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31255

명성황후 후손, 시해자 후손 영정에 고개 숙인 이유
가해자의 땅 구마모토에서 명성황후 서거 122주기 추모 심포지엄 열려
17.06.03 13:18 l 최종 업데이트 17.06.03 13:18 l 글: 심규상(djsim) 편집: 김예지(jeor23)

 2일 오후 일본 구마모토현 교육회관에서  '명성황후를 생각하는 모임'회원들이  '명성황후 122주기 기념 한일 심포지엄'을 분히고 있다., 일한의 과거를 직시해 우호를'이라는 제목의 글씨가 걸려 있다. 왼쪽에는 명성황후 초상화와 가해자 후손의 사진이 함께 놓여 있다.
▲  2일 오후 일본 구마모토현 교육회관에서 '명성황후를 생각하는 모임'회원들이 '명성황후 122주기 기념 한일 심포지엄'을 분히고 있다., 일한의 과거를 직시해 우호를'이라는 제목의 글씨가 걸려 있다. 왼쪽에는 명성황후 초상화와 가해자 후손의 사진이 함께 놓여 있다. ⓒ 심규상

2일 오전 11시. 고종황제와 명성황후 후손들이 가해자의 나라, 가해자의 땅에 들어섰다. 일본 구마모토다. 

구마모토가 명성황후를 시해한 가해자의 땅으로 불리는 이유가 있다. 우선 시해범 48명 중 21명이 구마모토 출신이다. 임진왜란 때 조선 침공의 선봉에 섰던 가토 기요마사(구마모토성 영주)를 비롯해 구마모토는 한반도 침략의 전진기지였다. 

일본 땅을 밟은 사람들은 '전주이씨 대동종약원 홍릉봉향회'(아래 홍릉 봉향회)회원 15명이다. 이들은 여주 홍릉에 안장된 고종황제와 명성황후를 추모하는 제사를 주관하고 있다. 고종황제의 증손인 이원 대한황실문화원 총재도 함께 했다.

같은 시간, 일본 구마모토현 교육회관 앞. 수십여 명의 사람들이 회관 로비로 들어섰다. 이날 오후 2시 예정된 심포지엄을 준비하기 위해 모인 '명성황후를 생각하는 모임' 소속 회원들이다. 

'명성황후를 생각하는 모임'은 지난 2004년 구마모토에 사는 일본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단체다. 단체 결성 이후 회원들은 매년 한국 홍릉의 명성황후 묘소를 참배한다. 이날 홍릉봉향회 심포지엄을 주최한 단체이기도 하다. 

이들은 도착하자마자 미리 준비한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다. 이른 점심을 먹은 후 행사 준비로 분주해졌다. 

가해자의 땅에서 열린 추모 심포지엄

 2일 오후 일본 구마모토현 교육회관 5층 대회의실.  '명성황후 122주기 기념 한일 심포지엄' 행사장에  명성황후 초상화(왼쪽 위)와 가해자 후손의 사진(오른쪽 아래)이 함께 놓여 있다.
▲  2일 오후 일본 구마모토현 교육회관 5층 대회의실. '명성황후 122주기 기념 한일 심포지엄' 행사장에 명성황후 초상화(왼쪽 위)와 가해자 후손의 사진(오른쪽 아래)이 함께 놓여 있다. ⓒ 심규상

  '명성황후 122주기 기념 한일 심포지엄' 행사장에서 한일 참석자들이 2012년 사망한 가와노 다스미(河野龍巳)씨를 위한 추모 묵념을 하고 있다. 가와노씨는 명성황후 시해 사건을 공모하고 사건 당일 직접 왕궁을 쳐들어간 구니토모 시게아키(1861-1909)의 외손자다. 하지만 그는 '대를 이어 참회하라'고 유언할 만큼 조상의 죄를 사죄하기 위해 노력했다.



을 분히고 있다., 일한의 과거를 직시해 우호를'이라는 제목의 글씨가 걸려 있다. 왼쪽에는 명성황후 초상화와 가해자 후손의 사진이 함께 놓여 있다.
▲  '명성황후 122주기 기념 한일 심포지엄' 행사장에서 한일 참석자들이 2012년 사망한 가와노 다스미(河野龍巳)씨를 위한 추모 묵념을 하고 있다. 가와노씨는 명성황후 시해 사건을 공모하고 사건 당일 직접 왕궁을 쳐들어간 구니토모 시게아키(1861-1909)의 외손자다. 하지만 그는 '대를 이어 참회하라'고 유언할 만큼 조상의 죄를 사죄하기 위해 노력했다. 을 분히고 있다., 일한의 과거를 직시해 우호를'이라는 제목의 글씨가 걸려 있다. 왼쪽에는 명성황후 초상화와 가해자 후손의 사진이 함께 놓여 있다. ⓒ 심규상

연단에는 '명성황후 122주기 기념 한일 심포지엄, 일한의 과거를 직시해 우호를'이라는 제목의 글씨가 걸렸다. 심포지엄에서는 '일본의 근대화 과정과 일한관계'를 주제로 오사카대학 명예교수가 기조연설을 한 후 이광용 홍릉봉향회장과 최상철 재일민단 구마모토본부 사무국장, 가이 도시오 명성황후를 생각하는 모임 회장, 다나카 노부유키 교과서네트구마모토 사무국장이 참여하는 토론이 예정돼 있었다. 

