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39901

흙탕물로 뒤집힌 금강, 죽은 물고기와 쓰레기로 악취 진동
[김종술 금강에 산다] 방치된 공원, 무너지는 시설물... 세금 낭비만
17.07.06 10:24l 최종 업데이트 17.07.06 10:24 l 글: 김종술(e-2580) 편집: 김도균(capa1954)

 흙탕물로 뒤집힌 강물에 둥둥 떠다니는 물고기는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  흙탕물로 뒤집힌 강물에 둥둥 떠다니는 물고기는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 김종술

장맛비가 그치고 강변이 온통 쓰레기 적치장으로 변했다. 누런 흙탕물 속 금강은 죽은 물고기와 버려진 쓰레기가 쌓여 썩어가고 있다. 발자국이 찍힌 물속엔 수생태 최악의 지표종인 실지렁이와 붉은 깔따구만 꿈틀거린다.

장맛비가 그치고 맑게 갠 하늘엔 구름 한 점 없다. 푹푹 찌는 날씨에 습도까지 높다. 4대강 사업 이후 매일 같이 찾는 코스인 공주의 대표적인 관광지 국가 명승지 제21호 곰나루로 찾았다. 검은색 고급 승용차가 입구에 세워져 있다. 버려진 쓰레기는 발길에 차인다.

"딱-딱-딱-딱-"

최근 제초작업이 끝난 풀밭에선 건장한 체구의 남성이 골프채를 휘두르고 있었다. 인기척을 느끼고도 포기할 줄 모른다. 바닥에 골프공을 놓고 번쩍번쩍 빛나는 골프채를 휘둘러 강변으로 쏘아 올린다. 쭉 쏟아 오른 골프공은 높이 치솟았다가 풀숲으로 사라진다.

공주 시민의 휴식처이자 관광지인 이곳은 4대강 사업과 함께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들었다. 그런 이유로 강변을 찾아 골프를 즐기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충남 부여군 강변에서 쳐올린 골프공이 산책을 나왔던 주민의 머리를 강타해 중상을 입히기도 했다.

공주보 상류 쌍신공원으로 이동했다. 유진수 금강유역환경회의 사무처장과 대전충남녹색연합 양준혁 간사가 금강을 찾았다. 동행중인 성가소비녀회 최다니엘 수녀와 함께 수중 조사를 위해 가슴까지 올라오는 바지장화로 갈아입었다.

쓰레기 전시장이 된 금강... 죽은 물고기 둥둥

 양준혁 대전충남녹색연합 간사와 성가소비녀회 최다니엘 수녀가 쓰레기로 뒤덮인 물속을 뒤지고 다닌다.
▲  양준혁 대전충남녹색연합 간사와 성가소비녀회 최다니엘 수녀가 쓰레기로 뒤덮인 물속을 뒤지고 다닌다. ⓒ 김종술

4대강 사업 이후 금강의 평균 수위보다 30cm가량 낮아진 상태다. 낮은 물가의 펄층이 드러났다. 무릎까지 빠지는 펄밭에서 한걸음 때기가 힘들 정도다. 앞선 발자국에 찍힌 곳에서 붉은 생명체가 꿈틀거린다. 환경부가 지정한 수생태 4급수 오염지표종인 붉은 깔따구다.

 물 빠진 펄밭에서 찍힌 발자국에서 환경부 수생태 4급수 오염지표종인 붉은 깔따구가 보였다.
▲  물 빠진 펄밭에서 찍힌 발자국에서 환경부 수생태 4급수 오염지표종인 붉은 깔따구가 보였다. ⓒ 김종술

펄층의 깊이를 확인하기 위해 삽으로 주변을 파헤치자 실지렁이와 붉은 깔따구가 꾸물꾸물한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파란색 개구리밥이 뒤섞인 강물엔 썩은 악취가 진동한다. 쥐, 붕어, 잉어, 가물치, 누치, 눈불개 등 물고기와 지갑, 아이스박스, 물병, 다리미판, 타이어, 신발, 농약병, 수박, 오이, 비닐포대, 유리병, 윤활유 통 등 각종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다.

