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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무현입니다>, 내부 우려에도 빼지 않았던 장면들
[인터뷰 비하인드] 영화 속에 반영된 색깔론과 주류언론 비판은 감독의 의도
글 성하훈(doomeh) 유지영(alreadyblues) 17.06.07 15:49 최종업데이트 17.06.07 15:49 

 <노무현입니다>의 한 장면. 2002년 인천 경선에서 색깔론과 주류언론에 정면으로 맞섰던 노무현
▲<노무현입니다>의 한 장면. 2002년 인천 경선에서 색깔론과 주류언론에 정면으로 맞섰던 노무현ⓒ 영화사 풀

1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노무현입니다>는 인간 노무현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창재 감독이 우리사회의 문제를 지적하는 의미로 넣은 장면들도 있다. 바로 경선과정에서 나온 색깔론과 주류언론의 개입이다. 

영화에는 당시 이인제 후보가 노무현 후보의 사상 문제를 제기하며 색깔론을 제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TV토론뿐만 아니라 연설 과정에도 장인의 좌익 활동 전력 등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거나 과격한 인물로 몰아간다. 조중동으로 통칭되는 주류 언론도 이를 강조하며 노무현을 '위험한 인물'로 몰아붙인다.

여기서 노무현의 유명한 어록이 탄생한다. 

"이런 아내를 제가 버려야 합니까? 그렇게 하면 대통령 자격 있고, 이 아내를 그대로 사랑하면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겁니까? 여러분! 이 자리에서 여러분이 심판해 주십시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십시오. 부당한 언론에 굴복하지 않겠습니다."

 다큐멘터리 <노무현입니다>의 이창재 감독이 23일 오후 서울 흑석동 중앙대 교수연구동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창재 감독ⓒ 이정민

색깔론의 공식

최근 <오마이스타>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창재 감독은 의도가 있어 보인다는 질문에 "정확하게 말해, 있다"고 인정했다. (이 장면들을 넣게 되면) "주류신문에서 리뷰를 안 써줄 것 같다" "앞으로도 얻어맞을 거라 생각한다"면서도 "이걸 안 보여주면 의미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제작진 내부에서도 굳이 넣어야 하는 이야기냐? 라는 말이 나왔을 만큼 민감한 사안이기도 했다. 

하지만 선거를 주요배경으로 다룬 영화인데 색깔론과 흑색선전을 뺀다면 공허한 슬로건만 남는 이야기가 될 게 뻔했다. 지난 대선에서도 드러났듯이 남북이 분단된 한국정치 상황에서는 매번 반복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민주당이란 진보적인 성격을 띤 정당의 당내 경선임에도 마지막에 블랙리스트를 언급하듯 한국사회 모든 선거에서 나오는 패턴이 색깔론"이라고 비판했다. 

이 감독은 "나라 팔아먹는 사람처럼 무시무시한 것들이 쫙 나오는데, 이걸 믿는 순간 정말 종북이다 할 수밖에 없는 올가미가 씌워진다. 민주당이라는 경선에서도 똑같은 흐름이 나왔다. 이는 본선에서도 반복되고 강화되는 패턴이었다"고 지적했다. 주류세력들이 반대파나 진보세력들을 죽일 때 사용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상대후보의 연설내용이 어떤 검증과정 없이 그대로 신문에 톱기사로 나온다. 말한 그대로. 이 사람 말을 경선장에 국한하지 않고 사회로 내몬 다음 '이 사람 빨갱이야!' 하는데 보수언론들이 동참하고 있었다. 이인제 후보의 연설 위에 뉴스 클립들을 덮어서 보여주고자 했다. 언론이 어떤 여과나 검증 없이 그저 받아쓰기하는 행태를 영화 말미에서 드러내려고 했다. 주류세력들의 오래 묵은 히든카드라 볼 수 있다." 

 영화 <노무현입니다>
▲영화 <노무현입니다>ⓒ 영화사 풀

하지만 이런 감독의 생각과는 다르게 내부에서는 거부 반응이 나왔다. 인간 노무현을 담는다고 하면서 왜 정치적인 칼날을 세우냐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그가 밀어붙인 것은 "그건 칼이 아니라 노무현을 말할 때 뺄 수 없는 한국사회에 내재된 안타고니스트(영화에서 주인공의 반대 위치에 있는, 주인공의 목적이나 꿈을 저지시키기 위해 설정된 적대적 캐릭터)라고 봤기 때문이었다. 그걸 빼버리면 기적 같은 승리만 남기 때문에 그저 성공 미담에 그칠 것이 분명했다. 아울러 몇 십 년 동안 공고하게 자리 잡고 있던 장벽을 뛰어넘은 역사적인 승리였음을 강조하고 싶었단다. 그래서 더 세게 가겠다고 했다. 

"안티조선 완장 나오는 것에 대해서도 이렇게 가야 되겠냐 이야기를 많이 들었으나 그걸 빼면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겠나. 안타고니스트가 할 역할이 없다. 이인제는 표면적인 안타고니스트일 따름이고 실은 보수언론을 비롯한 주류세력들이 내재된 안타고니스트들이다. 이걸 안 보여주면 공허할 수밖에 없다. 노무현과 이인제의 싸움이 아니다. 다윗과 골리앗, 시민세력과 주류세력과의 싸움이다. 그런 이야기가 포인트다." 

[이창재 감독 인터뷰] 
"노무현은 '뭔가 해주고 싶은 사람'...외롭지 않게 하려고 영화 만들었다"

 영화 <노무현입니다>의 한 장면
▲영화 <노무현입니다>의 한 장면ⓒ 영화사 풀

이인제와 노무현이 아닌 주류와 시민의 싸움

이 감독은 언론에 대해서도 "언론의 속성이 당연히 신속하게 이슈를 생산해내는 것이라 본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언론은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던 거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정보생산자의 말이라 할지라도 최소한의 검증장치를 통해서 독자나 국민들에게 전해야지 신속성이나 단독보도에 치우쳐 어떤 합리적 의심도 없는 정보 전달에 그친다면 정말 무서운 무기가 되고 만다. 가능하면 팩트체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놓고 쏴버리면 총알이 박히게 된다는 것이다. 

"언론이라는 게 총 쏘기 전에 확인해야지 쏘고 나서 맞은 사람에게 '미안해, 내가 사과할게' 하는 것은 참 위험한 태도다. 언론에 총 맞은 사람들은 정치적, 사회적으로 불구가 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더 조심스러워야 하고 항상 총알이 장전돼 있음을 알아야 하는데, 그때는 무차별 사격이 가해졌다." 

감독이 영화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한국 사회와 보수언론에 대한 쓴소리였다. 

"어떠한 검증 없이 상대편의 공격이 토씨 하나 바뀌지 않고 그대로 헤드라인으로 꽂혔다. 그런 무차별 사격에 당해낼 정치인은 드물다. 다만 2002년 상황은 다소 레드컴플렉스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었다. 김대중 대통령의 방북으로 남북간 화해무드가 진행되었고, 'Be the Red!' 가 월드컵 슬로건이 될 만큼 빨갱이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진 상황이라 그 같은 공격에도 시민들이 쉽게 넘어가지 않았을 따름이다. 하지만 같은 당내 경선도 이럴진대 본선에 가면 이 같은 색깔론은 일상사가 되고 만다. 한국정치사에서 메인메뉴나 애피타이저로 항상 등장하는 색깔론에 대해서만큼은 분명하게 집고 가야겠다는 의도였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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