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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고령보 인근 농민 “물 걱정 안했는데” “침수피해 컸다” 갈려
등록 :2017-06-01 17:26 수정 :2017-06-01 17:59

수문 개방에 낙동강 인근 농민들 찬성·반대 엇갈린 반응
환경단체는 “더 적극적 개방” 촉구…한때 주민과 마찰

1일 오후 2시 대구 달성군 다사읍 죽곡리 낙동강 강정고령보 좌안 강둑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던 사람들이 보 수문 개방 장면을 구경하고 있다. 대구/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1일 오후 2시 대구 달성군 다사읍 죽곡리 낙동강 강정고령보 좌안 강둑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던 사람들이 보 수문 개방 장면을 구경하고 있다. 대구/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아까운 물을 와 빼내노.”
“종북이다. 나라가 이래서 안된다.”
“이거(4대강 사업) 하기 전에는 냄새가 나서 강에 가지도 못했어.”
“환경단체 의사는 중요하고 여기 사는 사람 의사는 안 중요하나?”
“젊은 사람들 한번 살아봐라. 공산당이….”

1일 오후 2시 낙동강 강정고령보 수문이 열리며 물이 쏟아졌다. 강정고령보 좌안인 대구 달성군 다사읍 죽곡리 낙동강 강둑에 모여 있던 주민들은 쏟아지는 물을 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주민 50여명이 현장에 나와 수문 개방을 구경했다. 이곳에 나온 주민 상당수는 강정고령보 수문 개방에 부정적이었다. 대구 달성군 이장연합회는 강정고령보 주변에 ‘낙동강 보 수위 내려 갈수록 인근 주민 마음도 무너져 내린다’라고 적힌 펼침막을 걸어놨다.
경북 칠곡군 왜관읍에 산다는 장백영(69)씨는 “4대강 사업 하기 전에는 낙동강에서 냄새도 나고 모기도 많았는데 4대강 사업을 하고 나서는 물이 넘치고 보기가 좋아졌다. 이런 가뭄에 농사를 한창 지어야 하는데 갑자기 물을 뺀다는 소리를 듣고 하도 갑갑해서 나왔다”고 말했다.

반면,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 회원 7명은 낙동강 강둑에서 ‘흘러라 4대강’, ‘4대강사업 적폐청산’, ‘보수문 개방 확대’ 등이 적힌 펼침막을 들었다. 환경운동연합이 기자회견을 하려고 하자 주민들은 이들에게 욕설을 하기도 했다. 몇분 동안의 실랑이 끝에 기자회견이 열렸다.


1일 오후 2시 대구 달성군 다사읍 죽곡리 낙동강 강정고령보 좌안 강둑에서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가 기자회견을 열어 보 수문 개방을 환영하고 있다. 대구/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이 현장은 역사적인 순간이다. 4대강 사업으로 녹조가 생기고 수질이 악화돼 먹을 수 없는 낙동강 물이 되었다. 물을 막고 있던 보는 언젠가는 열릴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저는 대통령의 이번 결정이 지극히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더 적극적인 수문 개방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낙동강 강정고령보의 수위를 19.50m에서 1.25m 낮추기로 했다. 달성보의 수위는 14.00m에서 0.50m 낮아진다. 합천창녕보의 수위도 10.5m에서 1m 낮아지고, 창녕함안보의 수위는 5m에서 0.2m 줄어든다. 정부는 수생태계와 농업용수 사용 등을 고려해 시간당 2~3㎝씩 서서히 수위를 내리기로 했다. 수위를 계획대로 낮추는 데는 최대 3일이 걸릴 것이라고 정부는 밝혔다.

이날 낙동강 8개 보 중에서 중·하류 4개 보가 개방되자 강정고령보와 달성보 주변에서 농사를 짓는 대구와 경북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대구 달성군 논공읍 이장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이달국(53) 삼리1리 이장은 “달성보가 만들어지기 전 가물 때에 우리 동네에서 낙동강을 걸어서 건널 수 있을 정도로 물이 없었다. 때문에 늪에 고인 물로 취수를 해서 어렵게 농사를 지었다. 그런데 달성보가 지어지고 낙동강 물이 많아지면서 그 물을 취수해서 물 걱정 없이 농사를 지었다. 녹조나 강물이 썩는다는 주장도 이해는 되지만 우리 농민들은 생존권이 달린 문제다. 낙동강 수위가 1~2m만 내려가도 우리는 취수가 어려운데 왜 하필 모내기로 물이 이렇게 많이 필요한 시기에 보를 연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반면 경북 고령군 다산면 곽촌1리 서상범(52) 이장은 “강정고령보가 만들어지고 지하수 수위가 올라가 수박 등 하우스 작물을 심어 놓은 밭이 조금만 파도 물이 차 농작물 침수 피해가 많았다. 우리 동네는 수로 시설이 잘 돼 있어서 보가 있든 없든 농업용수 대는 데는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우리는 강정고령보가 만들어지고 피해만 봤는데 우리 입장에서 (보 개방은) 환영할 일이다”라고 기뻐했다.

조용혁(54) 경북 고령군 다산면 호촌1리 이장은 “우리 동네는 낙동강 가까이에 있긴 하지만 용수시설이 잘 돼 있다. 때문에 보가 있든 없든 농사 짓는 데에는 큰 차이를 못 느낀다. 우리는 4대강 사업으로 특별히 덕 본 것도 없고 특별히 피해를 본 것도 없다”고 말했다.

대구/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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