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v.media.daum.net/v/20170814100159269

[내일은 광복절, 그러나①]도요토미·명성황후 시해 칼 보관 日 신사서 소원비는 한국인들
입력 2017.08.14. 10:01 수정 2017.08.14. 13:55 


-日침략 상징 ‘신사’…韓 관광객, 봉납ㆍ발원
-日 여행객 최대…일부 ‘역사 인식 부재’ 비난
-전문가 “과거사 정확한 인식 속 문화체험을”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올해 여름 휴가기간 오사카성에 관광차 방문한 직장인 서두원(32) 씨는 성 앞에 위치한 도요쿠니신사(豊國神社)를 둘러보다 마음이 답답해졌다. 바로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기리기 위해 건설된 이 신사에 봉납된 에마(絵馬ㆍ소원을 빌거나 빌었던 소원이 이뤄진 사례로 말 대신에 신사나 절에 봉납하는 말 그림 액자)들 때문이었다. 이곳에 있는 에마 가운데선 자신과 가족의 건강ㆍ취업ㆍ재물운은 물론, 남북통일 등의 소원을 비는 내용이 한글로 적힌 것들이 많았다. 서 씨는 “무고한 수백만명의 조선 양민들을 학살한 도요토미를 기리는 신사라는 것을 제대로 알지 못한 한국인 관광객들이 에마를 봉납하는 것은 물론이고 신사 입구에 위치한 도요토미 상을 보고 ‘멋있다’를 연발하며 셀카를 찍는 것도 보기에 좋지 않았다”며 “단순히 일본 풍습이라 쉽게 여기기 보다 역사적인 의미를 제대로 알고서 관광을 즐겨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과거 일본의 한반도 침략을 상징하는 장소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이를 방문하는 한국인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후쿠오카에 위치한 구시다신사(櫛田神社) 내 에마(絵馬) 봉납 장소. 명성황후를 시해하는 데 사용된 ‘히젠토(肥前刀)’라는 칼이 보관된 이곳에는 자신과 가족의 건강ㆍ취업ㆍ재물운은 물론, 남북통일 등의 소원을 비는 내용이 담긴 에마들이 가득했다. [출처=독자 제공]

72주년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올해 1~6월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339만5900명이다. 전년 동기 대비 42.5% 증가한 수치로 역대 최고치다. 한국인은 6월 한 달에만 56만8900명이 일본을 방문해 전체 외국인 중 가장 많았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일본 정부가 목표로 삼은 한국인 관광객 600만명 유치도 조기에 달성할 것이란 전망이다.

오사카 도요쿠니신사와 비슷한 경우는 다른 곳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후쿠오카에 위치한 구시다신사(櫛田神社)는 명성황후를 시해할 때 사용된 ‘히젠토(肥前刀)’라는 칼이 보관된 곳으로 한국인들에게는 일제 침략의 아픈 상처가 남아있는 곳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후쿠오카를 여행하는 한국인들이 이곳을 많이 찾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 담긴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에마를 봉납하거나 기도를 하는 한국인들도 많다. 지난 2월 가족들과 함께 이곳을 방문했던 대학원생 송모(25) 씨는 “심지어 한국 국가대표 선수로 선발되게 해달라는 소망을 담은 에마가 이곳에 걸려있기도 했다”며 “일본 풍습을 체험하고 본인의 소망을 비는 것은 문제가 없겠지만, 이같은 행동을 한 곳이 담고 있는 역사적 의미에 대해 한번 정도 생각해봤어야 한다”고 했다.

일본 정부가 과거 제국주의 시절의 침략 역사를 축소ㆍ은폐하거나 미화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고,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인 관광객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문제는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 현실이다.


일본 다자이후(太宰府)시의 텐만구(天満宮)신사에도 한글로 쓰인 에마를 쉽게 볼수 있었다.

도쿄를 여행하는 한국인 관광객의 필수코스처렴 여겨지는 야스쿠니신사(靖國神社)의 경우 여전히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을 민간인 희생자 및 강제징용 희생자와 함께 합사해 마치 그들을 전쟁의 피해자인 것처럼 미화하고 있다. 특히, 신사 경내에 위치한 전쟁기념관 ‘유슈관(遊就館)’에서는 각종 침략 전쟁을 성전으로 둔갑시켰고 난징학살을 치안유지를 위한 행위로 미화하는 것은 물론, 제2차 세계대전의 책임을 묻는 도쿄재판을 패전국에 대한 승전국의 야만적인 복수라며 왜곡하고 있다.

여기에 일본 제국주의 시절 강제징용의 역사를 의도적으로 감추고 있는 하시마섬(端島ㆍ군함도)도 대표적인 경우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프랑스인 가브리엘(45) 씨는 “다크투어리즘은 가해자측이 과거 잘못을 사실 그대로 드러내고 이에 대해 철저하게 반성하는 태도가 기반이지만, 일본 내 여러 관광지의 경우 제국주의 시절 과오를 오히려 미화하는 행위를 보이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해외여행 기념으로 한 행동이라고 가볍게 넘겨버리리는 것은 안이한 태도”라며 “과거사나 정치ㆍ외교적 이슈 때문에 무조건 일본 문화를 배척하는 것도 문제지만, 과거 한ㆍ일관계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관광을 즐기는 것은 필수적인 자세”라고 강조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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