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Tenman/report_last.aspx?CNTN_CD=A0002330608

"4대강 사기극 환경부장관 사과하라"
[이명박 4대강 탄핵하자] 공주보 수문개방 20cm '관피아'의 장난
17.06.01 10:03 | 4대강 독립군 | 편집:장지혜 

적폐청산 1호 '이명박 4대강을 탄핵하자' 특별 기획은 오마이뉴스 4대강 독립군이 진행합니다. 금강 현장은 김종술, 정대희 기자, 낙동강 현장은 정수근, 권우성, 조정훈, 김병기 기자가 취재합니다. 현장 기사는 오마이뉴스 SNS(페이스북 등)를 통해서도 동시에 송고합니다. [편집자말]

[4신 : 1일 오후 7시 30분]
시간당 2cm씩 낮아진 수위... 허탈했다


▲ 1일 공주보의 수문이 열렸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잠시 후 공주보의 수문을 개방하면 하천의 수위가 높아집니다. 강변 행락객들은 하천 수위변동을 고려해서 안전에 유의해 주십시오."

1일 오후 1시 30분과 1시 50분, 공주보 수문개방 안내방송이 두 번에 걸쳐 나왔다. 4대강 수문개방을 앞둔 공주보는 물이 넘쳤다. 이런 물처럼 오랜만에 4대강에도 기자들로 넘쳐났다. 공주보 수력발전소 쪽에 하나둘 모여든 기자들이 어느새 50여 명이다. 구경을 나온 10여 명의 주민들도 제방에 자리를 잡았다. 

그동안 흐르지 않던 강, 침묵의 강이 꿈틀거렸다. 5년간이나 굳게 갇혔던 강물은 오후 2시부터 슬금슬금 밀려 내려오기 시작했다. 콘크리트 고정보 위에 설치된 1m 높이의 전도식 가동보 3개가 경사를 낮추었다. 햇살에 부딪힌 강물이 녹색 빛을 띠었다. 

'타-타-타-타-타-타-'
'윙-윙-윙-위-위-위-'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 소리와 함께 언론사들의 드론이 순식간에 날아올랐다. 하지만 기자들은 찔끔찔끔 흘러 내리는 물을 몹시 아쉬워하는 눈치였다. 그림이 나오지 않았다. 

이번 공주보 수문개방은 기존의 수위에서 20cm만 낮추는 것이다. 개방 수위는 모내기 철을 고려해 농업용수 이용에 지장이 없는 1단계 수위 조정이라고 했다. 공주보를 관리하는 수자원공사는 시간당 2cm 정도로 수위를 낮추었다.  

4대강 사업이 벌어지던 시기부터 1년에 300일 이상 금강 취재를 하던 기자가 보기엔 허탈했다. 수많은 언론을 불러 놓고 벌이는 하나에 퍼포먼스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20cm의 수문개방을 선택한 이유는 농업용수 때문이라고 한다. 

정확하지 않은 데이터...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는 농민들

지난달 26일 기자는 농어촌공사 공주·세종지사를 찾았다. 공주보 상류에서 3곳의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정수장이 있기 때문이다. 담당자는 모내기 걱정은 없다고 했다. 수자원관리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모내기를 하기 위해선 논에 18cm가량의 물을 담아야 한다. 금강의 용수로 농사를 짓는 논 80%에 정도에 물을 채웠다. 모내기는 50% 정도가 진행됐으며 6월 15일 정도에 모내기가 끝났다. 그때부터는 논물을 빼는 시기로 금강 물을 사용하여 농사를 짓는 데는 전혀 어려움이 없다."

이에 반해 일부 농민들은 농업용수 공급을 받지 못할까 봐 전전긍긍이다. 정부가 정확한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아서 신뢰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4대강사업 청산 의지를 밝혔는데 국토부, 환경부, 수자원공사, 농어촌공사와 자치단체 등 소위 '관피아'들이 마지막까지 장난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수문개방이 끝나고 기자들이 빠져나간 오후 4시, 두 대의 검은색 세단이 공주보에 들어섰다. 조경규 환경부 장관이 브리핑을 받기 위해 공주보를 방문한 것이다. 오마이뉴스 4대강독립군 취재팀만이 현장을 지켰다. 기자는 조 장관에게 물었다.  

