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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이 대체 몇 년 전"이라는 당신께 바칩니다
[리뷰] 다시 보는 영화 , BBK부터 4대강까지 적폐를 고발하다
글 강동희(sympathie) 편 집곽우신(gorapakr) 17.08.09 15:22 최종업데이트 17.08.09 15:23 
 

ⓒ 스튜디오느림보

"할 일이 정말 없나 보다. 이명박 정권이 대체 몇 년 전 일인가."

국정원이 이른바 '댓글 공작 사건'에 개입됐다는 사실이 국정원 적폐청산 TF를 통해 확인되자 이명박의 측근이 했다는 말입니다. 글쎄요. 이명박 때문에 안 해도 될 일을 하는 사람들한테 '할 일이 없나 보다'라는 말이 적절한지 저는 되묻고 싶습니다. 그리고, 대체 몇 년 전 일이냐는 푸념엔 그것이 '바로 오늘의 일'이라는 대답을 들려주고 싶군요.

아직도 이명박이 뭘 그렇게 잘못했냐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분들께 보여드리고픈 영화 한 편을 소개합니다. 분량도 65분밖에 안 되니 딱 좋습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 MB의 추억 >입니다.

이명박 정권이 끝나고 만들어진 이 영화는 첫 장면부터 끝날 때까지 이명박 대통령의 후보 시절 유세를 보여줍니다. 그러면서 그 유세 내용과 지극히 거리가 먼 임기 종료 직후의 현실을 교차하여 보여주죠. 바로 이 '충돌'이 영화가 정치적으로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 그리고 이 영화가 한 편의 영화로써 사용하는 영화적 장치의 전부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유세차량에서 "1년 내내 그 BBK인가 뭔가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며 '하소연'하는 그를 보여줍니다. 그리고는 바로 그 뒤로 'BBK라는 투자자문회사를 만들었습니다'라는, 주어가 없는 것으로 유명한 그 동영상 자료를 붙여서 내보내요. 거기에 대한 공격은 난데없이 박근혜가 담당합니다. 대선후보 경선 시절의 박근혜가 등장, 그 일로 자살하신 분도 계시다며 목소리를 높여요.

쉽게 생각하면 요즘 유행하는 케이블 리얼리티 프로그램 방송들의 '악마의 편집'을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차이라면 리얼리티 쇼의 편집은 없는 갈등을 만들어 내거나 한 개인의 인성 등을 왜곡하는 반면 이 영화의 짓궂은 편집은 이명박이 저지른 실정과 부패, 그 역사적 '사실'들을 더 선명히 드러내 보이는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편집만으로 BBK부터 4대강까지 그의 온갖 실정들이 적나라하게 펼쳐집니다.

보다 보면 잊고 살았던 '명박산성'같은 단어들을 오랜만에 듣게 됩니다. 이 글을 쓰는 저도 잊고 있었습니다. 무능과 부패로 수십 명을 세월호에 잠들게 하고, 비선 실세를 들여 국정을 농단하고, 대기업으로부터 수백억대의 뇌물을 주고받는 등 이후 들어선 정부의 업적이 너무나 화려했기 때문이죠. 이렇게 우린 더러운 것 위에 더욱 더러운 것을 덮어 지나간 더러운 것을 잊어가고 있었고, 측근이란 자의 입에서 '대체 몇 년 전 일인데' 따위의 뻔뻔한 소리가 나오도록 허락하고야 말았습니다.

영화적 완성도에 대해서는 후한 점수를 주긴 어렵겠습니다. 한 편의 영상물이 제대로 된 다큐멘터리 하나가 되려면 편집 이상의 것들이 필요한데, 지금 완성된 작품은 아주 기본적인 해설과 교차편집 외에는 다른 영화적 장치를 거의 두고 있지 않거든요. 작품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영화'라고 볼 수 있는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작품은 다큐멘터리로서의 완성도와 별개로 사료로서의 구실을 철저히 합니다. 그가 경제 성장 7%를 이룩하겠다고, 잘 사는 사람 붙들어 내리지 말고 잘 사는 사람 더 잘 되게 해주면 일자리는 생기는 거라고 연설하는 꼴을 보고 있노라면 속에 천불이 나면서도 이런 기록이 있다는 점에 감사하게 되지요.

다시 한번 말합니다. 이명박 정권이 도대체 몇 년 전 일이냐고요? 아직 십 년도 안 됐고 공소시효를 다하지 못한 사건들은 여전히 활어처럼 펄떡입니다. 오늘의 일인 겁니다. 이명박 정권이 먼 옛날처럼 보이는 것은 우리가 그만큼 잊었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라도, 먼지 낀 사료들을 뒤져서라도 우리는 책임 있는 자에게 책임을 다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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