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62811

"4대강 때문에 황폐해진 금강 걸으며 마음이 아팠다"
[동행취재] ‘이제는 금강이다’ 종주단, 뜬봉샘부터 하굿둑까지 탐사 완료
17.09.24 14:27 l 최종 업데이트 17.09.24 14:31l 김종술(e-2580)

 충남 신성리 갈대밭에서 본 일출이다. 해가 떠오르는 시간에 안개가 끼면서 넓은 들판에 불을 지른 듯 타오르고 있다.
▲  충남 신성리 갈대밭에서 본 일출이다. 해가 떠오르는 시간에 안개가 끼면서 넓은 들판에 불을 지른 듯 타오르고 있다. ⓒ 김종술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이어진 일정. 뽀얀 얼굴과 팔등은 까맣게 변했다. 덥수룩하게 자란 수염에서 남성미가 물씬 풍긴다. 해어진 등산화는 그간의 고통을 말해주고 있다. 후해는 없다. 그러나 아쉬움은 남는다. 

충남문화재단이 야심차게 추진한 '이제는 금강이다' 종주단이 금강 탐사 24일간의 장정을 마쳤다. 금강유역 총 길이 394.79km 중 8개 시·군(장수, 금산, 세종, 공주, 청양, 부여, 논산, 서천)을 돌아 종착지에 도착했다. 

23일 오후 7시 충남 서천군 미디어센터 앞에서 기다리던 시민들 속으로 길놀이패의 풍악 소리와 함께 '이제는 금강이다' 종주단을 들어왔다. 지친 기색이 역력한 일행들에게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첫 출발은 서먹서먹 낯설게만 느꼈던 사람들이 서로를 끌어안고 포옹을 한다. 등을 토닥이며 그간의 고통을 위로하며 격려했다.    

'이제는 금강이다' 무사종주 환영행사가 열렸다. 공연 소식을 듣고 찾아든 300여 명의 주민들이 참여하면서 행사장이 북새통이다. 노박래 서천군수와 신현보 충남문화재단 대표, 오태근 충남 예총 회장과 8개 시·군 문화원, 예총이 총출동했다. 무사 귀환을 환영하고 축하한다는 노박래 군수와 김선호 중부발전 상임감사, 신현보 대표의 환영사가 이어졌다. 

소설 <금강>을 집필한 소설가 김홍정씨와 독도사진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이정호 사진작가, 대전·충청권에서 활동하며 금강유역의 다큐멘터리, 영상콘텐츠를 제작해온 영상제작자 정경욱 감독, 산악전문가이자 공정여행 '여행문화학교 산책' 김성선 탐사대장과 가창오리 사진작가인 조수남 탐사부대장, 충남문화재단 문화사업팀 이근우 팀장, 지원팀 권혁성 주임, SNS 홍보를 맡았던 권원진 대원 등 중주단원도 단상에 올랐다. 

 24일간의 금강 일정동안 강 길과 산길의 수풀을 헤치며 걸었다. 종주단이 청양군 강변을 걷고 있다.
▲  24일간의 금강 일정동안 강 길과 산길의 수풀을 헤치며 걸었다. 종주단이 청양군 강변을 걷고 있다. ⓒ 김종술

종주단을 대표해서 발언에 나선 김홍정 작가는 "장수부터 서천까지 흐르는 금강은 지역별로 각각의 아름다운 특색을 가지고 있었다. 금산 적벽강의 우람한 모습은 자연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미호천과 금강이 만나는 세종강, 창벽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웅진강, 역사를 품은 백강, 강경과 논산의 너른 들판을 적시는 황강, 비단처럼 찬란하게 빛나는 서천을 지나는 금강까지 아름다운 문화와 예술이 살아 있었다. 그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이어 "행사를 위해서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다. 그러나 진짜 지원은 각 지역에서 살고 계시는 충청도민들이었다. 가는 곳마다 환영해 주었고, 가는 곳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 주었다. 금강 주변에 사람이 살았고, 살고 있고, 앞으로 살아갈 것이다. 그분들이 보내준 마음을 고스란히 12월에 발행되는 '이제는 금강이다' 보고서에 담으려 한다. 그분들의 따뜻한 마음이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감사를 표했다.

