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통들에게 하이킥, 나꼼수는 계속돼야 한다
[문화비평] 2011년 문화 키워드 "쫄지 말고 지껄여라"
황정현·대중문화 비평가 | forkino@naver.co.kr  입력 : 2011-12-27  16:19:15   노출 : 2011.12.27  16:19:32
현대 민주주의에서 기본적이며 중요한 원칙은 인신의 자유가 아니라 표현의 자유이다. 미국 수정헌법 1조는 그래서 다음과 같은 말로 표현의 자유를 언급한다. “의회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어떠한 법률도 만들 수 없다.” 하지만 현재 우리는 어떠한가. 우리나라 헌법에도 표현의 자유에 대한 조항이 있지만 그 항목은 ‘헌법’이라는 명칭이 무색할 정도로, 다른 법률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있다. 이 정권 들어서 표현의 자유는 많이 억압되어 왔다. 먹거리에 대한 상식적인 불안과 의심은 물대포를 맞아야 했으며, 정부에 비판적인 프로그램은 사문화된 법인 (공인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을 맞으며 연성화되어야 했다.

억압된 것의 귀환? 드라마와 예능의 시대 성찰

하지만 2011년 들어 그동안 눌려있었던 것들이 터지기 시작했다. 무언가를 표현하려는 욕망은 동굴벽화에서 알수 있듯이 ‘문화적 인간’의 기본적인 본성이다. 표현이라는 넓은 범주에서 그 내용이 어떤 것이든지 간에 보장되어야 한다. 하물며 비판이라는 표현은 더욱 그렇다. 무언가를 의심하고 쟁명하고 최선의 결론을 도출해내는 것은 인간이 사회를 구성하고 살아가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나는 꼼수다 서울공연’에 등장한 나꼼수 4인방 (김용민, 김어준, 정봉주, 주진우-왼쪽부터)이 5만여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난장에 있는 듯한 태도로 정치를 ‘꼰대’들이나 하는 ‘쿨’하지 못하고 우울한 것에서 쉽고 즐거운 것으로, 비판하는 즐거움을 얻게 해준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를 비롯, 시대를 근심하는 여러 드라마들, 권위에 대한 풍자라는 전통적 코미디 요소를 회복한 예능 프로그램들은 ‘뒤늦었지만’ 각각의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얼마전 ‘나꼼수’ 패널 중 한사람인 정봉주 전 국회의원이 구속 수감되면서 현재 우리나라 ‘표현의 자유’의 현주소는 적나라하게 노출되었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이유는 당연하다. 표현의 자유가 남발되었을 경우 생기는 부작용보다, 민주주의 근간인 토론과 논쟁이 사라졌을때의 문제가 더욱 직접적이고 크기 때문이다. 공인과 공적영역에 대한 합리적 의심(‘사실’이 아니라)이 사라지면, 집단지성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지며 1%정도의 권력자, 재벌을 제외하고는 모두 구경꾼으로 전락하고 만다.

드라마와 예능은 보다 본격적으로 시대를 성찰하기 시작했다. 의도적인 비판도 아니며 악의도 아니다. 단지, 대중이 원하는 것을 좇았을 뿐이다. SBS <뿌리깊은 나무>는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하는 백성, 그러면서 살아가는 삶”을 언급하며 ‘언론’이 가지는 권력과 백성 스스로 책임을 져온 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MBC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은 ‘돈’이 신적권력이 된 사회, 그 속을 살아가는 인간군상의 원초적 불안을 말한다. KBS <개그콘서트> ‘사마귀유치원’, ‘비상대책위원회’, 얼마전 방송을 시작한 MBC <웃고 또 웃고> ‘나는 하수다’는 보다 더 직접적이다. 그리고 아직 자리를 잡지는 못했지만 풍자코미디의 진수라 일컬어지는 NBC <새터데이나잇 라이브>의 한국판이 방송되고 있다.

'나꼼수'가 잡아낸 표현의 욕망

이 모든 것을 ‘나꼼수’의 공으로 돌리는건 부족하다. 그 동안 대중은 표현의 자유에 목말랐고, 이 모든 불합리를 말하고 싶어했으며, 보고 싶어했고, 미디어는 그런 욕망을 잡아내고 컨텐츠화했다고 봐야한다. 2012년을 앞두고 있는 이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헌법조항 ‘표현의 자유’가 다시금 환기되는 이유는, 그리고 그것이 당연함에도 언급되는 이유는 지금 이전까지 우리가 접하는 컨텐츠에 암묵적 금기조항이 있었으며, 그것이 자기검열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밤 방송된 tVN <새터데이나이트라이브코리아> '위크엔드 업데이트'의 장진 감독

‘억압된 것의 귀환’으로 볼수도 있다. 레이건 시대의 숨막히는 보수성이 영화에서 살인마, 괴물들의 탄생으로 알레고리화했다면, 2011년 대한민국에서는 즐거움으로 ‘쫄지마라’는 결기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풍자와 비판은 계속 되어야 한다. 더 지껄여야 하고, 합리적인 의심 또한 계속되어야 한다.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얘기한다. 우리는 이미 그에 대한 해답을 알고 있다. “국민에게 주권이 있으며, 집회, 결사,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다.”는 헌법 조항의 의미가 되새겨지는 요즘이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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