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45355

세월호 구조 다그치던 해경 항공기, 왜 25분만에 돌변했나
[세월호 팩트리포트 1호] 참사 당일, 해경 B703호기가 갖고 있는 진실은...
17.07.31 11:57 l 최종 업데이트 17.08.03 10:36l4.16 세월호참사 국민조사위원회(tippling)

'4.16세월호참사국민조사위원회'와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연구활동을 계속해오고 있습니다. 국민조사위는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 '세월호 팩트리포트'를 연재합니다. 팩트리포트는 국민조사위원회 김진이, 서희정, 김진희, 박영대 연구원이 공동 저술 형태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편집자말]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의 양양 고정익항공대 발대식이 열린 19일 해경 해상초계기(CN-235)가 양양공항에 계류돼 있다. 해양경비안전본부는 동해해역 항공감시를 강화하고 독도어장과 대화퇴어장의 비상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양양 고정익항공대를 창설했다. 양양 고정익항공대에는 여수 고정익항공대의 해상초계기(CN-235) 2대 중 1대가 배치됐다. 2016.4.19
▲  해상초계기인 CN-235. 사진은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의 양양 고정익항공대 발대식이 열린 2016년 4월 19일 모습. 해경 해상초계기가 양양공항에 계류돼 있다. ⓒ 연합뉴스

2014년 4월 16일 오전 7시 18분. CN-235 B703호기는 불법 중국어선들의 조업을 단속하기 위해 김포항공단을 출발했다. 해경의 초계기인 챌린저와 새로 도입한 CN-235기의 주요 임무는 중국어선을 단속하는 것이었다. 여기서 CN-235는 비행기의 기종을 말하는 것이고, B703은 비행기의 고유번호를 말한다. 

해경의 초계기인 챌린저와 새로 도입한 CN-235기의 주요 임무가 중국어선 단속이 된 지는 오래다. 중국의 어선들은 해가 갈수록 변화했다. 그들은 무기까지 갖추고 갈수록 아래로, 더 깊숙이 들어와 불법조업을 했다. 해경의 중요한 훈련들도 대부분 중국 어선들과의 '전투'를 염두에 두고 진행되고 있다. 2011년 중국어선을 단속하다 해경 대원 1명이 사망한 사고가 일어난 이후엔 더욱 그렇다.

VHF교신 듣고 세월호 사고 현장이동

해경 초계기 CN-235 기종은?
해경 초계기 CN-235 기종은 여수 서해청 소속으로 705, 704호기, 인천 중부항공단에 B703, 706호기가 배치돼있다. 기존 챌린저기종이 저공비행이 어려운 단점을 극복한 CN-235는 저·고공 비행이 가능하고, 최상급 탐색레이더, 열영상장비, 조명탄, 구명벌 투하장비 등을 갖춘 최신 항공기다. 공군에서 먼저 도입해 성능이 입증돼 2011년 해경도 1500여억원을 들여 도입했다. 

CN-235기 중 인천 중부항공단 소속의 B703호기는 2014년 4월 16일 오전 7시 18분 김포공항을 이륙해, 8시 18분 태안, 8시 34분 군산을 거쳐 9시 12분 가거초에 도착했다. 순찰 결과는 별 이상이 없었다. 

9시 16분께 강아무개 기장은 VHF 주파수를 통해 침몰중인 선박이 구조를 요청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공군에서도 CN-235기를 오래 몰았던 노련하고 자부심 강한 기장은 9시 16분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세월호 현장으로 이동했다. 

