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www.nocutnews.co.kr/news/5368339


[뒤끝작렬]'가짜뉴스'로 여론몰이…속보이는 공정 타령

CBS노컷뉴스 정영철 기자 2020-06-27 04:10 


보수언론, '알바하다 연봉 5천만원'·'운좋으면 정규직' 등 가짜뉴스로 취준생 자극

낮은 연봉·7~8년 경력 등 중요한 팩트 무시…근본적 문제 '비정규직'엔 불가피론


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들의 정규직 전환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또다시 공정 화두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번에는 신의 직장으로 불릴 만큼 선망의 대상인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비정규직에 대한 정규직 전환과정에서 불거졌다.


논란의 요지는 보안검색 업무를 맡은 자회사 비정규직이 대거 공기업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과정에서 '무임승차'라는 불공정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런 여론을 형성하는 데는 보수언론들이 앞장섰다. 그들은 극심한 취업난에 예민해진 젊은층, 특히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의 심리를 자극하는 방법을 썼다.


조선일보 6월 24일자 1면 톱은 '운 좋으면 정규직, 이게 K직고용'이다. 제목 자체도 그렇고 첫 문장도 '노력하는 이들의 자리를 뺏도록 해주는 게 평등입니까?"라고 시작한다. 전날 인천공항공사가 협력업체 소속 보안검색 요원 1900명을 직접고용 형태로 정규직 전환을 발표한 데 대한 비판기사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조선일보는 나름 업무 관련 교육 과정을 거쳐 7~8년간 경력을 쌓은 자회사 직원들을 '무자격자'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비정규직 청년들을 청년의 범주에서 소외시켰다.


(사진=자료사진)


또 불특정 청년들의 시각을 빌려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일련의 평등 추구 정책을 '노력한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대학별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엘리트의 밥그릇을 빼앗아 이득을 다수에게 나눠준 뒤 대중의 지지를 얻는 게 정부의 전략(연세대)", "단순 노동 인력과 대졸 공채 사무직이 같은 수준의 대우를 받는 게 어떻게 '평등'일 수가 있느냐(서울대)" 등의 글도 인용했다.


비정규직들이 '알바하다 연봉 5천만원의 정규직이 됐다'는 가짜뉴스에 가까운 언급이다.


여기서 더 나가 "불공정에 대한 분노는 '노력을 통한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없애나가는 문 정부의 정책 전반으로 확산 중"이라고 평가했다. 부동산 대출을 막아 집을 사는 게 어려워졌다는 게 중요한 근거 사례다.


또한 보안검색 요원 정규직 전환이 많은 취준생들이 지원하는 사무직과 무관하지만 설명 한 줄이 없었다.


3면 기사에서는 '떼쓰면 정규직'이라는 부제까지 달았다.


조선일보 사옥 (사진=연합뉴스)


중앙일보는 같은 날짜 2면 기사에 '"알바하다 인천공항 정규직"…취준생 "공부하기 싫어진다"'라는 제목을 달았다. 비정규직이 알바가 아니라는 현장의 목소리와 전문가들의 평가를 아예 무시했다.


역시 이들이 정규직이 되더라도 급여 수준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은 쏙 뺐다. CBS노컷뉴스를 비롯해 많은 언론들은 '급여 테이블이 다르기 때문에 기존의 공사 정규직보다 1200만원 정도 적게 받는다'는 점을 팩트체크 등을 통해 밝혔다.


보수언론들은 일부 취준생들의 분노만을 여과없이 반영하고, 기초적인 사실을 감추면서 여론을 호도했다. 이에 힘입어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20만 명이 넘는 국민청원 서명이 이뤄졌다.


이 신문들의 공통점은 청년들이 왜 힘들어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해결책은 찾아 볼수 없다는 것이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가 양산한 비정규직이 얼마나 공정한지는 따져 보지도 않는다.


인천공항 제2터미널 (사진=연합뉴스)


전면에서는 공정을 얘기하면서 뒤(사설)에 가서는 비정규직을 옹호하거나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전 세계에 비정규직이 없는 나라는 없다.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경제 정책 아닌 정치 정책으로 '비정규직 제로'를 밀어붙인 결과 오히려 청년들을 좌절시키고 불공정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며 "비정규직 중에서도 극히 일부에만 특별한 기회가 돌아가 '일자리 로또'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게 공정이고 평등이냐'는 물음에 당국이 답변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정책에 대해 '계층이동의 사다리를 없애고 있다'고 혹평해 놓고,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의 계층이동을 강력히 반대하는 모순이다.


중앙일보도 사설에서 "정규직 전환은 고용의 질과 안정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필요하다"면서도 "공항공사는 팬데믹 상황으로 사상 첫 적자가 예상된다. 대규모 정규직 전환이 인건비 부담을 늘려 신규 채용을 힘들게 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규직 전환은 신규채용과 무관하고 큰 임금 인상이 없다는 점을 청와대와 인천공항공사 측은 설명했지만, 귀를 닫고 '불가론'을 편 것이다.


두 신문의 기사와 사설을 종합해 보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불공평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은 듯하다. 차라리 솔직하게 "한번 비정규직은 평생 비정규직으로만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게 독자들의 빠른 이해를 돕는 길이 아닐까.


굳이 없는 사실을 과장하고 중요한 팩트를 빠뜨리며 일방적인 주장으로 신문을 도배하는 이유가 참으로 궁금하다.


steel@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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