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Tenman/report_last.aspx?CNTN_CD=A0002343086

물 빠진 금강, 종잇장처럼 구겨진 캠핑카
[김종술 금강에 산다] 산처럼 내려오는 쓰레기, 백제보 수문 열어 흘려보내
17.07.17 17:29 | 글:김종술 | 편집:김준수 


▲ 수자원공사 전국 요트경기장에 세워져 있던 캠핑카가 강물이 불어나면서 떠내려와 콘크리트 구조물에 걸려있다. ⓒ 김종술

17일, 장맛비가 소강상태에 빠지면서 금강의 수위가 낮아지고 있다. 물 빠진 강변은 처참하게 변했다. 상류에서 떠내려온 캠핑카는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자전거도로는 물에 잠기고 유실된 보 시설물이 떠내려가면서 쓰레기적치장으로 변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공산성이 보이는 미르섬(하중도)은 폭탄을 맞은 듯 처참하게 망가졌다. 오리배 선착장은 쓰레기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밀려났다. 갈대밭에는 온갖 쓰레기가 쌓였다. 공원 관리를 위해 차량이 드나들던 곳은 움푹 파였다. 

다가오는 21~22일 '공주 밤사 8090 뮤직 페스티벌' 행사를 위해 공주시가 조성한 꽃들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게 망가졌다. 일부 시설물은 뜯겨 나가고 훼손됐다. 강변에 심어 놓은 조경수는 쓰러지고 땅속 깊이 묻어둔 전선까지 밖으로 드러났다.


▲ 수자원공사 전국 요트경기장에 세워져 있던 캠핑카가 강물이 불어나면서 떠내려와 콘크리트 구조물에 걸려있다. ⓒ 김종술

공주대교 밑에는 지난 2008년까지 시민들의 식수를 끌어 올리던 폐 콘크리트 취수관이 있다. 상류 4km 지점 왕촌천 강변에 세워져 있던 캠핑카는 종잇장처럼 구겨져 폐취수관에 아슬아슬 걸려있다. 부서진 틈으로 쏟아져 나온 취사도구까지 눈에 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지난해 조정경기가 벌어졌던 상류 강변에 세워져 있던 캠핑카인데, 가끔 사람이 들락거리는 모습을 봤다"고 제보했다. 혹시나 안에서 누군가 잠을 자다가 사고를 당했을까 하는 생각에 기자는 119에 신고했다.

현장에 나온 구조대는 아직도 물살이 빨라서 접근하기 힘들다며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차적 조회를 통해 인근에 사는 차량 주인이 현장에 도착했다. 그는 "지난번 장맛비가 내릴 때도 차량에서 잠을 잤다. 그때는 이렇게 물이 불어나지 않았다. (강변 주차장) 거기까지 물이 차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가 화를 당했다"고 안타까워 했다.


▲ 물에 잠겼던 세종보의 수위가 낮아지면서 자전거도로와 산책로가 펄밭으로 변했다. ⓒ 김종술

세종보로 이동했다. 주차장에서 세종보로 가는 길목에 출입금지 표지판이 세워졌다. 자전거도로와 산책로가 물에 잠겼다 빠졌다. 발목 높이까지 펄이 쌓였다. 질퍽거리는 펄밭에 걸어 들어갔다. 마리너 선착장 부근은 집채만 한 쓰레기가 몰려들었다.  

수력발전소에 쓰레기가 잔뜩 걸렸다. 부유물 차단을 위해 설치한 펜스도 끓어져 버렸다. 일부 시설물은 뜯기고 휘어졌다. 발전소 입구 바닥은 자갈이 씻겨나가면서 땅속에 묻혀있던 바윗덩어리가 드러났다. 취재가 시작되자 수자원공사 세종보 담당자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공주보 좌안 주차장과 쌍신공원 주차장은 통제되었다. 출입구를 노란 테이프로 칭칭 감아 놓았다. 하류 검상동 조정연습장으로 이동했다. 물이 빠지면서 바닥을 뒤덮고 있는 펄들을 쓸어내기 위해 선수들이 나와서 청소하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분주하다. 