- 4대강 사업은 사기극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환경부가 일조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가 사과해야 하는 게 아닌가?
"말할 입장이 아닙니다."

오랜 기다림이 헛되게 느꼈다. 순식간에 수행원들 호의를 받으며 엘리베이터에 몸을 숨겼다. 너무 허탈했다. 다시 나오기를 기다리며 자리를 지켰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30분 동안 꼼짝하지 않고 있었다. 

문이 열렸다. 10여 명의 사람들 사이에서 조경규 장관이 있었다. 다시 물었다. 

"환경부가 사과해야 하는 게 아닌가요."

조 장관은 수행원들에게 둘러싸여 빠져나가려고 했다. 오마이뉴스 4대강 독립군 이철재 에코큐레이터가 더 큰 목소리로 절규하듯 외쳤다. 

"4대강 사기극에 환경부가 동참한 게 아닌가.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하는 게 아닌가."

나가는 차량을 붙잡았지만 수행원들에게 가로막혔다. 4대강을 망친 조 장관의 검은색 세단만 유유히 공주보를 빠져나갔다. 4대강 청문회가 열린다면 조 장관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함께 반드시 심판대에 올라야할 인물이다. 


▲ 경북 칠곡보 부근에서 농사 짓는 전수보씨가 덕산들 저류조를 바라보고 있다.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칠곡보로 인해 수위가 높아지면서 들에 찬 물을 빼내기 위해 설치된 저류조가 비닐하우스가 설치된 들판 사이에 만들어져 이다. 저류조는 칠곡보에서 약 1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 권우성

[3신 : 1일 오후 5시 39분]
'썩은 물'은 어디에도 쓸 데가 없다

"저 많은 썩은 강물을 어디에 쓰겠노? 농사에 '농'자도 모르는 놈들이 농민들 물 걱정 하고 있네."

1일 4대강 6개 보 수문을 여는 날, 낙동강 칠곡보 근처에서 만난 농민 전수보씨(68)의 말이다. <오마이뉴스> 4대강 독립군이 그를 만난 곳은 칠곡보와 1.3.km 떨어진 경북 칠곡군 약목면 덕산리의 한 정자였다. 바로 앞 비닐하우스에선 참외가 노란 꽃을 피우며 자라고 있었다. 

그를 만나는 장소에서 우선 눈에 띈 건 '수상한' 저수지였다. 사방이 비닐하우스로 둘러싸인 농지 한가운데에 있다. 무려 4000평이란다. 저수지는 농지에 물을 대는 역할을 하지만 여긴 정반대다. 저수지의 물을 1년에 200일 이상 모터로 펌핑해서 낙동강에 쏟아낸다. 농지 침수 때문이다. 


▲ 경북 칠곡군 칠곡보 부근 덕산들 저류조.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칠곡보로 인해 수위가 높아지면서 들에 찬 물을 빼내기 위해 설치된 저류조가 비닐하우스가 설치된 들판 사이에 만들어져 이다. 저류조는 칠곡보에서 약 1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 권우성

기가 막히는 것은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에 세운 댐 때문에 농지가 침수된 것인데, 그 댐 상류로 물을 퍼 올린다. 농번기인 지금은 배수로로 퍼내지만 그 물은 다시 낙동강으로 흘러간다. 둑을 사이에 두고 저수지 물을 낙동강으로 퍼내고 바닥이 드러난 저수지에 또다시 낙동강 물이 고이는 반복의 연속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칠곡보에 갇힌 물의 수위는 해발 25.5m, 둑을 사이에 둔 이곳 농경지의 해발 높이도 같기 때문이다. 칠곡보가 세워진 뒤부터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 저수지를 만드는 데 쓴 돈 61억 원은 국민 세금이다. 지금도 모터는 돌아가고 있다. 이 전기료도 국민 세금으로 낸다. 

"칠곡보가 세워진 뒤 2년 동안 농사를 망쳤는데, 이 저류조가 만들어진 다음부터는 침수피해는 없데이. 근데 왜 국민 혈세를 들여서 이 짓을 하고 있는 지 황당하기만 하네. 칠곡보 수위 2m만 낮추면 되는 모두 쓸데없는 일인데."

