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6131437001

감사원,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 '장한 어머니상’까지 깨알같이 적용
김향미·이지선 기자 sokhm@kyunghyang.com 입력 : 2017.06.13 14:37:00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는 공연예술의 제작 지원작 선정은 물론 예술인의 어머니에게 수여하는 장한 어머니상에 이르기까지 깨알같이 적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블랙리스트 적용은 2014년 3월부터 시작돼 지난해 하반기까지 총 444건에 달했다. 

13일 감사원이 발표한 ‘문화체육관광부 기관운용 감사’ 결과를 보면 문체부는 대통령비서실의 지시에 따라 부당하게 ‘특정 문화예술인·단체 지원 배제’(블랙리스트)를 산하기관에 지시했다. 또 이러한 지시의 이행관리를 총괄하기 위한 TF를 구성·운영했다. 감사원은 블랙리스트가 “문화적 표현과 문화예술활동 지원 등을 차별하고 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 등의 독립성을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블랙리스트 수사 결과에 따른 책임자 조치 수위는 차관급에서 멈춘 반면 감사원은 관련 국·실장, 산하기관장 등의 책임을 명시하고 공무원이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지 않은 행위를 ‘부당한 업무 처리’라고 명명했다. 

■ 블랙리스트 어떻게 작동했나 

이번 감사원 감사 결과를 보면 블랙리스트는 ‘대통령비서실→문체부→산하기관’ 방식으로 지시가 전달됐다. 명단은 각 단위별로 만들어졌으며 이행기관에서 공유됐다. 2014년 3월부터 2016년 하반기까지 블랙리스트가 적용된 건수는 총 444건이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417건, 영화 분야에서 5건, 출판에서 22건 등이다. 그동안 특검의 블랙리스트 수사와 언론 보도로 알려진 것을 포함해 구체적인 건수가 확인된 것이다. 특검 수사 결과로 확인된 문예위,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출판진흥원)보다 7개 기관이 늘어나 총 10개 기관에서 블랙리스트 적용 사실을 확인, 블랙리스트가 광범위하게 이행됐음이 드러났다. 

감사원의 감사로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한문연)의 ‘방방곡곡 문화공감사업’에서도 블랙리스트가 적용된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한문연 역시 문화예술진흥기금(문예기금)이 집행되는 예술인 지원기관이다. 감사원 감사에 따르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예술인들을 지원하는 예술인 복지재단에서도 예술인들의 활동증명을 심의하는 심의위원에 블랙리스트를 적용했다. 개별 사업으로 보면 문체부는 심지어 어버이날을 기념해 훌륭한 예술가를 키워낸 어머니에게 주는 ‘예술가의 장한 어머니상’ 선정 과정에도 블랙리스트를 적용했다. 

‘블랙리스트 작동 원리’도 확인된다. 블랙리스트 업무의 최초 지시자는 대통령비서실장 김기춘으로 명시됐다. 김기춘의 지시를 받은 장관(김종덕·조윤선)과 기조실장을 통해 “문체부(에) 조직적으로” 블랙리스트가 실행됐다. 담당 국·실장, 산하기관장들은 그러한 지시가 부당한 줄 알았음에도, 또한 부하 직원들이 부당한 일을 하고 있는지 알면서도, 블랙리스트 업무를 거부하지 않았다.

가장 먼저 블랙리스트 대상에 오른 것은 지원사업의 심의위원들이었다. 2014년 3월부터 문체부는 문예위에 연락해 특정 심의위원들을 배제할 것을 지시했고 그 지시는 그대로 이행됐다. 문예위는 나아가 ‘공연예술발표공간’ 지원사업과 관련해서 2015년 10월27일 관련 심의를 주도할 수 있도록 “친정부 성향의 심의위원을 사전 접촉”하기까지 했다. 심의위원 단계에서 블랙리스트를 적용해야, 지원사업에서 특정 문화예술인 배제가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이후 명단을 공유한 심의위원과 문예위·영진위·진흥원 실무자들이 지원사업별로 구체적인 실행자로 나서게 된 셈이다.

■ 담당자의 부당한 업무처리 

문체부 문화예술정책실은 예술진흥 정책의 수립, 문예위 등 산하기관의 지도·감독 업무를 총괄하는 곳이다. 감사원 보고서에 보면 2014년 11월11일부터 2015년 7월30일까지 문화예술정책실의 ㄱ국장은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으로부터 전화로 블랙리스트 관련 지시를 받았다. ㄱ국장은 그 지시가 부당하다고 생각했지만 ‘어쩔 수 없다’고 판단해 문예위 담당자에게 관련 지시를 전달하고 이행하도록 했다. 그가 담당 국장을 맡은 기관 동안 총 187건의 지원 배제가 이뤄졌다. 또 다른 ㄴ국장은 ㄱ국장의 후임으로, 역시 전임자의 업무를 이어받아 이행했다. 감사원은 이들의 행위가 문예위 등의 직무상 독립성을 훼손시켰고 심사의 공정성과 투명을 저해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문체부는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실의 지시내용을 관리하기 위해 2014년 6월부터 건전콘텐츠 활성화 TF를 구성해 운영했다. 그해 김종덕 당시 문체부 장관이 문화체육비서관실의 지시내용이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고, ‘건전 TF’는 블랙리스트의 이행 실태를 점검하기 위한 기구로 운영됐다. 2014년 10월 당시 기조실장(송수근 전 1차관)은 ‘건전 FF’의 단장을 맡아 2015년 상반기까지 TF를 운영했다. ‘철저한 관리’에도 불구하고 2015년 3월쯤 명단에 들어있던 문화예술인이 문예위 공모사업의 지원대상자로 선정되자, 장관이 대통령비서실장의 질책을 받았고 장관의 지시에 따라 기조실장은 지원배제를 하지 않은 경위를 파악하고 재발방지를 지시하기까지 했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문체부 장관에 블랙리스트를 거부하지 아니한 ㄱ국장 등 국·실장급 3명에게 국가공무원법 규정에 따라 징계처분(경징계 이상)을 요구했다. 특검의 기소 대상에서는 빠져 있으나 이들의 행위가 ‘부당한 업무’임을 명시한 것이다. 특히 감사원은 블랙리스트 피해 규모가 큰 문예위, 영진위의 경우는 각각 박명진 위원장, 김세훈 위원장이 블랙리스트 업무를 어떻게 이행했는지 구체적으로 보고서에 담았다. 감사원은 “직무상 독립성을 훼손”한 것으로 봤다. 또한 문체부에서 ‘건전 TF’를 운영한 송 전 1차관에 대해서도 부당한 업무를 한 것으로 봤다. 감사원은 3명의 비위사실을 통보하고 각각 인사자료로 활용할 것을 문체부 장관에 통보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국가 공무원법에는 복종의 의무가 있고, 공직자 행동강령을 보면 상급자의 지시라고 하더라도 본인이나 타인의 부정한 이익을 위해서 지시한 경우, 위법 부당한 지시의 경우 소명하고 따르지 않도록 하는 규정도 있다”면서 “명확한 위법·부당한 지시였기 때문에 지시를 따르지 않았어야 하지 않느냐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조직에서 상급기관에서 지시 내려왔다거나 실질적인 결정을 한 부분을 따르지 않기 쉽지 않다는 현실적 부분을 함께 고려했다”면서 “경징계 하게 된 이유”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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