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v.media.daum.net/v/20170920162226384

"백제의 후손" 아키히토 일왕, 고구려 신사를 찾은 까닭은
윤설영 입력 2017.09.20. 16:22 수정 2017.09.20. 17:16 
 
일왕 부부, 사이타마현 고마(高麗)신사 찾아
고구려에서 온 도래인 역사 등 듣고 참배해
86세 생일 때 "백제의 후손" 밝히는 등 역사에 관심
내년 퇴위 앞두고 '화해 메시지' 해석 나와

고구려인 약광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고마(高麗) 신사'를 찾은 아키히토 일왕 부부 [교도=연합뉴스]
고구려인 약광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고마(高麗) 신사'를 찾은 아키히토 일왕 부부 [교도=연합뉴스]

“고구려는 몇 년에 멸망했습니까” 20일 오후 사이타마(埼玉)현 히다카(日高)시에 있는 고마(高麗)신사를 둘러보던 아히키토(明仁) 일왕은 신사 관리자에게 이렇게 물었다. 고마신사는 1300여년전 고구려에서 넘어온 도래인의 시조인 약광(若光)을 기리기 위해 세운 신사다. 고구려의 멸망 시기는 곧 도래인의 역사와 이어지는 만큼 아키히토 일왕은 깊은 관심을 가졌다.

아키히토 일왕은 약광의 후손인 고마 후미야스(高麗文康) 궁사(宮司)의 설명과 함께 신사를 둘러본 뒤 참배를 마쳤다. 전시관에 있는 고마씨(氏)의 족보도 주의깊게 살펴봤다. 신사 인근 고마가(家) 주택을 보면서 “여러가지가 잘 남아있군요”라며 관심도 보였다. 고마 궁사는 일왕에게 “저는 조선반도의 사람들이 이 지역에 세운 역사를 계속해서 전할 역할이 있다”고 말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고구려에서 온 도래인의 역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참배를 했다. [교도=연합뉴스]
아키히토 일왕은 고구려에서 온 도래인의 역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참배를 했다. [교도=연합뉴스]

아키히토 일왕은 고구려에서 온 도래인의 역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참배를 했다. [교도=연합뉴스]
아키히토 일왕은 고구려에서 온 도래인의 역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참배를 했다. [교도=연합뉴스]

아키히토 일왕 부부는 이날 1박2일 일정의 ‘사적 여행’ 가운데 고구려인의 흔적이 남아있는 고마신사를 찾았다. 역대 일왕 부부 가운데 고마신사를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자신을 “백제의 후손”이라 밝혔던 아키히토 일왕은 이번 방문이 남다르게 느껴졌을 터. 일왕 측은 이번 방문의 목적을 “다양한 역사를 접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지난해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에서 한국 국보 78호 금동반가사유상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지난해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에서 한국 국보 78호 금동반가사유상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키히토 일왕은 그동안 여러 차례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관심을 보여왔다. 지난해에는 도쿄국립박물관에서 전시중인 한국 국보 78호인 금동반가사유상을 관람했다. 당시 한일수교 50주년을 맞아 일본의 목조 반가사유상와 함께 전시됐는데, 일왕이 직접 찾아 관람하면서 “한일관계 개선의 대한 뜻이 담겨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안내자가 전등을 비추며 “빛에 따라 표정이 달리 보인다”라고 설명하자 “그러고 보니 그렇다”며 감탄하기도 했다.

2007년에는 도쿄 전철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사망한 고(故) 이수현씨를 소재로 한 영화를 시사회에 직접 참석해 관람하는 등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아키히토 일왕의 행보는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총리와도 다른 결을 보여왔다. 대표적으로 8월 15일 패전일 희생자 추도식에서 3년 연속 ‘반성’을 언급한 것 등이다. 그는 “과거를 돌이켜보며 깊은 반성과 함께 앞으로 전쟁의 참화가 재차 반복죄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해, 수년째 ‘가해’ 언급을 피하고 있는 아베 총리와 대조됐다.

김대중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해 아키히토 일왕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중앙 포토]
김대중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해 아키히토 일왕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중앙 포토]

이명박 대통령과 임윤옥 여사가 아키히토 일왕, 미치코 왕비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중앙 포토]
이명박 대통령과 임윤옥 여사가 아키히토 일왕, 미치코 왕비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중앙 포토]

2005년 6월엔 사이판의 한국인 전몰자 위령지인 ‘한국평화기념탑’을 참배하는가 하면, 1989년 즉위 이후 “(방한의) 기회가 있다면 친선관계 증진에 노력하겠다”며 방한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한국과 일본을 모두 놀라게 했던 건 2001년 아키히토 일왕의 68번째 생일 때였다. 그는 생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간무(桓武) 천황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고 ‘속일본기(續日本記)’에 기록되어 있어서인지 한국과의 인연을 느낀다”고 말했다. 일왕이 스스로 백제의 후손임을 인정한 것. 이어 “무령왕의 아들인 성명왕은 일본에 불교를 전해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한국과의 교류는 이것만이 아니었다”며 “이를 잊어서는 안된다”고도 했다. 이후 3년만인 2004년 일왕의 당숙인 아사카노미야((朝香宮誠彦王)가 충남 공주시의 무령왕릉에서 제사를 지내기도 했다.

지난해 아키히토 일왕이 기자회견을 통해 생전퇴위 의사를 밝히고 있다 [사진=중앙 포토]
지난해 아키히토 일왕이 기자회견을 통해 생전퇴위 의사를 밝히고 있다 [사진=중앙 포토]

수차례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쳐왔던 일왕은 그러나 내년 말 퇴위를 앞두고 있어 방한은 사실상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때문에 퇴위 전 도래인의 흔적이 남아있는 고마신사를 찾은 것이 한국 측에 반성과 화해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던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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