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802256.html

이명박 정부가 전격 합의한 ‘공동환경평가절차’란?
등록 :2017-07-11 04:59 수정 :2017-07-12 15:27

[탐사기획] 미군기지이전 잃어버린 10년
2009년 합의한 공동환경평가절차
미군에 ‘최종권한' 쥐여줘
정보공개도 마음대로 못해

“이용준 외교부 차관보는 캐슬린 스티븐스 주미대사와 한 만찬 회동에서 ’정부가 바뀌면서 반환 미군기지에 대해 엄격한 환경 치유를 요구하는 시민단체가 금융 스캔들(2008년 환경운동연합 공금 횡령 사건 등)로 크게 약화됐고 환경부도 작년과는 딴판으로 꽤 협조적’이라며 이런 ’정치적 호기’를 놓친다면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스티븐스 대사는 공동환경평가절차(JEAP)의 최종 권한을 미군 지휘관이 보유하도록 확실히 해야한다고 말했다.” (2008년 11월, 위키리스크의 주한미국대사관 3급 기밀 자료 중)

“데이비드 세드니 미 국방부 아시아담당 부차관보의 서울 방문은 공동환경평가절차의 협상 성공 등 매우 긍정적인 소식으로 마감됐다”(2009년 3월, 위키리스크의 주미대사관 2급 비밀 자료)

“공동환경평가절차 도입 이래 반환 기지에 대한 한미간 환경협의에서 미군이 오염 정화 책임을 인정하고 치유 조치에 나선 적이 없다.”(2017년 6월, 한미 환경분과위 한국 쪽 김지연 위원장)

2009년 3월 한미 두 나라가 합의한 ’공동환경평가절차(JEAP)’ 승인 각서.
2009년 3월 한미 두 나라가 합의한 ’공동환경평가절차(JEAP)’ 승인 각서.

‘공동환경평가절차’란 2009년 3월 한·미간에 주한미군 기지의 환경오염 조사와 치유에 대해 합의한 절차를 뜻한다. 2001년 ’인간 건강에 대한 공지의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KISE)'이란 모호한 기준을 제시한 ‘환경보호에 관한 특별 양해각서’, 2003년 3단계 치유 절차를 합의한 ‘환경정보 공유 및 접근절차 부속서’에 이은 합의였다.

당시는 부산의 미군기지인 하야리야 캠프가 폐쇄된 지 2년반이 지났지만 환경협의 단계에서 막혀있던 때였다. 미군은 2006년 5월 기지 폐쇄를 앞두고 113일동안 75%정도 진행됐던 환경오염조사를 일방 중단시킨 뒤 2009년까지 한국 조사단의 기지 안 출입을 허용하지 않았다. 국내 토양환경보전법 수준의 조사 진행에 미군이 반대한 것이다.

조사가 다시 허용된 것은 2009년, 한미 두 나라가 캠프 하야리아 등 7개 반환 기지에 대해서만 ‘공동환경평가절차’를 적용하기로 합의한 뒤다. ‘공동환경평가절차’ 도입 뒤 한국 정부가 ‘오염 정화 비용을 덤터기 쓰는 구조’가 강화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선 이 절차는 미군이 제시하는 ’기본환경정보’에 따라 조사 계획을 세우도록 하고 현장조사를 ‘면적’과 ‘환경오염 수’에 따라 20~150일 사이에 진행하도록 정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면적이 53만㎡인 부산 하야리아의 경우 40~120일 사이에 조사를 마쳐야한다. 미국 내 군기지패쇄법에서 환경조사 기간을 6년으로 규정한 것과 대비된다.

또한 이 절차에 따라 한미 양쪽이 합의해야만 자료를 공개할 수 있게 돼 정보공개가 어렵게 됐다. 최근 용산 미군기지 내부 오염 조사 보고서에 대해 한국 정부가 계속해서 비공개 결정을 내리는 이유다. 녹색연합 등은 한미가 2015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벌인 용산기지 내부 조사 결과를 공개해달라 요청했지만 한국 정부는 미군의 반대를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 환경부는 1차 조사 결과를 공개하라는 대법원 판결까지 난 뒤인 지난 4월에야 한 페이지에 불과한 1차 조사결과를 공개했다. 지난달 2, 3차 결과도 공개하라는 법원 판결이 났지만 환경부는 미군의 반대 때문에 또다시 항소했다.

’인간 건강에 대한 공지의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KISE)'이란 모호한 기준을 바탕으로 한 ’위해성보고서’가 환경 협의의 절대적인 기준이 됐다. 이 절차에 합의한 뒤 한국 정부가 국내 토양환경보전법을 기준으로 치유 조치를 요구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협의가 끝나면 미군이 오염된 땅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더라도 기지 반환 완료 뒤 더이상 환경오염 책임을 묻지 못하게 된다. 공동환경평가절차가 도입된 뒤 미국이 치유 조치에 나선 적이 없기에 우리 정부도 지금껏 ‘합의된 치유초지 이행 뒤 검토의견 작성’ 업무를 해 본 일이 없다고 한다.

’공동환경평가절차(JEAP)’ 절차도. 이 절차에 합의한 2009년 이후 단 한번도 미군이 반환 기지에 대해 치유 조치를 하겠다고 나선 적이 없다고 한다.
’공동환경평가절차(JEAP)’ 절차도. 이 절차에 합의한 2009년 이후 단 한번도 미군이 반환 기지에 대해 치유 조치를 하겠다고 나선 적이 없다고 한다.

첫 시범 적용 대상이었던 부산 하야리아 캠프의 경우 환경오염 조사는 85일만에 끝났다. 2006년 조사 당시 849개 지점에서 토양시료 3532개를 채취했던 것에서 크게 후퇴해 2009년에는 321개 지점, 952개 토양시료만을 채취했다. 2010년 1월 외교부·환경부·국방부는 합동 기자회견을 열어 “부산 하야리아 미군기지 반환 협상이 공동환경평가절차에 따라 최종 타결됐다”며 “오염 면적이 전체의 0.26%로 매우 좁은데다 부산시가 조속한 반환을 요청해 3억 정도로 추산되는 치유 비용을 우리가 부담하기로 하고 협상을 빨리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반환 뒤 확인한 오염 면적은 전체의 17.96%에 달했고 한국 정부는 오염 정화 비용으로 143억을 쏟아부어야 했다.

당시 정부는 하야리아 캠프는 ‘시범 사례’로 다른 미군기지의 반환 협상과 무관하다고 밝혔지만 이후 공동환경평가절차에 따른 환경협의는 ‘불변의 법칙’이 됐다. 2010년 10월 42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 “공동환경평가절차가 기지 반환을 위한 양자간 협력을 촉진시키는데 유용하다는 것에 대해 동의했다”는 문구가 삽입됐다. 앞으로 반환될 미군기지에 모두 적용되는 원칙이 된 것이다. 이명박 정부 때 맺어진 이 ’기울어진 합의’는 오늘까지 유지되고 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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