"많은 물 가둬두면 어디다 쓰나... 썩은 물, 쓸 수도 없고 쓸 필요도 없다"

이보다 더 황당한 것도 있다. 근처 배수장에 고인 물을 관정을 뚫어 낙동강으로 흘려보낼 예정이다. 칠곡보 아래 쪽으로 배수로를 뚫어 하류로 흘려보낼 계획인데, 이 공사 비용만 170억 원이다. 이 역시 국민 세금이고, 칠곡보 수문을 열어 수위 2m만 낮춰도 필요가 없는 공사다. 

그에게 4대강 사업 때 부역을 했다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수문 개방 지시에 반기를 든 <조중동>의 '가뭄 걱정'에 대한 의견을 물어봤다.   

"요즘 보면 농민들은 안중에도 없던 사람들이 가뭄 걱정을 합디다. 바보 같은 사람들입니다. 저렇게 많은 물 가둬두면 어디다 씁니까? 또 썩은 물을 제대로 쓸 수 없고, 쓸 필요도 없어요. 지하 관정을 팠고, 그것도 마르면 낙동강물 펌핑하면 됩니다. 왜 이런 저수지 만들어놓고 국민 돈 축내는지... 전에 수심 1~2m였을 때에도 아무 걱정 없었어요. 지금은 수심이 19m나 됩니다. 대체, 상황이라도 알고 말을 해야지요."


▲ 1일 오후 경북 칠곡군 석적면 칠곡보 부근 강변레저공원 공사현장. ⓒ 권우성

전씨가 황당해하는 일은 또 있다. 덕살들 앞쪽 낙동강 둔치에 세우는 강변레저타운이다. 4대강 사업으로 칠곡보가 들어서기 이전에 이곳은 동네 사람들이 멱을 감는 곳이었다. 백사장에서 모래찜질을 했다. 물은 그냥 마실 수 있을 정도로 맑았고, 물고기를 잡아 그 자리에서 초고추장을 찍어 먹었단다. 

하지만 4대강 독립군이 찾아간 날, 모래사장은 찾아볼 수 없었다. 모두 수장됐다. 그나마 남아있던 모래사장 위에는 콘크리트 구조물이 서고 있었다. 어린이 수영장이다. 인근 올레길 개발 등을 포함해서 무려 450억 원의 공사비를 투입한다. 멀쩡한 강을 망치고, 수려한 모래사장 위에 콘크리트 구조물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지금 칠곡보 위에 가면 어린아이만한 잉어가 돌아다닙니다. 물이 썩어서 작은 잉어들은 다 죽었어요. 이 땡볕에 나무 하나 없는 곳에 아이들을 내놓으면 견딜 수가 없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올지..."

전씨는 "4대강 사업으로 인한 관리비가 연간 5000억 원이 드는 데 16개 댐을 모두 부수는 데 2200억 원 정도 한다는 말을 들었다"라면서 "이제 국민 세금 가지고 헛짓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오늘(1일) 수문을 여는 6개뿐만 아니라 하루빨리 칠곡보 등 나머지 수문을 열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2신 보강 : 1일 오후 4시 42분]
수문 열린 4대강... "역사적 순간, 전면 상시 개방 필요하다"


▲ 문재인 대통령이 4대강 보 상시개방을 지시한 가운데 1일 오후 대구광역시 달성군 강정고령보 수문이 개방되었다 ⓒ 권우성


▲ 1일 낙동강 강정고령보 수문 2개가 개방된 모습. 시민들과 기자들이 현장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 권우성

"쏴~"

