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512082.html

[사설] 철도 모국인 영국의 민영화 실패를 보라
[한겨레] 등록 : 20111227 19:05
   
국토해양부가 고속철도 일부 노선을 민영화하겠다고 어제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밝혔다. 2014년 말 서울 수서~경기 평택을 연결하는 수도권 고속철도가 완공되면, 수서에서 출발하는 호남선 및 경부선의 운영권을 민간기업에 넘겨 코레일과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흑자를 내고 있는 고속철도를 민간기업에 넘기는 것 자체가 특혜일 뿐 아니라 많은 부작용이 우려된다. 정권 말기에 서둘러서 결정할 일이 아니다.

국토부는 코레일의 연간 적자가 6000억원에 이르러 경영 효율화가 필요하며 민간에 개방할 경우 서비스가 개선되고 재정 부담도 덜 수 있다고 한다. 국민을 위한 것처럼 호도하고 있지만 한 꺼풀만 벗겨보면 궁색하기 그지없다. 고속철도 사업은 지난해에도 3200억원 정도의 흑자를 기록했다. 코레일은 유일하게 수익이 나는 고속철도에서 교차보조를 통해 공공 성격이 강한 무궁화호·새마을호 등 비수익 적자 노선을 유지하고 있다. 민영화할 경우 고속철도 운임 20% 인하가 가능한 근거로 고속철도의 과다한 이익을 줄여 요금 인하로 돌리면 된다는 것이다. 철도는 효율성 못지않게 공공성이 중요한데 그렇게 되면 교차보조가 없어져 비수익 적자 노선은 줄줄이 폐지될 수 있다.

네트워크 산업이란 특성이 있는 철도를 분할 민영화할 경우 안전 또한 위협받을 우려가 크다. 철도 전문가들은 조직이 다원화되면 안전 시스템이 무너지고 선로나 열차 고장 등 비상상황에 대응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한다. 여기에 경영 효율화를 내세워 비용 통제를 하면 사고 위험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얼마 전 선로 보수 작업을 하던 인천공항철도 하청노동자 5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난 것도 코레일이 무리하게 민영화와 외주화를 한 데 원인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철도 모국인 영국의 민영화 실패 경험은 눈여겨볼 만하다. 대처 총리 시절 과감하게 민영화했으나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운임이 비싸지고 안전사고는 크게 늘어 급기야 철도시설 관리를 다시 공기업화하기에 이르렀다. 정부는 매각 수입을 얻고 기업은 알짜 투자처를 얻어서 좋았지만 국민이 비용을 고스란히 부담한 것이다. 우리도 영국처럼 서비스 개선은커녕 국민 부담만 커질 우려가 크다.

코레일은 책임경영 시스템으로 효율화를 꾀해야 한다.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를 중단함으로써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게 시급하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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