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58543

"녹조에 악취 진동하는데... 배 띄운다고 관광객 올까"
[현장] 녹색으로 물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공산성, 백제문화제 준비로 분주
17.09.08 20:50 l 최종 업데이트 17.09.08 20:50l 글: 김종술(e-2580) 편집: 이주영(imjuice)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공산성 영은사가 보이는 곳에도 온통 녹색 빛이다.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공산성 영은사가 보이는 곳에도 온통 녹색 빛이다. ⓒ 김종술

이른 아침에 찾아든 금강이 자욱한 안개로 덮었다. 어렴풋이 물안개 사이로 백로 한 마리가 날아든다. 갈대에 내려앉은 이슬은 머리칼까지 촉촉하게 만든다. 오늘도 물고기의 첨벙거림도 듣지 못하고 돌아서야 했다. 

충남문화재단의 '이제는 금강이다' 행사 8일째. 오늘(8일)은 금강 본류로 흘러드는 지천을 걷는 코스다. 첫 일정이 시작되는 충남 공주시 사곡면 통천포에 도착하자 대여섯 명의 낚시꾼들이 포진하고 있다. 

인근에 거주하는 아동문학가인 정연용 시인이 먼저 반긴다. 공주지역 시민단체 '대부'로 통하는 세광교회 이상호 목사 부부와 공주문화원, 공주 예총, 웅진문화회 회원 등 30여 명의 시민이 모였다. 소설 <금강>을 저술한 김홍정 작가, 독도 사진작가인 이정호씨,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산악전문가 김성선·조수남씨, 금강의 영상콘텐츠를 제작해온 정경욱 감독도 종주를 기록하기 위해 합류했다.

"물고기 노닐던 모습 보면서 자랐는데..." 

 충남 공주시 사곡면 유구천에서 한가롭게 물고기를 잡고 있는 백로 한 쌍.
▲  충남 공주시 사곡면 유구천에서 한가롭게 물고기를 잡고 있는 백로 한 쌍. ⓒ 김종술

출발에 앞서 김홍정 작가는 "단순히 강을 걷기보다는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배우고 기록했으면 한다. 오늘 걷는 길은 공주에서 금강으로 흘러드는 3대 지천에 속하는 곳이다. 3곳의 발원지에서 흘러든 물이 유구읍, 신풍면, 사곡면, 우성면을 통해 금강으로 유입되는 곳이라 비교적 깨끗하다고 생각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곳 지명이 '구린내'라고 불리기도 했다. 당나라 소정방이 13만 명의 대군을 거느리고 침략했을 때 용을 잡아 집어 던졌는데 이곳에 떨어졌고, 그 용이 죽으면서 썩어 악취가 진동하면서 '구린내'라고 불렸다는 백제의 전설도 남아 있다"고 말했다. 

 충남 공주시 우성면에 거주하는 아동문학가인 정연용 시인이 참석자들에게 어린 시절 강을 이야기하고 있다.
▲  충남 공주시 우성면에 거주하는 아동문학가인 정연용 시인이 참석자들에게 어린 시절 강을 이야기하고 있다. ⓒ 김종술

토박이인 정연용 시인은 "어릴 때부터 뛰어놀던 곳이다. 강변엔 모래가 가득했고 유리알처럼 맑은 강물이었다. 물고기가 지나는 모습을 다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어른들은 다이너마이트를 터트려 잡고 우리는 작은 쪽대로도 수많은 물고기를 잡았다. 친구가 하룻밤에 쏘가리 130마리를 잡은 기록도 있다"고 자랑했다. 

그는 이어 "통천포 앞에 우뚝 선 바위는 '요강바위'로 강변의 바위 하나하나에 전설이 서린 곳이다. 특히 장자 못자리는 기와집이 있던 곳으로 스님이 탁발을 왔을 때 구두쇠 영감이 거름을 담아주면서 기와집이 물속에 수장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깊이가 얼마나 깊은지 명주실을 다 풀어 넣어도 끝이 닿지 않는다고 한다"며 기억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목마르면 떠먹어도 될 정도로 맑은 강물이 이제는 썩은 강물이 되었다. 소를 키우는 사람들이 아무렇게나 축분(축산 분뇨)을 쌓아서 빗물에 흘러들게 한다. 아직도 일부 사람들이 비닐을 태우고 쓰레기를 버리는 바람에 강물이 탁하고 오염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탐사대가 충남 공주시 사곡면 통천포에서 출발에 나서고 있다.
▲  탐사대가 충남 공주시 사곡면 통천포에서 출발에 나서고 있다. ⓒ 김종술

참석자들은 조수남씨의 체조를 따라 하며 몸을 풀었다. 키 높이만큼 자란 잡풀 때문에 강변길을 포기하고 아스팔트가 깔린 오솔길을 따라 걸었다. 2m 높이의 작은 보를 넘어간 강물은 빠르게 흐른다. 자갈이 깔린 낮은 물가에 백로 한 쌍이 물고기 사냥에 나서고 있다. 작은 외양간에서 소들이 머리를 내밀고 일행을 구경하느라 머리를 내밀고 있다. 