1일 오후 2시 낙동강 강정고령보의 수문이 열렸다. 수문이 열리자 시원한 물소리를 내며 갇혀있던 물들이 쏟아져 내렸다. 강정보에는 '우리는 똥물이 아니라 맑은 강물을 원한다'는 글자가 적힌 현수막이 나붙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 회원 10여 명은 이날 대형 현수막을 내걸고 '흘러라 4대강', '4대강사업 적폐청산', '보 수문 개방 확대' 등의 손피켓을 들어 보이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날 4대강 댐 6개 수문이 동시에 열렸다. 강정고령보를 포함해 낙동강 달성보, 합천창녕보, 창녕함안보, 금강의 공주보, 영산강의 죽산보 등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4대강 보 상시개방을 지시했지만, 국토부와 환경부는 개방 수위만을 조정했다. 낙동강 강정고령보는 1.25m, 달성보는 0.5m, 합천창녕보는 1m, 창녕함안보는 0.2m, 금강 공주보는 0.2m, 영산강 죽산보는 1m 수위를 낮추는 것이다.

이날 오후 2시부터 6개 보가 상시 개방됨에 따라 시간당 2~3cm씩 점진적으로 수위가 20cm에서 125cm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수위가 가장 많이 낮아지는 강정고령보의 경우 관리 수위가 19.5m에서 3일 후에는 18.25m로 낮아진다.

"'고인 물은 썩는다' 증명된 5년"... "지금 이 현장은 역사적 순간"


▲ 문재인 대통령이 4대강 보 상시개방을 지시한 가운데 1일 오후 대구광역시 달성군 강정고령보 수문이 개방되었다.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개방된 강정보 수문앞에서 보 수문 전면 개방을 촉구하고 있다. ⓒ 권우성

수문이 열리자 <오마이뉴스> 4대강 독립군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대통령의 지시사항과 달리 완전 개방은 아니어서 아쉽다"라면서도 "지난 5년 동안 낙동강 현장을 지켜본 사람으로서 감회가 새롭다"라고 밝혔다. 

정 국장은 "지난 5년은 '고인 물은 썩는다'는 것을 증명하는 시간이었다"라면서 "매년 심화되는 녹조현상과 물고기 떼죽음, 강바닥 뻘로 실지렁이와 깔따구 같은 4급수 지표조가 창궐해 (강이) 죽음의 강으로 변한 게 현실이었다. 정권이 바뀌면서 이 문제 해결을 촉구했는데 오늘 이뤄졌다"라고 말했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22조 원이 투입되는 엄청난 규모의 사업을 추진하면서 환경영향평가나 문화재법에 의한 문화재 조사 등 대부분을 생략하거나 졸속으로 처리하고 공청회조차 실시하지 않으면서 강행한 게 4대강 사업이었다"라면서 "보 수문을 여는 지금 이 현장은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감회를 밝혔다.

염 총장은 "낙동강의 경우 구미부터 부산까지 여름철이 되면 녹조로 뒤덮여 똥물이 될 정도라 먹기 힘들었다"라며 "지금은 녹조가 생기지 않았지만 녹조가 생기기 시작하면 하루에 2배씩 증가한다. 어마어마한 속도로 7월부터 9월까지는 물을 먹을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16개 보 중 6개만 수문이 열리고 평균 69cm, 전체 10억 톤 중에서 1억3000톤밖에 물이 내려가지 않는다"며 "대통령은 전면 상시적 개방을 약속했는데 지금 국토부와 환경부 등 4대강을 추진했던 관료들이 남아있어 저항하고 거부하고 있다. 그들에 대한 조치도 이뤄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1일부터 보의 수문을 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인근의 주민들은 수문 개방을 보기 위해 현장을 찾아오기도 했다. 수문이 열리고 환경단체들이 소감을 밝히자 이를 지켜본 일부 주민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하지만 칠곡보 인근에 사는 주민이라고 밝힌 서너 명은 "수문을 여는 이유를 밝히라"면서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이들 중 일부는 자기 이름을 밝히는 것을 꺼렸다.

