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41730


국정농단 서막 드러낸 그들, 이번엔 MB의 '민낯' 밝히나
[미디어 톺아보기 23] <세계일보> 문건팀의 고난과 투혼
17.07.14 10:41 l 최종 업데이트 17.07.14 10:41 l 박주현(parkjh)

 지난 10일자 <세계일보> 보도 내용
▲  지난 10일자 <세계일보> 보도 내용 ⓒ 세계일보 기사 캡처

"현 정권은 사장인 나를 포함해 편집국장과 기자들을 상대로 소송전을 벌였고, 통일교를 압박해 나를 해임토록 했다. 이는 언론과 종교에 대한 탄압이다."

지난해 11월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여러 가지 의미가 함축됐다. 박근혜 정권이 광장의 촛불 앞에 거센 퇴진요구를 받으며 풍전등화의 운명에 놓였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으면 또 어떤 보복을 당했을지 모를 위험한 수준의 발언이다. 

돌이켜보면 조 전 사장 체제의 <세계일보>는 2014년 11월 28일 대한민국 정치권은 물론 전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을 특종보도를 하고도 거센 역풍을 만났다. 

당시 <세계일보는> 1면에 '정윤희 '국정 개입'은 사실'이라는 특종기사와 3면(비선실세그룹 '십상시' 국정 정보 교류·고위직 인사), 그리고 4면(대통령 박근혜 만들기' 헌신했던 핵심 그룹) 등에 관련 내용을 보도해 큰 파장을 남겼다. 

그러나 당시 특종을 보도한 <세계일보> 회장은 취임 50여 일 만에 교체되고, 보도 후 2개월여 만인 2015년 2월 조한규 당시 사장은 경질됐다. 후폭풍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특종보도를 한 3명의 기자가 사표를 냈다가 동료들의 만류로 돌아왔고, 언론사 모그룹(통일그룹) 관련 회사들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가 실시됐다. 청와대는 즉각 <세계일보>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세상에 드러내면 절대로 안 될 정권의 역린을 건드린 것이다. 때문에 실로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최순실씨의 전 남편이지만 당시 비선실세로 세간에 알려진 '정윤회씨와 십상시(청와대 문고리 삼인방 등 최고 권력 측근들)'의 국정개입 사실을 감히 언론사가 건드린 것이니 얼마나 밉보였겠는가.

당장 '찌라시' 수준으로 매도됐지만, 이 기사가 나가고 언론사 회장을 비롯한 사장과 해당 기자들이 자리를 떠났다. 문건 유출 인물로 지목된 경찰공무원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다른 동료 공무원들도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거나 재판에 넘겨졌다고 한다.

권력은 영원하고 진실은 유한할 것이란 착각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결국 박근혜 정권은 그 후 2년여 만에 임기를 다 채우지도 못하고 거센 '촛불 민심'에 떠밀려 퇴출당하고 말았다. '찌라시' 취급하며 손사래를 치고 부정하기 바빴던 그 문건들. 그러나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그 문건들이 그들에 의해 하나둘 세상에 밝혀지기 시작했다. 

2년 6개월 만에 또 드러난 권력의 '그늘'

당시 <세계일보> 특종보도를 했던 기자들은 그토록 권력이 감추려 했던 역린과 뇌관을 다시 세상에 들춰내고 있다. 2014년 11월 엄청난 파장과 후폭풍을 몰고 왔던 '정윤회 문건'을 보도했던 문건팀의 조현일·박현준 기자와 김민순 기자 등이 합류한 특별취재팀이 최근 잇따라 음습한 권력의 거래가 담긴 문건들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들은 지난 10일부터 연 사흘간 많은 지면을 할애해 국가정보원(국정원)의 18대 대선 개입과 여론조작 정황들을 세부적으로 공개했다. 이번에 드러낸 문건들이 겨누고 있는 인물들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 당시 청와대 실세 참모들이란 점에서 주목을 끌 만하다. 

국정원 '댓글' 전 청에 'SNS 장악' 보고서 올렸다 – 1면
"유명인·매체 총동원 국민 머릿속 바꿔라" 구체 계획 - 4면 
"2040 투표 독려 못하게"… 탈법 거침없이 제안 - 4면
여론조작 '종합판'… 상당 부분 현실화 - 4면
필승전략에 가려진 '정치관여 금지'… 선거 개입 논란 - 5면
청 행정관 '정치 욕심'에 문서 715건 빼돌려 - 5면

지난 10일 <세계일보>가 문건들을 분석해 내놓은 기사의 제목만 봐도 살아 있는 권력이 선거에 어떻게 개입했는지를 가늠케 한다. 특히 이들은 국정원이 지난 2011년 10.26 재보궐선거와 2012년 19대 국회의원 선거, 18대 대통령 선거 전후로 'SNS의 선거 영향력'을 분석하고 '온·오프라인 역량을 총동원해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장악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문건을 공개했다. 