세월호 현장으로의 이동 경위에 대해 강 기장은 1기 특조위 조사에서 '별도의 지시 없이', '자신의 판단으로' 이동하였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특조위 1차 청문회에 출석한 이춘재 해경 경비안전국장은 당시 CN-235기의 출동과 관련해 "B701이, 챌린저 비행기가 먼저 현장에서 중국어선들 순시를 하다가 바로 현장에 투입이 됐고요, 후속조치로 CN-235가, 그러니까 정확하게 어느 비행기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CN-235기도 현장으로 이동 지시가 내려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중국어선 단속'이라는 분명한 임무를 띠고 이륙한 비행기가 상황실이나 소속 항공단의 지시 없이 이동했다는 사실은 좀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이춘재 국장은 현장의 이동지시가 있었다고 답한 것일까. 어느 쪽이 진실이든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상한 점은 급박한 사고현장으로 출동하는 B703호기가 아무와도 연락, 통신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런데 B703의 이후 행보는 다소 이상하였다. 위 표에서 보듯이 CN-235 기종에는 세월호에도 탑재되어 있는 VHF와 SSB라는 통신 장비가 있어서 세월호와 얼마든지 교신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B703호는 세월호 사고 상황을 수신하고 세월호 사고 현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그리고 현장에 도착해서도 세월호와 한 번도 교신을 하지 않았다. 9시 26분 현장에 도착한 이후, 연료 수급을 위해 낮 12시 42분에 제주공항을 향해 떠날 때까지 3시간 7분 동안 단 한 번도 세월호와 교신을 하지 않았다. 

아무와도 교신하지 않는 B703호기  

 해경 항공기의 교신장치 현황. 2014년 국정조사 정진후 의원실
▲  해경 항공기의 교신장치 현황. @자료출처 : 2014년 국정조사 정진후 의원실

사고현장으로 가는 해양경찰의 비행기가 현장으로 이동하는 동안에 사고 선박의 상황을 파악하고자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선박에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인지, 사고 선박은 현재 어떻게 대응을 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정보가 있어야만 자신이 가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B703호는 교신을 하지 않았다. 심지어 현장에 도착해서도 교신을 하지 않았다.  

이뿐 아니라 이후 9시 35분께 현장에 도착하는 현장지휘함(OSC) P123정과도 B703호기는 한 번도 교신을 하지 않는다. 현장을 지휘하는 역할을 하는 자와 교신을 하는 것 역시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B703호가 먼저 도착했으므로 지금까지의 상황을 이야기해주고 앞으로 구조작업을 같이 어떤 식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교신하지 않았다. 

소속이 어디든 항공기가 일단 이륙을 하게 되면 공군의 통제를 받게 된다. 한반도 상공의 모든 비행기의 항로, 정보 등을 통제하는 곳이 바로 MCRC(Master Control and Report Center), 중앙방공통제소다. 모든 항공기의 교신 기록도 이곳에 기록된다. 세월호 참사 당일 MCRC 기록은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1기 특별조사위원회가 2014년 4월 16일 당일 기록을 요청했으나 보안상의 이유로 자료제공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순차적으로 도착한 해경 초계기 B703, 헬기 511, 513 등 항공기의 교신 기록 내용 전 전문을 공개 받는 것은 진실규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구명벌 투하·구조도 하지 않으면서...

B703호기의 이상한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당시 B703호기에는 구명벌 5개와 구명벌 투하장비가 탑재되어 있었다. 구명벌이란 천막처럼 펴지는 둥근 형태의 구명보트를 말하는데, 당시 세월호의 상황에서는 사용가능한 모든 구명벌을 투하시키고 승객들을 전원 퇴선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이토록 중요한 일을 사고 현장에 최초로 도착한 해양경찰이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것도 5개나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다급하게 현장으로 간 B703호기는 왜 구명벌도 투하지 하지 않고, 어떤 구조 활동도 하지 않았던 것일까. 

9시 26분 B703호기가 현장에 도착했다.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방 1.5 해리. 이는 당시 B703호기가 작성한 경찰전보 내용이다. 현장에 도착 당시 세월호는 이미 좌현으로 40% 침몰 중이었다. B703호기는 9시 35분부터 현장 채증 임무를 시작했다. 항공기 통제 업무도 함께.

9시 28분 B703호기 기장은 인근의 항공기들에게 공군 주파수로 맞추어달라고 요청한다. 9시 38분 '지금 저 인명 구조 하고 있는 헬기들이 주파수가 지금 어디가 있는지 CONTACT이 안 되니까 현장에 들어오면 지금 100FT 400FT에 있으니까 공중경계 잘 해요'라는 내용을 전달한다. 9시 45분에는 해경 헬기 511, 513호기가 침몰 선박 근처에 있다며 본격적인 교통정리를 부탁한다. 9시 58분 '잠시 후에 본청 1번님(해경청장 김석균)께서 출발하셔가지고 현장에 오실 예정이니까 너무 임무에 집착하지 말고 안전에 유의'하라고 교신한다. 

