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38312

'유령공원' 된 4대강 수변공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김종술 금강에 산다] 금강 수변공원 땜질·보수·풀 깎는 비용으로 매년 100억 원
17.06.30 07:38 l 최종 업데이트 17.06.30 07:38 l 글: 김종술(e-2580) 편집: 박정훈(twentyrock)

 부여군 봉정지구 공원 정자의 쉼터는 키 높이까지 자란 수풀로 이용할 수 없었다.
▲  부여군 봉정지구 공원 정자의 쉼터는 키 높이까지 자란 수풀로 이용할 수 없었다. ⓒ 김종술

4대강 사업으로 조성된 수변공원이 혈세 먹는 하마로 전락하고 있다. 깎고 돌아서면 다시 자라나는 풀. 수리하고 돌아서면 부서져 버리는 시설물. 쏟아도 쏟아도 끝이 없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22조 2천억 원의 천문학적인 사업비가 투입된 4대강 사업. 3조 1132억 원을 들여 357곳의 수변공원이 만들어졌다. 그중 금강엔 90개의 수변공원이 있다. 7만 명이 거주하는 부여군엔 4대강 사업으로 여의도 공원에 50배가 넘는 수변공원이 만들어졌다. 그런데도 지역민들은 공원이 없다고 난리다. 수변공원은 도심과 멀어서 이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은 지난해 4대강으로 조성된 금강 유역 유지관리비용으로 105억 6천만 원을 내려보냈다. 올해 책정된 예산만도 96억 6700만 원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매년 4대강 유지관리비용으로 5천억 원에서 1조 원가량이 투입되고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29일 금강에 조성된 수변공원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성가소비녀회 최다니엘 수녀와 동행했다. 첫 번째로 찾아간 서천군 와초지구는 서해안 고속도로 밑에 자리하고 있다. 콘크리트 산책로 옆에는 갈대와 억새가 우거졌다. 바닥엔 멋진 대리석을 깔아 놓았다. 

곳곳 부서지고 쓰레기 쌓여 있어... 관리 안되는 수변공원

 서천군 와초지구 산책로를 조경수로 심어 놓은 메타스퀘어 나무가 뿌리째 뽑혀있다.
▲  서천군 와초지구 산책로를 조경수로 심어 놓은 메타스퀘어 나무가 뿌리째 뽑혀있다. ⓒ 김종술

산책로를 따라 들어간 입구부터 조경수로 심어 놓은 메타스퀘어 나무가 뿌리째 뽑혀있다. 뿌리엔 조성 당시 감아 놓았던 고무줄과 철사로 꽁꽁 묶여 있다. 설치 이후 한 번도 사용되지 않은 자전거 거치대는 버드나무와 풀들로 덮였다. 철판의 도색이 떨어지고 녹이 슬었다. 꼿꼿하게 심어진 나무들도 갈색으로 변해 말라가고 있다. 

쉼터로 이용되는 나무의자는 수풀에 가려져 깨지고 부서졌다. 야생동물의 배설물이 의자 바닥을 뒤덮고 흘러내려 흉측하다. 벤치 나무의자를 손으로 만지자 과자부스러기처럼 힘없이 부서진다. 사람들이 다녀간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북아메리카 원산지인 금계국과 기생초만 바짝 말라간다.

부여군 양화면 시음리 황포돛배 선착장으로 이동했다. 인근 서천군 신성리 갈대밭을 찾은 관광객을 목표로 4대강 사업 당시 황포돛배와 선착장을 조성한 곳이다. 겉보기에는 말끔했다. 넓은 공원과 운동시설도 갖춰 놓았다. 녹색으로 물든 강물엔 이끼벌레만 둥둥 떠다닌다. 

 서천 하굿둑의 수문이 열리면서 강변에 쌓아 놓은 바윗덩어리에 녹색 페인트로 칠한 듯 녹조가 묻어있다.
▲  서천 하굿둑의 수문이 열리면서 강변에 쌓아 놓은 바윗덩어리에 녹색 페인트로 칠한 듯 녹조가 묻어있다. ⓒ 김종술

서천군과 군산시를 연결하는 하굿둑의 수문이 열렸다. 강물은 빠르게 흘러간다. 웅포대교 아래를 뒤덮었던 녹조가 물살을 타고 흘러내린다. 유명 화가의 수채화를 연상케 할 정도로 강물엔 녹색 그림이 그려진다. 물이 빠지면서 둔치에 쌓아 놓은 바위엔 녹색 자국이 선명하다. 

양화지구 웅포대교 밑에는 수상레저 선착장이 있다. 4대강 사업 이후 녹조가 창궐하면서 2년 전부터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무성하게 자란 수풀 사이로 둥그런 나무의자와 버려진 기름통이 있다. 농기계부터 부자재까지 가지런히 쌓아놓았다. 야생동물의 배설물로 얼룩진 운동기구는 만지기도 힘든 지경이다.