 탐사대가 두 번째 코스인 의당면 정안천에서 허리통만 한 메타세콰이어 길을 걷고 있다.
▲  탐사대가 두 번째 코스인 의당면 정안천에서 허리통만 한 메타세콰이어 길을 걷고 있다. ⓒ 김종술

두 번째 코스인 의당면 정안천으로 이동했다. 허리통만 한 메타세쿼이아가 심어진 강변길도 걸었다. 일행들은 공주시가 인공적으로 조성한 연밭과 코스모스 길을 따라 걸으며 사진도 찍었다. 4대강 사업으로 금강 준설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정안천의 하상은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다. 

녹색으로 물든 세계문화유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공산성 공북루 앞에도 녹조가 창궐했다.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공산성 공북루 앞에도 녹조가 창궐했다. ⓒ 김종술

오전 일정을 마치고 대전충남녹색연합 양준혁 간사와 금강 본류를 찾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공산성이 바라다보이는 하중도(미르섬)는 제63회 백제문화제 행사 준비로 분주하다. 민물가마우지가 배가 고픈지 죽은 물고기를 뜯어 먹느라 피하지도 않는다.  

강물은 온통 녹조로 물들었다. 7일 탐사대 항공촬영을 하면서 드론이 추락했다. 녹조로 물든 금강을 기록하기 위해 항공사진을 찍으려고 했으나 여의치 않아 <오마이뉴스>를 통해 국민 성금으로 산 투명카약을 강물에 띄웠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공산성이 바라다보이는 둔치공원 앞까지 시커먼 펄들이 쌓여있다.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공산성이 바라다보이는 둔치공원 앞까지 시커먼 펄들이 쌓여있다. ⓒ 김종술

행사를 위해 옮겨온 조각배와 인형으로 만든 백제 시대 조형물도 강물에 띄워 놓았다. 금빛 모래가 반짝이던 강변은 둔치공원과 맞닿은 입구까지 시커먼 펄이 쌓였다. 쌓인 펄에서는 쉼 없이 공기방울이 올라온다. 녹조에 독성물질인 남조류 사체까지 가득한 강물에선 악취가 진동했다.  

공산성 영은사가 보이는 곳까지 녹조가 보인다. 공북루가 올려다보이는 곳도 녹조로 찌들었다. 햇살에 부딪혀 투명카약에 비친 강물은 한 치도 보이지 않는다. 노를 저으면서 튀어 오른 강물에 흰옷이 녹색으로 물들 정도다. 

 양준혁 대전충남녹색연합 간사가 투명카약을 타고 녹조를 카메라에 담고 있다.
▲  양준혁 대전충남녹색연합 간사가 투명카약을 타고 녹조를 카메라에 담고 있다. ⓒ 김종술

양준혁 간사는 "최근에 '금강한마당' 행사에 갔다. 인사말을 하던 (이경용) 금강유역환경청장이 올해는 금강에 녹조가 적다는 말을 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지난해보다 한 달이나 빠르게 녹조가 피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공산성 앞까지 녹조가 뒤덮었는데, 현장에 나와 보지도 않고 직원들의 말만 듣고 그런 무책임한 발언으로 거짓 선동이나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달 말부터 공주·부여에서 백제문화제를 한다고 홍보를 하고 있다. 관광객들이 녹조가 가득한 강물을 보고도 좋아할지 생각해볼 문제다. 악취가 진동하는 강물에 배를 띄운다면 한번 찾은 관광객은 두 번 다시 찾지 않는 곳으로 결국, 관광객을 내모는 꼴이 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공산성 앞까지 강물은 온통 녹조로 물들었다.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공산성 앞까지 강물은 온통 녹조로 물들었다. ⓒ 김종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공산성 앞까지 강물은 온통 녹조로 물들었다.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공산성 앞까지 강물은 온통 녹조로 물들었다. ⓒ 김종술

 충남 공주·부여에서 열리는 제63회 백제문화제 행사를 위해 조형물을 물에 띄워놓았다.
▲  충남 공주·부여에서 열리는 제63회 백제문화제 행사를 위해 조형물을 물에 띄워놓았다. ⓒ 김종술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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