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773141.html

부산 도심선 ‘20만 촛불’ 사상 최대 집회
등록 :2016-12-03 22:36수정 :2016-12-03 22:55

주최쪽 추산…경찰은 2만여명 집계 
국민발 ‘대통령 긴급 체포영장’ 발부

3일 부산 부산진구 쥬디스태화백화점에서 출발해 남구 문현동 문현교차로까지 거리행진을 한 시민들 모습. 부산지방경찰청 제공
3일 부산 부산진구 쥬디스태화백화점에서 출발해 남구 문현동 문현교차로까지 거리행진을 한 시민들 모습. 부산지방경찰청 제공

‘반역자’, ‘범죄자’, ‘헌법 파괴’, ‘그냥 나가’….

3일 오후 4시께 부산 부산진구 쥬디스태화백화점 근처에는 청년 3~4명이 시민들을 상대로 ‘박근혜 대통령 긴급 체포영장’ 발부 서명을 받았다. 이날 이곳에서 열리는 ‘박근혜 퇴진 부산 시국집회’에 참가하는 시민들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각자 박 대통령의 체포 이유를 작성했다. “국정 농단은 물론이고, 우리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빼앗았다”, “아이들 보기에 부끄럽지 않은가”, “양심이 있으면 하야하라” 등 날 선 비판이 적힌 박 대통령의 체포 이유가 게시판에 붙어 있었다.

바로 근처에는 부산 청년들로 꾸려진 한 밴드가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촉구하는 ‘하야송’을 노래했다. 시민들은 하야송을 따라부르며 ‘박근혜 퇴진’ 손팻말을 높이 들어 올렸다. 뒤편 길에서는 부산의 9개 대학교수들이 ‘부산지역 교수·연구자 시국대회’를 열었다. 남송우 부경대 교수(국어국문과)는 “세월호에서 300여명의 아이를 수장시킨 그 사람, 이름도 말하기 싫은 그 사람, 이번 촛불집회로 이제 그만 (대통령직에서) 내려왔으면 한다. 즉각 퇴진하라”고 말했다. 이어 교수들은 시국 성명을 통해 “박 대통령을 역사의 심판을 받게 할 것이다. 박 대통령은 꼼수 정치 그만하고 조건 없이 퇴진하라. 새누리당도 아무것도 하지 말고 해체하라”고 촉구했다.

3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쥬디스태화백화점 근처에 있던 ‘국민이 발부하는 박 대통령 체포영장’의 모습. 김영동 기자
3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쥬디스태화백화점 근처에 있던 ‘국민이 발부하는 박 대통령 체포영장’의 모습. 김영동 기자

한 손에는 ‘박근혜 퇴진’ 손팻말을, 다른 손에는 발광 다이오드(LED) 촛불을 손에 든 시민들이 이곳으로 속속 모여들었다. 두 아이를 데리고 시국집회에 참여한 전아무개(42)씨는 “초등학교에 다리는 딸이 친구한테서 “촛불집회에 나가봤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의 3차 담화를 보고 책임을 피하는 모습이 가증스러워 화가 나 있었는데, 촛불집회에 나가고 싶다는 딸의 말에 아내와 함께 왔다”고 말했다.

오후 6시께 시민들은 서면교차로에서 부산역 방향으로 7개 차로 가운데 5개 차로에 다닥다닥 붙어 앉았다. 곧이어 시국집회를 시작하면서, 주최 쪽은 7만여명이 모였다고 했다. 시민들은 도로에 설치된 4대의 대형 모니터와 대형 스피커에서 박 대통령을 규탄하는 연설을 들으며 박수를 쳤다. 집회 도중 교복을 입은 학생, 아이를 안은 부모, 손을 잡은 노부부, 전동 휠체어를 탄 장애인, 데이트하던 젊은 커플 등 시민들이 더 모여들었다. 주최 쪽 사회자가 “서면교차로에서 광무교까지 사람들이 꽉 찼다. 15만명이 모였다”고 하자, 시민들은 함성을 질렀다.

고등학생 심아무개(17)양이 자유발언에 나섰다. 심양은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기말고사 직전인데, 너무 답답해 이곳에 왔다. 국민이 준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른 박 대통령이 뻔뻔하게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힘들겠지만, 촛불집회는 이어가야 한다. 박 대통령이 하야할 때까지, 끝까지 함께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심양의 발언에 찬성하는 뜻으로 함성을 지르거나 촛불을 흔들었다. 시민들은 계속 모였다. 주최 쪽은 부산 집회 사상 최대인 20만명이 모였다고 했고, 경찰은 2만여명이라고 추산했다.

3일 부산 부산진구 쥬디스태화백화점 앞 도로를 꽉 채운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즉시 퇴진 촉구 집회를 열고 있다. 김영동 기자
3일 부산 부산진구 쥬디스태화백화점 앞 도로를 꽉 채운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즉시 퇴진 촉구 집회를 열고 있다. 김영동 기자

저녁 7시50분께 집회가 끝나자 시민들은 거리행진에 나섰다. 절반의 시민은 쥬디스태화백화점에서 출발해 엔시백화점, 부산도시철도 2호선 전포역을 지나 문현교차로 쪽으로 향했다. 나머지 절반의 시민은 쥬디스태화백화점에서 광무교, 범내골 교차로, 부산도시철도 1호선 범일역을 거쳐 문현교차로로 갔다. 횃불을 든 시민들이 선두로 나섰다.

<들국화>의 대표곡 중의 하나인 ‘행진’의 가사를 고쳐 “퇴진~퇴진~퇴진~하는 거야”를 노래하며 거리 행진한 시민들은 문현교차로에 도착한 뒤 밤 9시20분께 집회를 마쳤다. 여섯 번째 박근혜 퇴진 부산 시국집회는 다음 주 토요일인 10일 열릴 예정이다. 

부산/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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