10시. 재차 '너무 무리하게 임무하려고 하지 말고' 빠져달라고 말한다. 세월호는 이미 70도 가까이 기울었는데 하늘 위에서는 왜 이렇게 한가로울 것일까. 해경청장의 현명한 현장 지휘를 기다리는 것일까. 

 항공교신 녹취록_2014.4.16. @자료출처 박주민의원실
▲  항공교신 녹취록_2014.4.16. @자료출처 박주민의원실

10시 8분 해군 헬기를 부르는 B703호기. 해군 헬기는 구조를 위한 호이스트(헬기용 구명인양기)를 구비하지 않고 있었고 인원구조를 할 수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 10시 14분에야 B703호기는 인명구조가 급하다고 헬기들을 다그친다. 

KBS와의 인터뷰, 진실 혹은 거짓

 당시 KBS 보도 화면 캡처
▲  당시 KBS 보도 화면 캡처 ⓒ KBS

10시 31분. 경찰 전보에는 여객선(세월호) 침몰. (선수 10미터 보임)이라고 적혀있다. 이어 11시 위급환자가 발생해 123정에 교신한다. 10시 38분 B703호기는 까모프 헬기를 부르며 '닻 쪽에 침몰되어있는 위에 사람이 있는 것 같은데 가까이 접근 한번 해보라'고 말한다. 

그러다가 1분 후인 10시 39분에 진입할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당시 화면을 보면 닻 주변을 연속 비추고 있어 추가 탈출자를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바로 10시 39분 '지금 현재 구조인원 파악 안 되구요, 전체 인원이 다 구조가 다 안 됐어요'라고 말한다. 구조가 다 안됐다는 것을 교신 중이던 기장은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다. 

1분 전, 기장의 옆자리에 앉아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아무개 부기장(1기 특조위 조사에서 부기장이 아닌 교육인 것으로 확인)이 KBS와 인터뷰를 한다. 

10시 38분 
현장 상공에 떠 있던 비행기 CN-235(B703) 이아무개 경위 KBS와 인터뷰.
"대부분의 사람들은 구조가 된 상황입니다."

10시 39분 
해경 B703 강아무개 기장 항공 교신 
"전체인원이 구조가 다 안 됐어요."

구조상황과 관련해서는 당시 512헬기 김아무개 기장의 진술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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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위에서 빠른 속도로 침몰되어가는 세월호를 고공, 저공비행으로 근접 촬영하며 항공기 안 모니터로 바라보고 있었을 B703호기. 세월호, 123정과의 교신 기록은 남아있지 않지만 중요한 항공통제 업무를 진행하며 지속적인 교신 시도는 당연한 것이 아니었을까. 

무엇보다 512 헬기 김아무개 기장은 구조 학생의 이야기를 근거로 분명하게 '사람들이 많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전달했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세월호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어야하는 B703호기는 왜 당시의 상황을 본청 상황실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을까. 당시 항공기 교신 녹취록을 보면 기장은 소방헬기에게 "전체 인원이 다 구조가 안 됐어요"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날 하늘위의 증인이었던 두 사람, 항공기에 나란히 앉아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2명의 해경은 왜 서로 다른 이야기를 '전파'하고 있었을까. 

 항공교신 녹취록(123.1MHz)
▲  항공교신 녹취록(123.1MHz)

진실의 출발점에 다시 서다

11시 36분 : 소방헬기(전남도지사 탑승) 1대, 경찰헬기 1대 현장 도착. 
12시 10분 : 미 해군 항공기 2대(rescue호) 현장 도착. 
12시 40분 : 청장님 B517호기이용 3009함 도착.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3년 이상이 지난 지금, 밝혀진 것은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전면적인 재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해경초계기 CN-235의 B703호기는 그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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