"수위 20cm 낮추는 것은 의미 없다... 수위 더 낮춰야"


▲ 1일 금강 공주보의 수문이 열렸다. ⓒ 김종술


▲ 1일 금강 공주보의 수문이 열렸다. ⓒ 김종술

금강 공주보에서도 환경단체들은 수문이 열리는 시간에 '강은 흘러야 한다'는 손피켓을 들고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양흥모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지난 2012년 9월 보 준공식을 할 때는 기자들이 많이 왔는데 5년 동안 오지 않던 기자들이 오늘은 수문을 개방한다고 많이 왔다"라면서 그동안 4대강의 실태에 관심을 쏟지 않은 언론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양 사무처장은 "수문 개방은 그동안 막혀있던 물을 흐르게 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라면서도 "20cm 정도만 수위를 낮추는 것만으로는 큰 의미가 없다. 물의 수위를 더 많이 낮춰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수자원공사는 이날 오후 1시 30분부터 "보의 수문 개방으로 하류의 물살이 빨라진다"라며 "낚시와 물놀이 등을 하는 시민들은 주의하라"는 내용의 안내 방송을 10분 간격으로 내보냈다.

<오마이뉴스> 4대강 독립군은 내일(2일)에도 수문 개방 이후 물 빠진 현장을 집중 보도할 예정이다.

[1신 : 1일 오전 10시 3분]
"녹조 끼고 바닥에는 펄,낙동강은 거대한 시궁창"


시궁창에서 건진 통발 같다. 전에는 물 반 모래 반, 물 반 고기 반인 곳이었다. 절경이었다. 배를 타고 나가 이곳에서 25년간 물고기를 잡았던 김길득씨(59)가 일주일 동안 물속에 쳐놓은 통발을 올리자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물에 잔뜩 묻어있는 펄에서 풍기는 냄새였다. 통발을 배 위로 다 들어 올리자 그물 끝자락에 물고기 몇 마리 파닥거렸다. 


▲ 부 김길득씨가 낙동강에서 시궁창 냄새나는 빈 통발을 꺼낸 뒤 황망한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외래종인 블루길과 배스뿐이네. 새끼 붕어 한 두 마리 있는데... 이건 팔지도 못합니다."

김씨가 건져 올린 두 번째 통발도 마찬가지였다. 6~7마리의 블루길과 배스, 그리고 새끼 잉어 한 마리였다. 그는 통발을 걷지 않고 물속에 도로 집어넣었다. 통발에 묻혀 올라왔던 배 위의 펄에선 여전히 시궁창 냄새가 진동했다. 그걸 물로 씻어내며 김씨가 한마디 했다. 

"전에는 통발 한 개 올리면 70~80kg도 올라왔어요. 하루에 많으면 쏘가리 40~50마리, 빠가사리 100kg 정도 잡았죠. 민물장어랑 메기도 잘 잡혔습니다. 하루에 200만 원 벌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한 달에 많이 잡으면 쏘가리 5~6마리 올라옵니다. 9만 원 정도죠."      

오늘(1일) 오후부터 4대강 16개 댐 중 6개의 수문이 열린다. 낙동강에서는 창녕함안보, 합천창녕보, 달성보, 강정고령보 등 4개가 수문 개방 대상이다. 하지만 수문을 열기 하루 전날인 31일 낙동강에서 만난 어부들은 전혀 반가워하지 않았다. 수문 개방에서 제외된 칠곡보 상류 쪽에서 물고기를 잡는 구미 내수면 어업협동조합 사람들이다. 

이날 구미보와 칠곡보 사이의 선착장에서 만난 3명의 어부는 오마이뉴스 '4대강 독립군'을 보자마자 분통을 터트렸다. 강물은 썩어가는 데 이번 수문개방 조치에서 제외됐고, 구미시가 이들의 어장에 수상스포츠 레저시설과 동력 면허 시험장까지 허가를 내줬다는 것이다. 이에 탄원서를 들고 구미시에 항의하러 갔다가 공무원의 고압적 자세에 화가 난 것이다.  

"고기는 안 잡히는 데 수상스키를 타고 강물을 휘젓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화가 치밉니다."

이경모씨(61)는 4대강 독립군 정수근 기자와 마주 앉자마자 얼굴을 붉혔다. 그는 "4대강 사업 이전에는 시즌이 되면 매일 통발을 걷었는데, 지금은 기름값도 안 나와서 1주일에 한 번씩 걷고 있다"면서 "시궁창 냄새가 나는 통발 속에 올라오는 건 온통 블루길과 배스뿐이며, 가끔 잡히는 새끼붕어 비닐 속에서 실지렁이가 붙어 나온다"고 말했다. 