생활용품, 농업용품, 공업용품 등 각종 쓰레기를 쌓아 놓은 전시장으로 변했다. 손바닥만 한 물고기부터 허벅지만 한 잉어까지 인근에서 헤아린 물고기만 100여 마리다. 금강에서 자취를 감춘 것으로 보이던 큰빗이끼벌레도 수백 마리 떠내려왔다. 코를 막고 뒤따르던 양준혁 간사가 한마디 툭 던진다.

 충남 공주시 정안천 합수부 부근 물속에 버려진 오토바이에는 큰빗이끼벌레가 잔뜩 붙어있다.
▲  충남 공주시 정안천 합수부 부근 물속에 버려진 오토바이에는 큰빗이끼벌레가 잔뜩 붙어있다. ⓒ 김종술

"강인지 쓰레기장인지 모르겠다. 여기저기 죽은 물고기가 처참하게 널브러져 썩어가는 걸 보니 가슴이 아프다. 사람들 욕심에 죄 없는 물고기만 죽어가고 있다. 하루빨리 보 수문이 열려야 한다."

펄 속에 푹푹 빠지는 발목. 흐물흐물 썩어가는 물고기에서 풍기는 냄새가 강변을 뒤덮었다. 작은 막대를 짚고 앞서가던 최다니엘 수녀도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비 오듯이 쏟아지는 땀방울이 자꾸만 눈으로 파고든다. 30도까지 치솟은 폭염에 물먹은 솜처럼 자꾸만 몸은 무거워진다.

사용하지도 않은 축구장 시설물 교체

 백제보 우안에 수자원공사가 녹조 제거를 목적으로 볏짚을 추가로 물에 띄워 놓았다.
▲  백제보 우안에 수자원공사가 녹조 제거를 목적으로 볏짚을 추가로 물에 띄워 놓았다. ⓒ 김종술

백제보 상류 공원으로 이동했다. 수변공원은 온통 풀밭으로 변했다. 정부의 용역을 받아 4대강 사후 모니터링에 나선 조사단이 흙탕물로 뒤집힌 강물을 채수하고 있었다. 구명조끼도 걸치지 않는 조사단은 작은 고무보트에 의지해 강물을 건너다닌다.

최다니엘 수녀는 "두 사람이 타기에도 비좁아 보이는 보트에 세 사람이 타고 있네요. 보트가 출렁거리는 모습이 보는 것만으로도 위험해 보이는데, 구명조끼도 걸치지 않았네요. 사고는 한순간에 오는 것인데 안전을 위해서 더워도 조끼는 걸쳐야 하는 게 아닐까요"라고 안타까워한다.

부여 축협이라고 찍힌 대형 트랙터가 강변으로 들어왔다. 대형 칼날이 돌면서 키 높이까지 자란 잡초들이 사라진다. 물가에 다가가자 물 위엔 노란 펜스가 추가로 설치되어 있다. 물속엔 빨간 풍선엔 파란색 자루들이 물 위에 떠 있다. 확인 결과 녹조 제거를 위해 수자원공사가 볏짚을 추가로 설치한 시설물이다.

물속 버드나무 군락지의 버드나무는 앙상하게 말라 죽었다. 최근에 보수한 둔치는 빗물에 유실되어 무너져 내렸다. 시멘트로 만든 사각 흄관만 덩그렇게 남았다. 설치 이후 단 한 차례도 이용하지 않는 축구장의 잡풀은 말끔하게 정리해 놓았다. 기존의 낡은 골대를 철거하고 스테인레스 스틸로 만들 새로운 축구 골대가 들어섰다. 유진수 처장이 한마디 했다.  