2012년 대선 과정에서 국정원과 청와대가 여론조작 및 선거 개입에 연루된 정황이 드러난 문건이라 가히 충격적이다. <세계일보>는 이번 문건공개 보도를 통해 당시 청와대 최고 '윗선'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지목한 점이 눈에 띈다. 

<세계일보> 취재팀은 2015년 이른바 '정윤회 문건' 재판이 진행되던 중 정무수석실 행정관 모씨가 유출한 청와대 보고서 715건 중 일부를 입수했다고 문건 입수 경위도 공개했다. 

MB와 원세훈, 왜 '모험'을 시도했을까?

신문이 밝힌 문건과 메시지는 크게 두 가지다. ▲ 해당 보고서를 어느 조직이 작성했고 작성을 지시한 '윗선'의 정체,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집권 여당 지도부에 보고됐는지 여부 등이 규명돼야 한다는 점 ▲ 당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개입 정황이 문건 상에서 짙게 드러난 만큼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는 점이다.

<세계일보>는 11일에도 특종 보도를 이어갔다. 제목만 봐도 섬뜩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국정원, 야정치인 '사찰' 검·경 표적수사도 종용 - 1면
'국정원 탈·불법' 청서 컨트롤타워 역할 의혹 - 4면
보고서마다 18대 대선 언급… 검·경에 '야 선거사범 - 4면
'대통령님 지시' 언급… MB 관여했나 - 4면
국정원 야 정치인 사찰 - 4면
검, 문건 작성·유통 경위 수사 가능성 - 5면
사찰 전담조직 존재 여부·여론조작 지시 배후 누구일지 - 5면
국정원 개혁의 중요성 입증한 SNS 장악 보고서 - 사설

이들은 국정원이 2012년 19대 국회의원 선거와 18대 대통령 선거에 관여하고, 야당 정치인의 동향을 사찰해 야권의 표적수사를 종용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한 사실이 담긴 문건을 공개했다.

무엇보다 '선거질서 확립'(3쪽 분량)에 관한 보고서는 청와대와 국정원, 검찰, 경찰 등 이른바 '살아 있는 권력'의 추한 민낯을 드러냈다. 관련 보고서에는 '10.26 재보궐선거 이후 야권·좌파가 자행한 선거법 위반 행위를 검찰·경찰이 일벌백계식으로 엄단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더 큰 충격을 준다. 

게다가 검찰과 경찰의 타깃이 된 야권 인사들의 수사 현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2쪽 분량의 문건은 그동안 소문으로만 나돌았던 사찰이 전방위적으로 이뤄졌음을 증명한다. 

국정원 SNS 문건 의혹, MB도 피할 수 없다

<세계일보>는 12일에도 관련 보도를 이어갔다. 신문의 문건폭로 보도가 사흘째 이어지면서 결국 표적의 종착지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한다.

청와대에 올린 국정원 보고서 검, 당시 "MB에 보고 - 1면
문건 최종 종착지 'MB' 정황 - 4면
700여건 보고서 쥐고도 눈감은 검찰… 고의 은폐했나 - 4면

이날 신문은 "검찰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장악' 보고서를 포함한 국정원의 청와대 보고서 가운데 일부가 '김효재 정무수석비서관의 선별을 거쳐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됐다'는 취지의 전직 청와대 행정관 진술을 확보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검찰이 이런 물증과 진술을 확보한 시점은 2012년 8월로, 국정원 댓글 사건이 발생하기 약 4개월 전인 셈이다. 

종합하면, 국정원 댓글사건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었다. 이명박 정권은 재임 기간 중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위산업)비리로 천문학적인 국민혈세를 낭비하거나 빼돌린 것도 모자라 청와대, 국정권, 검찰 등 최고 권력기관을 동원해 선거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낙하산' 사장 인사로 방송의 제 기능을 무력화하고 구성원들을 길거리로 내몬 데 이어, 국민적 지탄과 시민사회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보수 매체들의 종합편성채널에 날개까지 달아줘 '권력의 우군'으로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공영방송을 비롯한 보수언론으로도 모자라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를 장악해 권력을 유지하고 승계하는 데까지 악용하려 했으니 민주적이고 정의로운 나라 운영이 이뤄질리 있었겠는가. 이제 이 전 대통령과 당시 국정원을 지휘했던 원세훈씨 등으로 향하고 있는 적폐청산의 화살은 되돌릴 수 없게 됐다. 권력의 가면을 쓰고 그들이 자행한 추악한 민낯을 모두 밝히고 청산할 차례다.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