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5091738001

방송사 ‘출구조사’ 믿어도 될까··· 과거 대선 살펴보니
김형규 기자 fidelio@kyunghyang.com 입력 : 2017.05.09 17:38:00 수정 : 2017.05.09 19:14:07

2012년 치러진 19대 총선의 출구조사 결과를 전하는 지상파 3사의 방송 장면 / 화면 캡처
2012년 치러진 19대 총선의 출구조사 결과를 전하는 지상파 3사의 방송 장면 / 화면 캡처

투표시간이 종료되는 순간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 3사는 선거 당일 실시한 출구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각 정당의 선거캠프에 주요 당직자들이 모여 앉아 기다리다가 동시에 TV 화면을 보며 환호하거나 탄식하는 모습은 투표날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그렇다면 방송사가 내놓는 출구조사 결과는 얼마나 정확할까. 출구조사로 나온 득표율과 당락 등의 결과는 그동안 실제 선거 결과와 얼마나 맞아떨어졌을까. 

일단 대선만 놓고 보면 방송사들의 출구조사는 대체로 정확했다. 각 후보의 예상 득표율은 실제 개표 결과와 조금씩 차이가 났지만, 당선자와 득표 순위를 틀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방송사 출구조사는 1999년 처음 시작됐지만 대선 출구조사는 2002년 16대 대선이 최초다. 박빙이었던 당시 선거에서 방송 3사는 각각 노무현 48.2~49.1%, 이회창 46.7~46.9%의 예상 득표율을 발표했다. 

실제 득표율은 노무현 48.9%, 이회창 46.6%로 거의 같았다. KBS는 두 후보의 실제 득표율 격차인 2.3%포인트를 맞추기도 했다. 

2007년 17대 대선 땐 1·2위 후보 간 격차가 컸다. 출구조사에서 당락을 잘못 예측할 가능성은 매우 낮았다. 대신 득표율은 실제와 차이가 컸다. 

방송 3사는 일제히 이명박 후보가 과반을 넘겨 당선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실제 득표율은 48.7%에 그쳤다. 방송사들은 3위를 한 이회창 후보가 13.5%를 득표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최종 득표율은 15.1%로 조사의 오차범위를 넘겼다. 

방송 3사가 처음으로 공동 출구조사를 실시한 2012년 18대 대선 때도 실제 개표 결과는 출구조사의 오차범위를 벗어났다. 

방송사들은 박근혜 50.1%, 문재인 48.9%의 득표율을 예상했지만 실제론 박근혜 51.6%, 문재인 48.0%로 차이가 더 벌어졌다. 다만 당선자를 정확히 짚어낸 기록만은 이어갔다.

17대 총선이 실시된 2004년 서울의 한 투표소 입구에서 조사원들이 투표를 마친 유권자들에게 출구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17대 총선이 실시된 2004년 서울의 한 투표소 입구에서 조사원들이 투표를 마친 유권자들에게 출구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대선 출구조사의 당선자 예측이 비교적 정확한 것은 선거구가 200개가 넘는 총선과 달리 단일선거구로 변수가 적은 데다 표본집단도 크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서 방송 3사는 전국 330개 투표소에서 약 9만9000명의 응답자를 대상으로 출구조사를 진행한다. 투입되는 조사원 수만 해도 2000명 가까이 된다. 

대선 출구조사는 한 번에 10억원 가까운 비용이 든다. 조사에 응한 사람에겐 껌을 답례품으로 제공하는데, 조사 모집단이 더 커지는 총선의 경우 껌값으로만 억 단위의 돈이 들어갈 정도다.

따로 출구조사를 하던 방송 3사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2010년부터 공동조사를 하고 있다. 미국의 6개 언론사가 NEP(National Election Pool)라는 이름으로 진행하는 공동조사를 벤치마킹 한 것이다.

종합편성채널과 뉴스전문채널 등 지상파 방송 3사를 제외한 방송사들은 출구조사 대신 자체 예측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역시 비용 때문이다. 

자체 예측조사에는 전화 조사와 인터넷 조사, 패널 조사 등의 기법이 활용된다.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투표를 했다고 답한 사람이나 투표 의향이 높은 사람에게 질문을 던지는 식이다. 실제 투표를 마치고 나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출구조사에 비해 정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 대선의 경우 자체 예측조사를 진행한 jtbc의 예상 득표율은 지상파 3사보다 정확도가 떨어졌다. 역시 자체 조사를 한 YTN의 경우 문재인 후보의 당선을 전망했다가 체면을 구기기도 했다. 출구조사와 자체 조사는 비용이 약 7~8배 차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대선의 경우 예년과 달리 사전투표율이 매우 높아 방송사 출구조사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4~5일 실시된 사전투표에 참여한 유권자는 1107만여명이다. 전체 유권자 4248만여명 중 26% 비중이다. 공직선거법상 사전투표 때는 출구조사를 할 수 없게 돼 있다. 80% 언저리로 예상되는 투표율을 감안하면, 결과적으로 전체 투표자의 3분의 1가량은 제외한 채 출구조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방송 3사와 한국방송협회로 구성된 ‘방송사 공동 예측조사위원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사전투표자의 지역·성별·연령 등 자료를 받아 출구조사 결과에 반영하는 등 보정 작업을 통해 정확도를 높일 계획이다. 

한국방송협회 관계자는 “인구통계학적 분석을 통해 조사 설계와 실사 및 보정 작업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 3사는 9일 저녁 8시 투표 종료와 동시에 당선자 및 예상 득표율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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