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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타종 행사, 왜 박원순 인터뷰만 빠졌나
KBS 매년 오세훈 인터뷰, 올해만 안해… MBC는 돌연 김문수 인터뷰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입력 : 2012-01-02  13:30:17   노출 : 2012.01.02  13:52:22
 
방송사들이 임진년 새해 타종 방송을 예년에 비해 대폭 축소해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타종 방송 때 오세훈 서울시장을 인터뷰했던 KBS의 경우 올해엔 박원순 시장 인터뷰를 하지 않았고, 지난해엔 아예 현장연결을 하지 않았던 MBC는 올해 돌연 임진각을 연결해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인터뷰했다.

KBS는 지난해 12월 31일 밤 11시30분부터 1TV를 통해 <2012 KBS새해맞이 특별생방송 가는해 오는해>(클래식 연주 공연)를 방송하면서 임진년 새해 2분30초 전에 보신각의 김현욱 아나운서를 연결했다. KBS는 김 아나운서의 덕담과 간단한 인사말을 방송한 뒤 곧바로 새해 타종장면을 보여줬다. 뒤이어 김 아나운서는 새해 인사 몇마디를 하고서 2분여 초 만에 스튜디오로 마이크를 넘겼다. 이원생중계를 하겠다던 KBS는 보신각 타종 현장을 방송하는데 고작 5분도 채 할애하지 않았다.

그러나 KBS는 지난 2010년 12월 31일 새해맞이 방송에서는 이와 사뭇 다른 방송태도를 보였다. 당시 KBS는 밤 11시10분부터 <특별생방송 2011 KBS 새해맞이 콘서트>를 방송하다가 4분14초 전에 현장을 연결했고, 신묘년(2011년) 새해 타종 장면을 보여준 뒤 곧바로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의 인터뷰를 했다. 난데없이 ‘서울시 올해 계획을 말해달라’는 김현욱 KBS 아나운서의 요구에 오세훈 시장은 “삶의 질 좋아지는 도시, 품격이 높아지는 도시 만들어가겠다. 유네스코 지정 디자인 창의도시가 된 덕분에 시민들의 자부심이 한껏 높아졌다”며 “일자리와 교육이 풍성해지는 도시 보육 교육 주거 문화에 이르기까지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촘촘하게 잘 챙겨서 한 분도 소외감을 느끼지 않는 따뜻한 도시 만들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덕담한마디도 해달라’는 김 아나운서의 제안에 “풍요롭고 번창한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는 덕담을 했다. 시청자들은 지난해 새해 첫날부터 오세훈 서울시장의 시정계획 2~3분 가량 들어야했다. 당시 “국민 여러분 말씀을 귀담아 듣겠다”던 오세훈 시장은 국민의 뜻에 거슬러 무상급식 투표를 강행했다가 물러났다.

지난해 12월 31일 방송된 KBS <2012년 특별생방송 가는해 오는해>

지난해 12월 31일 방송된 KBS <2012년 새해맞이 특별생방송 가는해 오는해>

지난해 뿐만 아니라 2009년 12월 31일도 마찬가지였다. 당시도 7분가량을 현장 연결했고, 2분 넘게 오세훈 시장을 인터뷰했다. 그러던 KBS는 왜 임진년 새해엔 시장 인터뷰를 하지 않았을까. 우선 지난해의 첫날와 올해의 차이점은 서울시장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지난해까지는 한나라당 출신 서울시장이 준비한 타종행사였고, 올해부터는 야권통합 시장이 마련한 새해 행사였다. 또한 이번 타종행사에서는 타종인사 가운데, 위안부 할머니 등 과거 타종 땐 볼 수 없었던 인물이 등장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지난 2008년(2009년 새해) 연말까지는 KBS가 주관방송으로 행사를 진행했지만, KBS가 2009년부터 실내행사로 바꾸는 바람에 교통방송이 이를 대신했다. 지난 2008년 연말 타종행사 때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인파가 보신각 타종행사장에 밀려와 ‘MB퇴진’ 구호가 거세게 터져나오는 등 현 정부 성토장을 방불케했으나 KBS가 음향효과로 현장 분위기를 은폐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등 물의를 일으켰다. 이 때문에 KBS는 아예 실내 연주회로 연말 행사를 바꿨었다.

서울시장 인터뷰의 경우 의례적으로 서울시에서 요청하면 KBS가 이를 응해줘왔다는 것. 하지만 이번엔 서울시에서도 적극적으로 요청하지 않았고, KBS를 비롯한 방송사들 역시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타종행사를 준비한 서울시 문화재과의 전수호 주무관은 2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생방송 중계를 신청하거나 하겠다고 한 언론사가 한 곳도 없었다”며 “지난해까지의 경우 시장 인터뷰는 했었다. 당시까지 서울시에서 KBS에 요청했었던 것인데, 이번엔 우리가 요청하지도 않았고, 알아서 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0년 12월 31일 방송된 KBS <특별생방송 2011년 KBS 새해맞이 콘서트>에서 등장한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

지난 2019년 12월 31일 방송된 KBS <특별생방송 2010년 KBS 새해맞이 콘서트>에 등장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전 주무관은 “행사 중계방송의 경우 (KBS가) 기본적으로 안한다는 방침이었다고 했고, 인터뷰 역시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인터뷰 요청을 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건 답하지 않겠다, KBS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이날 저녁 8시 청계광장에서 열린 2011년 마지막 한미FTA 반대 촛불문화제부터 보신각 타종현장에 이르는 전 과정을 촬영, 제작한 정승권 CBS PD는 2일 “방송의 의미상 현장에 오지 않은 많은 시청자 가운데 보신각 종을 듣고자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에서 케이블 방송인 교통방송(서울TV)에만 행사중계를 맡긴 것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PD는 “대부분의 시민들은 새해를 맞는 가장 상징적인 장소로 보신각 타종 현장을 생각하는데, 지상파 방송사들은 이런 장면을 보여주면서 분위기를 전하는 역할을 해야하는데, 이번의 경우 그런 의미가 유례없이 퇴색됐다”며 “보신각 타종현장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유료방송으로만 봐야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배재성 KBS 홍보실장은 “원래 하려고 했는데 연말 특집을 할 것인지, 타종 현장을 방송할 것인지 고민하다가 송년 신년 특집 위주로 방송하기로 제작진이 선택한 것”이라며 “새해가 ‘위기, 격변의 해’라는 얘기가 있고, 경제도 어려우며, 중산층이 무너진다고 할 정도로 사회적 분위기가 가라앉아있는데, 송년 타종행사를 그렇게 시끌벅적하게 한다는 것도 맞지 않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가는해와 오는해’를 맞기 위해 도심 현장으로 달려간 시민들의 여론을 가감없이 전달해주고 보신각 타종이라는 상징적인 현장을 공영방송에서 제대로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은 남아있다.

한편, MBC는 지난 2010년 연말엔 <가요대제전>을 방송하면서 새해를 맞았으나 이번 임진년 새해에는 돌연 임진각을 연결했다. 타종이 계속되고 있는 와중에도 MBC는 김문수 도지사의 새해 인사말을 전달하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31일 방송된 MBC <가요대제전> 중에 현장연결된 임진각 타종현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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