실지렁이는 환경부가 정한 최악 수질 등급 4급수 지표종이다. 이들의 어장 바로 위쪽인 구미보 하류에 영남인들이 식수로 사용하는 취수장이 있는데 이곳의 물도 썩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옆에 있던 어부 김대희씨(58)도 거들었다.  

"물고기들은 풀과 모래 속에 알을 낳습니다. 4대강 사업 때 강바닥을 죄다 파놓았으니 산란처가 없어졌죠. 깊은 곳은 12m나 됩니다. 시궁창 냄새가 나는 펄이 강바닥에 2m 정도 쌓였습니다. 그나마 수심이 얕은 곳에 물고기들이 알을 낳으면 블루길과 누치가 자 잡아먹습니다. 흐르는 물에 사는 물고기 어종은 씨가 말랐고, 호수에나 사는 물고기들이 대부분이고, 블루길이 90% 이상 차지할 겁니다. 그야말로 최악 생태계입니다."

이경모씨는 최근 4대강 수문 개방 결정 이후에 보수언론들이 내보내는 가뭄 걱정 보도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4대강 사업을 할 때 지하수위가 낮아지니까 농민들에게 지원금을 주고 지하수 관정을 깊게 팠습니다. 지금도 물이 펑펑 나옵니다. 칠곡보를 막기 전에 이곳은 물 반 모래 반인 지역이었고, 수심이 1~2m 정도 됐습니다. 그때에도 이곳 농민들은 별로 물 걱정이 없었습니다. 이토록 많은 썩은 물을 어디다 씁니까? 강물 위에서는 여름 내내 녹조가 끼고, 강바닥에는 펄이 계속 쌓이고 있습니다. 여긴 거대한 시궁창입니다."

4대강 독립군은 김길득씨의 배를 탔다. 구미보 하류 지점에서 칠곡보 쪽으로 10여 분을 달렸더니 지천과의 합수부가 나왔다. 통발 앞에서 배를 세우자 비가 내리는 듯이 수면에 포물선을 그리며 올라오는 수많은 기포들이 눈에 들어왔다. 물속 펄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다는 뜻이다. 그가 끌어올린 통발은 그 펄 속에 잠겨있었다. 물 밖으로 나오는 순간 시궁창 냄새가 사방으로 퍼졌다. 


▲ 낙동강에서 고사한 버드나무 군락지. 4대강 사업 이전에 이곳은 황금어장이었다. ⓒ 오마이뉴스

그는 배스와 블루길을 그냥 놔둔 채 통발을 물속에 다시 집어넣은 뒤 버드나무 군락지로 향했다. 전에는 황금어장이었던 곳이다. 버드나무 가지들이 물 밖으로 고개만 내민 채 하얗게 죽어있다. 괴기스러운 영화의 한 장면 같다. 칠곡보에 가둔 물 때문에 버드나무들이 온통 수장됐다.     

"여기가 쓰레기장도 아니고, 강을 살린다면서 대체 무슨 짓을 한 겁니까? 통발을 올리면 먹지도 못하는 외래종뿐입니다. 해운대 백사장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고운 모래사장이 있던 곳인데, 시궁창 펄만 쌓여갑니다. 여길 공개하면 그나마 잡히는 물고기도 못 팔아먹습니다. 오늘 최초로 공개하는 겁니다. 더 이상 고기를 안 잡아도 좋습니다. 이 물을 취수하는 대구 구미 사람들이라도 좋은 물을 먹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오늘(1일) 오후 2시에 낙동강에 세운 8개의 4대강 댐 중 4개가 열린다. 아니, 사실상 수위만 살짝 낮춘다. 국토부와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창녕함안보는 수문을 열어 수위 20cm, 합천창녕보 1m, 달성보는 50cm, 강정고령보는 1.25m의 수위를 낮춘다. 이 정도 수위를 내리면 수질이 개선될 것 같지 않지만, 칠곡보와 구미보 등은 '이명박근혜 정권' 시절 때와 변한 게 없다.   

4대강 독립군은 1일 수문개방 현장도 취재해서 기사와 페이스북으로 실시간 중계할 예정이다.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