다리를 건너 좌안 익산시 망성면으로 이동했다. 둔치에 설치한 쉼터는 오렌지색 테이프로 감아 놓았다. 시설물이 깨져서 출입을 차단한 것이다. 강변관찰로도 막아 놓았다. 데크 시설물 곳곳이 깨지고 부서져 있다. 쓰레기가 수북하게 쌓였다. 

4대강 사업으로 126억 원이 투입된 부여군 봉정지구로 이동했다. 최근 깨진 데크 시설물 보수를 끝마친 곳이다. 입구엔 여전히 출입금지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안으로 들어가자 데크 시설물을 뚫고 갈대와 나무들이 밀고 올라왔다. 일부 시설물은 여전히 떨어져 방치되고 있다. 최다니엘 수녀가 한마디 한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공원의 쉼터 의자는 잡초에 덮이고 방치되어 있다.
▲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공원의 쉼터 의자는 잡초에 덮이고 방치되어 있다. ⓒ 김종술

"사람이 얼마나 찾지 않는지 올 때마다 거미줄이 온몸을 칭칭 감아 버리네요. 뜨겁게 달궈진 콘크리트 산책로에는 달팽이와 지렁이가 말라 죽었어요. 사람도 찾지 않는데 이렇게 넓은 공원을 관리하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겠어요." 
'유령공원'을 또?

갈대와 버드나무, 개망초로 뒤덮은 공원은 자연에 흡수되고 있다. 지난밤 뛰어놀았을 야생동물의 배설물엔 쇠파리가 윙윙거린다. 바닥에 깔아 놓은 대리석은 흙으로 덮였다. 정자 쉼터는 키 높이까지 자란 갈대로 이용할 수 없었다.

백제보 상류 왕진나루 왕진지구로 이동했다. 강변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쇠기둥으로 막혀있다. 걸어 들어간 강변은 뜨거운 햇살에 숨이 턱턱 막힌다. 안으로 들어가자 노란 보도블록엔 잡초가 자라고 있다. 지나온 곳과 다르지 않았다. 벤치 의자는 수풀에 가려지고 시설물은 잡초에 묻혔다.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어진 4대강 수변공원의 이용률이 없다. 조성 이후 단 한 번도 축구가 열리지 않은 경기장이 수두룩하다. 유령공원으로 방치된 수변공원에 매년 유지관리비용만 천문학적으로 들어간다. 관리비의 50% 정도는 풀 깎는 비용으로 낭비되고 있다.  

 논산시 망성면 수변 관찰로의 시설물은 깨지고 부서져 출입을 차단해 놓았다.
▲  논산시 망성면 수변 관찰로의 시설물은 깨지고 부서져 출입을 차단해 놓았다. ⓒ 김종술

그런데도 부여군은 백마강교 강변에 또다시 공원을 조성하고 있다. 공주시도 백제큰다리 밑에 3개의 축구장 건설을 위해 지난해 국토부로부터 지구지정 변경을 받아 놓은 상태다. 논산시도 지난해 황산대교 인근에 추가로 체육시설물을 설치했다. 세종시도 세종보 상류 강변에 체육공원을 조성 중이다. 

자치단체는 4대강 사업으로 국토부의 예산 감시가 심해지자 '관광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문화체육관광부를 통해 예산확보를 하고 있다. 충남도의 올해 재정자립도는 32.6%로 열악하다. 공주시는 올해 재정자립도가 전국 평균에서 훨씬 못 미치는 18.4%다. 부여군은 충남 꼴찌, 논산시도 별반 다르지 않다. 더욱이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치닫고 있다. 

자치단체 모 담당자는 "4대강 사업으로 강변에 너무 많은 공원과 자전거 도로를 만들었다. 더욱이 성과물이 필요한 자치단체장의 욕심 때문에 추가로 공원이 만들어지고 있다. 필요 이상으로 이용률도 없는 공원 관리를 위해 매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해야 하는 우리도 힘든 지경"이라고 털어놓았다. 

 방치된 공원엔 야생동물의 배설물과 거미줄로 칭칭 감겨있다. 시설물은 갈대와 나무들이 파고들어 훼손되고 있다.
▲  방치된 공원엔 야생동물의 배설물과 거미줄로 칭칭 감겨있다. 시설물은 갈대와 나무들이 파고들어 훼손되고 있다. ⓒ 김종술

 부여군에서 20여 분 떨어진 봉정지구는 겉보기에는 깔끔했다. 그러나 시설물은 깨지고 부서져 방치되고 있다.
▲  부여군에서 20여 분 떨어진 봉정지구는 겉보기에는 깔끔했다. 그러나 시설물은 깨지고 부서져 방치되고 있다. ⓒ 김종술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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