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의 유훈, "진정 승리하고 싶은가"
"반성없이 반MB 정서때문에 집권하면 다시 좌절 올 수도"
2011-12-30 07:04:46           

30일 새벽 타계한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은 병세가 악화되기 직전인 지난 9월20일, 한 편의 칼럼을 썼다. 인터넷신문 <한강타임즈>에 쓴 '일본을 생각한다'라는 글이다. 그후에도 한편의 칼럼을 더 썼었으나, 평생을 국민과 서민을 위해 살아온 고인의 '마지막 유훈'이 담긴 글은 이 칼럼으로 보인다.

고인은 위안부 문제를 외면하는 일본의 몰락을 조목조목 지목하는 것으로 글을 시작했다. 

그는 "봄에 발생한 대지진과 쓰나미, 후쿠시마 원전 사고, 그리고 중국에 추월당한 국제적 위상과 최근의 신용등급 강등은 여러 측면에서 측은지심을 불러일으킨다"며 "일본은 왜 이렇게 되었을까. 여러 원인이 있다. 그 중 세 가지를 주목한다. 신자유주의, 탈아입미(脫亞入美), 관료주의"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선 신자유주의와 관련, "90년대부터 미국을 모방해 시작된 일본의 신자유주의는 고이즈미 전 총리시절 정점에 이르렀다. 그 오랜 신자유주의의 결과는 2008년 금융위기, 그리고 2011년 재정 악화와 신용등급의 강등"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일본의 외교정책과 관련해선 "두 번째로 미국을 추종하는 ‘탈아입미’ 노선이 일본의 발목을 잡았다. ‘탈아입미’는 미국이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었던 20세기 후반에 유용했지만 21세기엔 그렇지 않음에도 일본은 변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 관료주의와 관련해선 "마지막으로 관료주의에의 포획이 문제다. 사실 일본에서 신자유주의와 ‘탈아입미’ 노선은 관료를 통해서 전파되고 계승된다. 20세기 일본경제신화의 주인공인 관료들은 21세기 일본의 재앙이 되어있다"고 관료 망국을 강조했다.

고인이 이처럼 일본의 몰락 원인을 분석한 것은 우리 얘기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일본의 일은 남의 일이 아니다. 일본이 측은한 만큼 우리의 처지도 애처롭다. 이명박 정부의 미국에 몰입하는 외교노선과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추진, 그리고 관료에 포획된 정치라는 상황은 일본과 비슷하다"며 "그리하여 일본과 비슷한 일들이 한국에서도 벌어진다. 과도한 친미외교로 대외 영향력의 약화, 양극화의 심화와 재정의 악화, 관료를 극복하지 못하는 선출된 권력의 무력감이 한국에도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만약 이런 추세가 지속되고 한나라당의 노선과 정책이 혁명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채 박근혜 전 대표가 정권을 잡는다면 한국의 제2의 일본화는 더 가속될 것"이라며 정권 탈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고인은 그러나 민주당 등 민주진보진영에게도 엄중한 질문을 던진다.

그는 "문제는 민주당이다. 솔직히 이명박 정부는 민주당 10년의 민심이반으로 탄생했다"며 "김대중·노무현 정부시절 IMF위기 극복 등의 여러 이유로 신자유주의가 한국에 깊이 뿌리 내리게 되었음을 인정하고 반성해야한다"고 일갈했다. 민주당 10년과 함께 해온 자신에 대한 자성이자, 민주진보진영에 대한 자성 촉구였다. 

그는 다음과 같은 경고로 글을 끝맺었다.

"그러한 반성과 성찰 속에 집권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비전과 대안이 명확하지 않은 채 반MB정서 덕분에 정권을 잡는다면 다시 정체와 좌절이 찾아올지 모른다. 진정 승리하고 싶은가!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되돌아보고 성찰로 김대중·노무현 정신을 계승하자. 대선에서의 승리를 함께 모색해야하듯이 승리 이후의 비전과 대안에 대해서도 함께 길을 찾자. 우리를 먼저 열어야 승리도 우리에게 길을 열어줄 것이다."

'거인' 김근태다운 유훈이자 경고였다. 우리시대에 남긴 무거운 숙제이기도 하다.

박태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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