잠시 후 행사장 왼편에는 명성황후의 초상화를 내걸었다. 그런데 오른편 아래쪽에 누군가의 사진이 함께 놓여 있다. 일본인이다. 가와노 다스미(河野龍巳)씨였다.

가와노씨는 명성황후 시해 사건을 공모하고 사건 당일 직접 왕궁을 쳐들어간 구니토모 시게아키(1861-1909)의 외손자다. 특히 그의 외조부 구니토모는 명성황후 시해를 위한 '특별부대' 조직을 지시받고 구마모토현 출신의 거류민 20여 명을 불러 모은 장본인이기도 하다. 

무슨 연유로 명성황후 초상화와 시해자 후손의 사진을 함께 내 건 걸까?

행사 시작 30 여분을 앞두고 홍릉봉향회 회원들이 도착했다. 구마모토 시민 120여 명이 회의실을 꽉 채웠다. 

행사장에 명성황후 시해자 후손 영정이 놓인 이유 

  '명성황후 122주기 기념 한일 심포지엄' 행사장에서 한일 참석자들이 2012년 사망한 가와노 다스미(河野龍巳)씨를 위한 추모 묵념을 하고 있다. 가와노씨는 명성황후 시해 사건을 공모하고 사건 당일 직접 왕궁을 쳐들어간 구니토모 시게아키(1861-1909)의 외손자다. 하지만 그는 '대를 이어 참회하라'고 유언할 만큼 조상의 죄를 사죄하기 위해 노력했다.
▲  '명성황후 122주기 기념 한일 심포지엄' 행사장에서 한일 참석자들이 2012년 사망한 가와노 다스미(河野龍巳)씨를 위한 추모 묵념을 하고 있다. 가와노씨는 명성황후 시해 사건을 공모하고 사건 당일 직접 왕궁을 쳐들어간 구니토모 시게아키(1861-1909)의 외손자다. 하지만 그는 '대를 이어 참회하라'고 유언할 만큼 조상의 죄를 사죄하기 위해 노력했다. ⓒ 심규상

예정된 정시에 심포지엄이 시작됐다. 심포지엄에 앞서 홍릉봉향회 이동재 회장이 인사말을 회의하기 위해 연단에 섰다.  

"...감회가 새롭습니다. 지난 2012년, 가와노씨가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접했습니다. 애도를 표하며 다 같이 잠시 머리를 숙여 고인을 추모하는 묵념을 할 것을 제의합니다." 

명성황후 제례를 주관하는 홍릉봉향회 회장이 가해자 후손을 추모하는 묵념을 제안하고 나선 것이다. 의아해 하는 사람들을 의식한 듯 이 회장이 말을 이었다. 

"그는 명성태황후를 시해한 외조부를 대신해 사죄와 추모를 위해 혼신을 다 하셨습니다."

가와노씨는 외조부의 죄상을 안 후 괴로워했다. 이후 2005년 '명성황후를 생각하는 모임' 회원들과 함께 명성황후 묘소를 찾아 무릎을 꿇었다.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묘소를 찾아 외조부의 일을 참회해 왔다. 명성황후가 시해된 건천궁을 찾아 용서를 빌며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손자에게도 '대를 이어 참회하라'고 유언하기도 했다. '더 사죄하기 위해 오래 살고 싶다'는 그는 지난 2012년 향년 90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이씨의 제안에 참석자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2일 '전주이씨 대동종약원 홍릉봉향회' 회원 15명이 명성황후를 시해한 무사들이 대거 동원된 가해자의 땅 일본 구마모토를 방문해 명성황후 122주기 한일 심포지엄에 참석하고 있다.
▲  2일 '전주이씨 대동종약원 홍릉봉향회' 회원 15명이 명성황후를 시해한 무사들이 대거 동원된 가해자의 땅 일본 구마모토를 방문해 명성황후 122주기 한일 심포지엄에 참석하고 있다. ⓒ 심규상

 2일 일본 구마모토 교육회관에서 열린 명성황후 122주기 한일 심포지엄에는 한국에서 간 홍릉봉향회원 15명을 비롯해 120여명의 일본 시민들이 참석했다.
▲  2일 일본 구마모토 교육회관에서 열린 명성황후 122주기 한일 심포지엄에는 한국에서 간 홍릉봉향회원 15명을 비롯해 120여명의 일본 시민들이 참석했다. ⓒ 심규상

"일본 정부, 가와노씨 행적 보고 배워야" 

고종의 증손인 이원 총재는 "일부에서는 과거를 잊고 미래를 위해 우호증진만을 하기를 바란다"며 "하지만 일본은 한 나라의 국호와 황제의 칭호까지 격하해 놓은 채 사죄는 커녕 밀반출해 간 황제의 투구와 갑옷도 반환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잘못에 대한 진실한 사죄가 선행됐을 때 신뢰가 쌓이게 되고 그 바탕위에서 진정한 교분이 이뤄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가이 도시오 회장(88, 명성황후를 생각하는 모임)은 기자와 만나 "일본 정부가 참된 한일 우호관계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인이 된 가와노씨의 행적에서 배워야 한다"고 일갈했다. 

홍릉봉향회 구마모토 방문단은 3일 부터 구마모토현 아라오시(荒尾市)에 있는 금강사(한국조선인 강제연행 사망자 위령비를 건립한 사찰)와 명성황후를 시해한 칼이 있는 후쿠오카 구시다 신사 등을 차례로 둘러볼 예정이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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