"저도 축구장 이용하는 모습 단 한 번도 못 봤다. 오늘 둘러보니까 역시나 예전 강의 모습은 아닌 것 같다. 기본적으로 둔치 관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게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지천은 하상이 낮아지고 있다는 게 확연하다. 모래톱에서 서식하는 생물 종인 물고기의 숫자도 줄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둔치를 자연에 맡겨서 재자연화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최근 어도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장마때 수위가 올라도 물고기는 오르지 못하고 보 상·하류에 몰려있다. 결국, 어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공주보는 매년 세굴이 발생하여 보강 공사를 했지만, 파도치는 모습을 보아서 여전히 세굴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최다니엘 수녀가 한마디 거들고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4대강 수문개방 지시를 내렸는데 수자원공사는 수위를 낮추면 수력발전을 못 한다는 이유를 달았다. 그런데 장마기 물이 많아도 수력발전을 못 하고 있다. 물이 많아도, 물이 적어도 발전을 하지 못하는 시설은 결국 유지관리비용만 축내는 시설물이다."

훼손된 생태계 사라지는 생물들

백제보 하류 청양군 장평면 분향리와 부여군 규암면 금암리가 맞닿은 지천으로 이동했다. 이곳은 천연기념물 제533호 미호종개 서식지다. 미호종개는 하천 바닥의 가는 모래밭에서 서식하는 종으로 4대강 준설로 금강 본류에서는 자취를 감추고 지천에서 일부 발견되고 있다.

모래밭이 펼쳐진 낮은 물가에 사람들이 몰려와 있었다. 순천향대학교 어류조사팀과 이화여대 인턴연구원이 물고기와 곤충을 채집 조사를 하고 있었다. 물고기를 잡던 학생이 보여준 물고기는 모래 강에서 흔하게 잡히던 몸이 가늘고 긴 '?경모치'였다.

이 학생은 작년에 미호종개 60마리를 한꺼번에 관찰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오늘은 한 마리도 보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또 따른 학생은 모래밭이 있는 강변 물가에 곤충인 '길앞잡이'가 많았는데 4대강 사업으로 수위가 급격하게 변화면서 서식지가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최근 장맛비가 내리면서 공주보가 흙탕물로 뒤집혔다.
▲  최근 장맛비가 내리면서 공주보가 흙탕물로 뒤집혔다. ⓒ 김종술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공주시 우성면 죽당리다. 공주시가 공주보-오토캠핑장-억새단지를 연계하는 관광 벨트화를 목적으로 4대강 사업 과정에서 13만 평 규모에 39억 원을 투입 거대억새를 심었던 곳이다. 공주시는 지난해 완공 6개월 만에 관광객이 찾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시 5만 평 규모를 갈아엎었다. 그리고 지난해 5천만 원을 투입 청보리를 심어 놓았다.

거대억새를 갈아엎고 심어 놓은 청보리는 듬성듬성 이 빠진 형상이다. 잡풀이 뒤덮은 강변에서 청보리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야생동물의 배설물만 가득한 강변엔 사람이 다녀간 흔적은 없었다. 공주시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를 넣었지만, 담당자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지난해 공주시의회 배찬식 의원은 지난 제177회 시정 질문에서 "죽당리 억새단지는 공주보와 연계 관광 벨트화를 추진한 것인데, 식재된 억새는 거대억새로 높이가 4m나 되고 모양도 예쁘지 않아 관광 자원화가 불투명하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거대억새는 관광 자원화는커녕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 세금 낭비가 우려된다"고 지적했었다.

공주시 담당자는 지난해 인터뷰에서 "거대억새 조성과정에서 처음 검토가 잘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경관 조성사업을 재추진을 위해 5만 평 정도의 거대억새를 베어내고 청보리를 심어 인근 주민들이 청보리를 이용하여 체험이나 축제를 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라고 밝혔었다.

 4대강 사업으로 조성된 수변공원에 설치된 시설물은 이용자도 없이 썩어가고 있다.
▲  4대강 사업으로 조성된 수변공원에 설치된 시설물은 이용자도 없이 썩어가고 있다. ⓒ 김종술

4대강 사업 과정에서 조성된 거대억새단지는 보리밭으로 바뀌었다. 잘못을 덮기 위해 추가로 혈세만 낭비되고 있다. 청보리밭 축제를 하겠다던 공주시는 입을 다물었다. 전형적인 예산 낭비 사례로 꼽히는 곳이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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