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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가동 멈추면 전기요금 오른다고?
문재인 대통령이 사실상 ‘탈핵’을 선언하면서 전력 수급 구조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새 정부의 에너지정책 전환 성패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달려 있다.
신한슬 기자 hs51@sisain.co.kr 2017년 07월 06일 목요일 제511호


문재인 대통령이 6월19일 부산 기장군에서 열린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기념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6월19일 한국 최초 원자력발전소 고리 1호기가 가동을 멈췄다. 1978년 4월29일 준공 이후 39년 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6월19일 부산 기장군에서 열린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기념식에 참석해 “고리 1호기의 가동 영구 정지는 탈핵 국가로 가는 출발이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사실상 ‘탈핵’을 선언한 것이다. 이전 정부에서 결정된 고리 1호기 폐쇄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문 대통령은 준비 중인 신규 원전 건설계획 전면 백지화(경북 울진 신한울 3·4호기, 경북 영덕 천지 1·2호기 등 6기), 현존하는 원전의 설계 수명 연장 중지, 2015년 한 차례 수명을 연장한 경북 경주의 월성 1호기 폐쇄 등을 약속했다. 현재 건설 중인 울산 울주군 신고리 5호기와 6호기에 대해서는 “안전성·공정률·투입 비용·전력설비 예비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빠른 시일 내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라며 문 대통령은 건설 중단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대통령의 표현대로 “국가 에너지 정책의 대전환”이다. 최근 10년간 정부는 일관되게 원자력발전 위주의 에너지 공급 계획을 세웠다. 한국이 장기적인 국가 에너지정책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 것은 노무현 정부 말기(2006년) 에너지기본법이 제정되면서부터다. 이 법에 따라 정부는 향후 20년간 에너지 이용을 결정짓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5년마다 세워야 한다. 2008년 이명박 정부 들어 수립된 제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2007년 전체 전력설비 중 27%를 차지하는 원전 설비 비중을 2030년 41%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온실가스를 발생시키지 않는 원자력발전을 핵심 에너지원으로 삼겠다는 내용이었다.

박근혜 정부도 원전 중심의 에너지 계획을 유지했다. 2014년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 2035년 원전 설비 비중 목표를 기존 41%에서 29%로 하향 조정했다. 이명박 정부 때보다는 원전 설비 비중이 줄었지만, 여전히 원전 약 18기(추정치)를 새로 건설하는 목표를 내세웠다. 당시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 등 시민단체가 “원전 비중 축소를 내걸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확대하고 있다”라며 비판한 이유다.

지난 10년간 탈핵을 주장하는 사회 여론은 점점 커졌다. 두 차례 지진이 계기였다. 첫 번째는 2011년 3월11일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일으킨 동일본 대지진이다. 이듬해 한국 대통령 선거에도 영향을 끼쳤다.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신규 원전 건설 중단을 공약했다. 당시 문 후보는 원자력 확대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탈핵 로드맵을 밝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후보도 원전 추가 건설이 바람직하지 않으며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5년 후, 또 한 번 지진이 일어났다. 이번에는 국내였다. 지난해 9월 경북 경주에서 계측 이후 최대 규모의 지진(규모 5.8)이 발생했다. 경주는 월성 1~4호기, 신월성 1~2호기 등 원전 여섯 기가 밀집된 지역이다.

경주 지진은 원전 축소 여론에 힘을 실어주었다. 19대 대통령 선거 후보들의 공약에 원전 축소나 탈핵 공약이 반영됐다. 주요 후보 5명 가운데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가 신규 원전 건설 중단, 노후 원전 수명 연장 재검토 및 원전 정책 재검토를 약속했다.

원전 가동 멈추면 전기요금 오를까?

문재인 정부의 로드맵이 현실화된다면 앞으로 전력 수급 구조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계획대로 신규 원전을 건설하지 않고 노후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지 않는다면, 5년 뒤인 2022년 월성 1호기를 시작으로 2029년까지 현재 가동 중인 원전 25기 가운데 11기가 설계 수명을 다한다.


ⓒ시사IN 최예린

현재 전체 전력 생산 설비 중 원자력발전 설비 비중이 21.8%(2016년 기준)를 차지하다 보니 원전 11기가 가동을 중단하면 전력 수급 차질이나 전기요금 인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학계와 시민단체에는 이런 우려가 탈핵의 정당성을 꺾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는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주요 근거는 최근 4년간 전력 수요 증가율이 정부의 예측치를 밑돌아 그간 전기가 남아돌았다는 점이다. 정부가 예측한 2014년 대비 2015년 전력 수요 증가율은 4.3%였으나 실제 증가율은 1.3%에 그쳤다. 2013년 대비 2014년 전력 수요 증가율 예측치가 4.7%였지만 실제 증가율은 2.6%였다. 박진희 동국대 교수(탈핵에너지교수모임 공동상임대표)는 “지난 정부는 앞으로 전기를 많이 쓸 것이라고 보고 신규 원전 설립 계획을 세웠다. 이 같은 비현실적인 수요예측에서 벗어나 수요를 조절하면 전력 수급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원전 가동을 멈추면 전기요금이 오르지는 않을까?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문재인 정부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로 늘린다고 가정할 때, 2030년에는 발전 비용이 2016년 실적치 대비 21%(약 11조6000억원) 증가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발전 비용이 전기료 상승을 견인하겠지만 상승 비용이 ‘폭등 수준’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한재각 운영부소장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전기료 폭등’ 주장은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 재생에너지 발전 기술이 향상되면 예상외로 전기요금이 많이 오르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미세먼지와 원전 사고의 공포에서 벗어난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를 위해 일정한 부담을 치를 수 있다는 국민적 공감대는 마련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가계의 전기요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안을 언급하기도 했다.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미국·독일·오스트레일리아·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이미 태양광발전의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재생에너지의 전력 생산 단가가 전통적 에너지의 전력 생산 단가와 균형을 이루는 순간)’에 도달했다. 발전차액지원제도(신·재생에너지 전력 단가가 기준 가격 이하일 경우 차액을 지원하는 제도)나 의무할당제도(에너지 사업자에게 공급량의 일정 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를 갖추었다.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정책 전환 성패도 이런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면서 탈핵 국가로 나아가려면 석탄 화력발전에 기댈 수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미 임기 내 노후화된 석탄 화력발전소 10기를 폐쇄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이상훈 소장은 “관련 기술 발전도 중요하지만 일부 지역에서 재생에너지 시설이 ‘민원 시설’로 여겨지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의 이익을 지역 주민들과 공유할 방안을 찾아, 주민으로부터 환영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다”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는 발전시설과 관련해 주민들이 결정권을 발휘할 법적 장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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