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v.media.daum.net/v/20170223044219534

지구 떠나야 한다면 우린 어디로?
임소형 입력 2017.02.23 04:42 

태양계보다 수명 긴 미니 태양계 찾았다
39광년 거리…제2 지구 후보 7개나 품어
태양 10분의 1 크기 별 주위를 지구와 질량ㆍ크기 비슷한 행성들 공전

표면 온도 낮아 물 액체로 존재할 가능성 커

인류는 지구에서 얼마나 살 수 있을까. 누구나 한번쯤 품어봤을 의문이다. 태양이나 지구가 사라진 이후를 대비하기 위한 과학자들의 해결책은 어린이의 상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주를 떠돌 수 있는 ‘생존캡슐’을 만들든지 지구를 닮은 다른 행성으로 ‘이사’ 가야 한다는 것. 생존캡슐이 영구적일 수 없다면 아예 이사를 가는 게 낫지 않을까. 22일(현지시간) 영국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소개된 연구결과가 이런 상상에 힘을 보태고 있다.

벨기에와 영국,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스위스 등의 천문학자들로 구성된 국제공동 연구진은 칠레와 모로코, 미국, 스페인,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설치돼 있는 거대 지상망원경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스피처 우주망원경으로 태양계 바깥을 관측하다 태양계와 꼭 닮은 행성계를 발견했다. 태양계에서 태양(별) 주변을 지구를 포함한 8개 행성이 돌고 있는 것처럼 이 행성계에서도 하나의 별(TRAPPIST-1) 주위를 7개 행성이 공전하고 있다. 마치 ‘미니 태양계’ 같다.

미국과 유럽 과학자들이 발견한 태양계 밖 ‘미니 태양계’의 구성도. 가장 큰 별(TRAPPIST-1)을 중심으로 지구만한 행성 7개가 공전하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 캘리포니아공대 제공
미국과 유럽 과학자들이 발견한 태양계 밖 ‘미니 태양계’의 구성도. 가장 큰 별(TRAPPIST-1)을 중심으로 지구만한 행성 7개가 공전하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 캘리포니아공대 제공

미국과 유럽 과학자들이 발견한 태양계 밖 ‘미니 태양계’의 중심별(붉은색 잘린 원)과 7개 행성들. 행성들의 크기와 질량이 지구와 비슷하다. 미국 항공우주국, 캘리포니아공대 제공
미국과 유럽 과학자들이 발견한 태양계 밖 ‘미니 태양계’의 중심별(붉은색 잘린 원)과 7개 행성들. 행성들의 크기와 질량이 지구와 비슷하다. 미국 항공우주국, 캘리포니아공대 제공

흥미로운 사실은 7개 행성 모두 지구와 크기랑 질량이 비슷하다는 점이다. 이들의 표면 온도도 인류 생존의 필수 요건인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는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 지구와 크기, 질량, 표면 온도 등이 비슷해 생명체가 살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외계행성은 지금까지 20개 가까이 발견됐다. 하지만 7개나 되는 행성들이 함께 별 주위를 공전하는 ‘미니 태양계’에 속한 ‘제2의 지구’ 후보들을 찾아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 행성은 TRAPPIST-1 주위를 1.5일~20일만에 한 바퀴씩 돌고 있다. 공전 주기가 태양계 행성들보다 훨씬 짧다. 태양과 가장 가까운 수성의 공전 주기가 88일이다. 그만큼 TRAPPIST-1 행성계에선 중심별인 TRAPPIST-1과 행성 간 거리가 가깝다는 얘기다. 태양계로 치면 태양과 수성 사이에 7개 행성이 모두 몰려 있는 셈이다. 중심별에 그렇게 가까이 있는 행성들이 어떻게 물이 액체로 존재할 만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을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중심별이 차갑기 때문이다. TRAPPIST-1은 표면 온도가 3,000도가 안 되는데, 태양은 5,500도가 넘는다.

TRAPPIST-1은 크기도 태양보다 훨씬 작다. 반지름이 태양의 약 10분의 1인 목성 만하다. 천문학자들이 TRAPPIST-1 행성계를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별은 작을수록 에너지를 천천히 소모하기 때문에 수명이 길어진다. TRAPPIST-1이 태양보다 수명이 훨씬 길 거란 예상이 가능하다. 별이 수명을 다해 타거나 폭발해 버리면 그 주위를 돌던 행성들 역시 운명을 같이할 수밖에 없다. 태양의 수명은 약 120억년. 지금까지 50억년 정도 살았으니 수명이 절반 좀 더 남은 셈이다. 그 이후 지구의 운명은 장담하기 어렵다. 그래서 많은 천문학자가 ‘제2의 지구’ 찾기에 몰두하고 있다. 이번 연구를 접한 이그나스 스넬렌 네덜란드 레이든대 교수는 “태양계의 수명이 다할 때쯤 TRAPPIST-1은 사람으로 치면 유아기에 여전히 머물러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TRAPPIST-1 주변에 지구 닮은 행성이 줄지어 있는 것이다.

TRAPPIST-1 행성계에서 중심별(TRAPPIST-1) 주위를 5번째로 돌고 있는 행성의 표면을 그린 상상도. 미국과 유럽 과학자들은 이곳에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 캘리포니아공대 제공
TRAPPIST-1 행성계에서 중심별(TRAPPIST-1) 주위를 5번째로 돌고 있는 행성의 표면을 그린 상상도. 미국과 유럽 과학자들은 이곳에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 캘리포니아공대 제공

태양계 내행성들, 목성과 그 위성들, TRAPPIST-1 행성계를 비교한 그림. 중심별인 TRAPPIST-1과 주위 행성들 간 거리는 태양과 수성 간 거리보다 짧다. TRAPPIST-1을 공전하는 행성들은 지구와 크기가 비슷하다. 네이처 제공
태양계 내행성들, 목성과 그 위성들, TRAPPIST-1 행성계를 비교한 그림. 중심별인 TRAPPIST-1과 주위 행성들 간 거리는 태양과 수성 간 거리보다 짧다. TRAPPIST-1을 공전하는 행성들은 지구와 크기가 비슷하다. 네이처 제공

김승리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번 발견으로 우주 전체에 ‘미니 태양계’가 더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가 높아졌다”고 전했다. NASA는 우주망원경을 하나 더 띄울 참이다. ‘테스(TESS)’라는 공식 이름보다 ‘행성 사냥꾼’이라는 별명으로 더 잘 알려진 NASA의 망원경은 올해 우주로 올라가 TRAPPIST-1 같은 행성계의 작은 중심별을 1만개 더 찾아내겠다는 목표다.

TRAPPIST-1 행성계는 지구와 39광년 떨어져 있다. 빛의 속도로 가면 39년 걸린다는 얘기다. 인간의 눈높이에선 어마어마한 거리지만, 우주에선 태양계의 ‘옆 동네’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처럼 인류가 언젠가 황폐해진 지구를 떠나 냉동수면을 한 채 새 보금자리를 찾아 우주로 떠나야 한다면 꼭 한번 들려봐야 할 동네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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