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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김미화 “나는 빨갱이가 아니라고 호소까지 했다”
등록 :2017-09-15 14:22 수정 :2017-09-15 14:48

2010년 KBS 블랙리스트 의심 트위터 글 올린 뒤
보도본부장이 전화 와 “사장님이 화나셨다”고 항의해
프로그램 출연 위해 수뇌부 만나 “빨갱이 아니다” 읍소까지

방송인 김미화씨.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방송인 김미화씨.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이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운영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블랙리스트 목록에 올랐던 방송인 김미화씨가 방송 프로그램에서 배제당하지 않으려고 <한국방송>(KBS) 수뇌부를 만나 ‘저는 빨갱이가 아닙니다’라고 호소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노조) 파업뉴스팀은 15일 “블랙리스트 논란이 처음 불거졌던 지난 2010년, 한국방송 보도본부장등 수뇌부는 김미화씨에게 ‘사상검증성’ 질문을 하는 등 부당하게 출연을 막았다”며 김씨 인터뷰 내용을 공개했다. 김씨의 증언을 보면, 2010년 김씨가 트위터에 ‘한국방송 블랙리스트’ 문제를 처음 거론하자 이정봉 당시 보도본부장이 김씨에게 전화해 “(김인규) 사장이 진노했다”고 전했다고 한다. 김씨는 당시 트위터에 “케이비에스 내부에 출연금지 문건이 존재하고 돌고 있기 때문에 출연이 안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블랙리스트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진실을 밝혀달라고 호소하는 글을 올린 바 있다.

지난 2010년 김미화씨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KBS ‘블랙리스트’ 의혹 글.
지난 2010년 김미화씨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KBS ‘블랙리스트’ 의혹 글.

김씨는 파업뉴스팀 인터뷰에서 “당시 보도본부장이 연락을 해 ‘사장님 화를 풀려면 미화씨가 들어와서 사장님께 사과해라’, 사장 아래 있던 아무개씨는 ‘김미화씨는 좌냐 우냐. 좌면 우쪽으로 붙어라’ 그런 얘기를 했다”고 증언했다. 이정봉 당시 보도본부장 역시 취재진과 한 통화에서 “김인규 사장이 화를 냈었던 것 같다”며 김씨의 증언을 인정했다.

김씨의 수난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2015년 11월 한국방송 <티브이 책을 보다> 제작진이 김씨를 섭외했지만, 교양국 수뇌부가 김씨의 정치적 성향을 문제삼으며 출연을 반대했다고 한다. 파업뉴스팀은 “김씨는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교양국장·제작본부장을 만나 ‘저는 빨갱이가 아닙니다’라고 하는 등 읍소해 결국 출연이 성사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앞서 국정원 개혁위원회의 조사 결과, ‘한국방송 등 공영방송에서 정치성향 문화?예술단체 출신 방송인 퇴출 유도’라는 제목의 문건을 비롯해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실제로 작성됐고, 공영방송을 중심으로 이들의 출연을 막아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진중권 동양대 교수 역시 파업뉴스팀과의 인터뷰에서 한국방송 <티브이 책을 말하다> 프로그램의 종영 배경에 대해 “제작진을 통해 ‘높으신 분이 방송을 보다가 왜 이렇게 좌파가 많이 나오냐’고 한마디 했고, 이 때문에 프로그램이 막을 내렸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티브이 책을 말하다>는 2009년 1월 327회차를 끝으로 예고없이 폐지돼 논란을 낳았다. 진 교수는 이어 “이후 한국방송 작가들이 섭외를 요청했다가 중간에 흐지부지되거나, 죄송하다며 섭외를 취소하는 일이 몇 건 있었다”고 했다.

노조는 “김미화씨는 국정원 블랙리스트 파문과 관련해 조만간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을 예정”이라며 “청와대-국정원의 합작품으로 철저히 이행된 블랙리스트는 공영방송의 제작 자율성을 뿌리부터 파괴했다”고 비판했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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