선수단 관계자는 "어젯밤에 물이 순식간에 불어났다. 급하게 장비들을 철수시켰다. 다행히 선착장 일부가 끊어진 것 외에는 별다른 피해가 없다"고 말했다. 

건너편 공주보에서 예당저수지로 물을 가져가기 위해 공사가 진행 중인 도수로 현장도 물이 빠지고 있다. 물속에 잠겼던 자재들이 드러나고 있다. 강변에 설치된 자전거 도로도 물에 잠기고 물고기 놀이터로 변했다. 출입 차단 펜스가 내려진 곳도 있지만, 상당수는 안전 펜스가 없다. 취재 도중에도 자전거를 타고 오던 이용객들이 급하게 브레이크를 잡는 소리가 들린다.

수문 열자 쓰레기가 떠내려갔다


▲ 공주시 이인면 만수리 용성천 입구까지 자전거 도로에서 이용객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 김종술

공주시 이인면 만수리 용성천 자전거도로도 물에 잠겼다. 장화를 신고 들어가 보았다. 무릎까지 펄이 쌓이고 미끈거린다. 공주보 가동보의 수문이 열렸다. 콘크리트 고정보에 쌓여있던 집채만 한 쓰레기들이 떨어져 나갔다. 

백제보로 내려갈수록 강물은 온통 쓰레기 천지다. 공주보에 걸려있던 쓰레기가 수문이 열리면서 떠내려가는 것이다. 이층집 규모의 쓰레기 더미도 보인다. 백제보 상류 왕진교 다리에도 공주보에서 떨어져 나간 부유물 차단 펜스가 걸리면서 집채만 한 쓰레기 더미가 쌓이고 있다.

"상류에서 떠내려오는 쓰레기를 하류로 흘려보내기 위해 수문을 열었네요. 쓰레기가 걸릴까 봐 수문을 연 행동이 참 속 보입니다."

그동안 꽁꽁 닫혀 있던 백제보 수문을 최대치로 올려놓은 걸 보고서 동행 중인 성가소비녀회 최다니엘 수녀가 한마디 한다. 공중에 떠오른 수문 때문인지 물살이 빠르다. 상류를 뒤덮은 각종 쓰레기가 순식간에 쓸려 내려간다. 원앙 한 마리가 빠른 물살에 쓰레기를 타고 내려간다.  


▲ 4대강 사업으로 조성된 자전거 도로 곳곳이 물에 잠겼다. ⓒ 김종술


▲ 물이 빠지면서 상류에서 흘러든 쓰레기가 세종보 수력발전소에 걸려 있다. ⓒ 김종술


▲ 공주보 하류에서 예당저수지로 물을 가져가기 위해 공사 중인 도수로 공사장 자재들이 물속에 잠겨있다. ⓒ 김종술


▲ 조정경기 연습장의 선착장이 끓어져 선수들이 복구하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 김종술


▲ 공주시 이인면 만수리 용성천 입구까지 자전거 도로에서 이용객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 김종술


▲ 세종보와 공주보 수력발전소에 설치되어 있던 차단 펜스가 유실되어 하류로 흘러가고 있다. ⓒ 김종술


▲ 쓰레기가 둥둥 떠내려가는 물속에서 원앙 한 마리가 힘겹게 헤쳐나가고 있다. ⓒ 김종술


▲ 상류에서 떠내려오는 쓰레기를 구경하기 위해 백제보에 난간에 기대어 있다. ⓒ 김종술


▲ 끊어진 수자원공사 설치한 부유물 차단 펜스와 함께 집체만한 쓰레기가 흘러가고 있다. ⓒ 김종술


▲ 강물엔 집채만 한 쓰레기들이 흘러 다닌다. 강변 제초작업 후에 방치된 잡초와 쓰레기가 뒤엉켜 있다. ⓒ 김종술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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