 문건'을 담은 사진 등을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을 했습니다. '가짜 편지'를 쓴 신명씨에게 검찰 수사 대처법 등을 지시한 문건 등은 <오마이뉴스>에만 공개했습니다. 신씨는 그날 자신의 옆모습이 찍힌 사진은 안경을 벗고, 정면 사진은 안경을 끼고 촬영에 응했습니다. (관련 기사: MB당선 위해 쓴 가짜편지, "배후를 은폐하라")
 
그런데 MBC는 16일 밤 '뉴스데스크'를 시작으로 해서 다음날에도 정시 뉴스 때마다 김경준씨 고소 사건을 보도하면서 오마이뉴스의 허락을 구하지 않고 관련 보도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변조해 사용했습니다.
 
이를테면 MBC는 <오마이뉴스> 특별취재팀의 얼굴을 뿌옇게 하거나, 그 사진 안에 신기옥씨 얼굴(작은 사진)을 넣거나 하는 방식으로 <오마이뉴스> 보도사진을 변조해 사용했습니다. 또 <오마이뉴스>가 확보한 5장의 '지시 문건'을 담은 사진을 무단 사용하거나 그 사진 안에 신명씨 얼굴(작은 사진)을 넣는 식으로 변조해 사용했습니다.
 
물론 MBC측은 <오마이뉴스> 기사(사진)를 무단 사용하거나 변조해 사용하면서 <오마이뉴스>측에 사전 허락은 물론 어떤 양해도 구하지 않았습니다. 요즘은 이름 없는 영세한 인터넷 매체들도 이런 짓은 안 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시청률이 추락하는 급박한 위기에 빠졌다고 하더라도, MBC 같은 거대한 공영방송사가 이렇게 백주대낮에 '기사 도둑질'을 해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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