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797239.html

4대강 사업 때 ‘녹조 라떼’ 대책 부실했다
등록 :2017-06-01 21:05 수정 :2017-06-01 22:24

이명박 정부 사업효과 홍보에만 치중, 전문가 “녹조 알고도 숨겼을 수 있어”
4대강 16개중 6개보 수문 상시개방, 평균 0.26m 낮춰 수질 개선엔 한계

2013년 여름 낙동강 창녕함안보 상류에서 녹조제거선이 녹조를 흩뜨리기 위해 초록색으로 물든 강물을 휘저으며 다니고 있다. 생명그물 제공
2013년 여름 낙동강 창녕함안보 상류에서 녹조제거선이 녹조를 흩뜨리기 위해 초록색으로 물든 강물을 휘저으며 다니고 있다. 생명그물 제공

정부가 ‘녹조라떼’란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여름철 4대강 녹조 현상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4대강 16개 보 가운데 6개 보를 상시 개방했다. 전문가들은 2012년 4대강 사업 완료 뒤 해마다 여름이면 4대강 전역에서 녹조현상이 발생하고 있으나, 당시 이명박 정부는 사업 계획 단계에서 이 문제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낙동강의 강정고령보, 달성보, 합천창녕보, 창녕함안보와 금강의 공주보, 영산강의 죽산보 등 6개 보가 1일 오후 2시 일제히 수문을 열고 방류를 시작했다. 지난 22일 “녹조 발생이 심하고 체류시간이 길며 수자원 이용에 영향이 없는 보를 즉시 개방한다”고 한 청와대 발표에 따른 조처다.

정부가 1일 오후 2시부터 낙동강 강정고령보, 달성보 합천창녕보, 금강 공주보, 영산 죽산보 등 6개 보를 상시 개방했다. 2일 오후 보를 개방한 대구 당설군 다서읍 달성고령보에서 보를 넘어 물이 흐르고 있다. 강정고령보의 개방수위는 1.25m로 오는 4일까지 점진적으로 내린다. 대구/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정부가 1일 오후 2시부터 낙동강 강정고령보, 달성보 합천창녕보, 금강 공주보, 영산 죽산보 등 6개 보를 상시 개방했다. 2일 오후 보를 개방한 대구 당설군 다서읍 달성고령보에서 보를 넘어 물이 흐르고 있다. 강정고령보의 개방수위는 1.25m로 오는 4일까지 점진적으로 내린다. 대구/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정부가 4대강 사업으로 4대강에 16개 보가 완공된 2012년 이후 녹조 제거를 위해 일시적으로 수문을 열어 가뒀던 물을 방류한 경우는 있었으나 상시 개방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실제 개방에 따른 수위 저하 폭은 가장 큰 곳이 1.25m(강정고령보)이고 적은 곳은 0.2m(공주보·창녕함안보)에 불과하다. 6개 보 평균으로 보면 0.26m만 수위를 내린 채 물을 계속 가둬두는 것이어서 보의 수문을 완전히 여는 전면 개방과는 거리가 멀다.

6개 보를 상시 개방할 만큼 녹조 문제가 악화된 데는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 차질을 우려해 애초 사업을 계획할 때 녹조현상 대책 마련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란 주장이 나왔다. 4대강 사업 반대운동을 펼쳤던 박현건 경남과기대 교수(환경공학과)는 이날 “4대강 사업 검토 당시 여러 수질 전문가들이 녹조현상의 반복적인 발생 가능성을 우려했으나, 국토해양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4대강 사업 효과 홍보에만 열을 올렸다”고 말했다.

‘국토해양부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가 2009년 7월 펴낸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 보고서를 보면, 4대강 사업에 따른 수질개선 효과를 ‘당초 2015년까지 목표했던 수영 가능한 좋은 물 달성 수준을 2012년에 조기 달성’, ‘2012년에는 낚시가 가능하고, 수영할 수 있는 좋은 물 비율 대폭 향상’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녹조현상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 없이 ‘보 설치 상류지역 조류 발생 예방을 위한 수질개선 대책 필요’라고 언급했을 뿐이다.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교수(환경공학과)는 “정부가 내부적으로 녹조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도 4대강 사업을 빨리 진행하기 위해 ‘환경영향평가서’ 등 공식자료에 이 문제를 거의 언급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마스터플랜과 환경영향평가서 등 정부가 사업 계획 단계에서 펴낸 공식자료들은 이후 줄곧 4대강 사업의 타당성을 뒷받침했다. 2011년 ‘4대강 사업이 적법하다’는 대법원 결정문을 보면, 당시 대법관 4명이 반대의견을 통해 ‘4대강 사업으로 수질이 오염될 것이라고 우려할 만한 사유가 적지 않은데도, 환경영향평가서는 그 우려를 해소할 만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4대강 사업으로 수질이 개선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4대강사업본부는 2010년 6월 펴낸 책자 <4대강 살리기 사업 의의와 효과>에서 ‘16개 보에 총 33개의 수중 폭기시설 설치로 조류 개체수 10% 정도 감소 기대’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물속에 공기를 불어넣는 폭기시설로는 녹조현상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이미 확인된 상태였다. 임희자 마산·창원·진해 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은 “4대강 사업 계획 당시부터 전문가들이 녹조현상 발생 가능성을 지적했지만, 정부 쪽 공식답변은 항상 ‘문제없다’였다. 정부가 4대강 사업 추진 차질을 우려해 녹조 발생 가능성을 숨겼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4대강 마스터플랜 작성 초기 단계부터 녹조 악화 가능성 등을 검토해서, 환경시설 확충 등 대책을 마련한 바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4대강 사업으로 녹조현상이 더 심각해진 것인지에 대해서는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 이전에는 녹조현상에 대해 단편적인 조사만 이뤄졌기 때문에 사업 전후 상황의 직접적인 비교가 어렵다는 것이다.

최상원 허승 기자, 김정수 선임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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