 공주예총 웅진문화회가 준비한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  공주예총 웅진문화회가 준비한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 김종술

종주 스케치 영상과 함께 웃다리농약 길놀이 풍물패가 흥을 돋우며 공주예총이 준비한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금산예총 '장군의 노래' 부여예총 '미마지 공연' 논산예총 '계백의 꿈' 서천적정문화창작소 '월드뮤직그룹 예인사이드'의 공연 소리타작 '퓨전국악연주' 국악가수 지유진씨의 환영 공연이 이어졌다.   

 종주단은 지역을 지날 때마다 게스트하우스, 고택, 강변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  종주단은 지역을 지날 때마다 게스트하우스, 고택, 강변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 김종술

이틀 전 다친 다리를 이끌고 끝까지 함께 해준 영상제작자 정경욱 감독을 비롯해 공연이 끝나고 8명의 종주단을 만났다. 금강 탐사 24일간 동안 보았던 금강을 물어봤다. 다음은 그들과 나눈 대화를 정리한 것이다. 

 24일간의 금강 종주단이 단상에 올랐다. 오른쪽부터 김홍정, 김성선, 조수남, 이정호, 이근우, 권혁성, 권원진 대원 순이다.
▲  24일간의 금강 종주단이 단상에 올랐다. 오른쪽부터 김홍정, 김성선, 조수남, 이정호, 이근우, 권혁성, 권원진 대원 순이다. ⓒ 김종술

이정호 사진작가: "금강을 종주하기 전에 압록강을 다녀왔다. 금강은 압록강보다도 더 넓고, 더 크고, 더 아름다웠다. 금강은 다양한 지역들과 어우러져 있으면서도 좋은 곳이 너무 많았다. 이렇게 좋은 곳을 더 좋은 모습으로 볼 수 있도록 지켜야 한다고 다짐했다."

김홍정 작가: "금강은 충남만 흐르는 강이 아니다. 전북에서 시작해서 충남으로 왔다가 다시 충북, 다시 대전, 다시 충북, 다시 충남으로 흘러들어 서해의 깊은 바다로 흘러든다. 그런데 우리는 충남과 세종시만 걸었다. 이후 행사가 다시 추진된다면 전라북도와 대전시, 충청북도 등 모두가 함께 참여하여 실질적으로 금강이 흘러가는 모습이 전달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간절하다." 

정경욱 감독: "금강의 아름다운 모습만 촬영하고 영상으로 제작을 해왔는데, 이번에 아파하는 금강을 보면서 가슴이 시렸다. 빨리 금강이 살아났으면 하는 생각을 해봤다. 충청의 젖줄이라는 금강, 우리가 아끼고, 살려야 한다. 우리가 다시 복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성선 대장: "평소에 알지 못했던 금강과 충청도의 깊은 면을 새롭게 발견했다. 4대강 때문에 참혹하게 황폐해진 금강을 걸으면서 마음이 아프고 속상했는데, 한편으로 새로운 희망을 보았다.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어려운 청소년들과 함께 금강길을 다시 한번 걷고 싶다."

조수남 부대장: "대원들의 도보 사진과 안전을 책임지는 부대장으로 참여해서 뜬봉샘을 출발해 서천까지 24일 동안 큰 사고가 없어서 다행이다. 아름다운 금강의 모습도 보고 가슴 아픈 훼손과 자연파괴도 보았다. 금강과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도 보면서 그들의 한마디에 함께 공감하고 아파했다. 지역이 문화와 예술도 경험하며 미래로 나아갈 길도 고민해보는 시간이었다. 당분간 금강이라는 화두가 가슴에서 쉽게 떠나질 않을 것이다."

이근우 팀장: "금강은 충청인의 삶의 고향이자, 생명의 터전인데 병든 모습을 보면서 아쉬웠다. 그런데도 지역주민이 살고자 하는 희망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너무 좋았다. 앞으로 금강이 우리에게 새로운 생명의 젖줄로서 다시 태어날 것으로 믿는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를 희망하고 노력하겠다." 

권혁성 주임: "첫 기획부터 함께했다. 종주단을 모실 때 나이도 많고 경력도 좋아서 다 같이 어울릴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했었다. 참여하신 분들이 생각보다 금강에 대한 애착심이 많은 걸 보았다. 아버지 고향이 서천인데, 아버지 고향을 걸어 본 것도 처음이다. 개인적으로 뜻 깊은 프로그램이었다고 생각한다." 

권원진 대원: "금강에서 20년 이상을 살았다. 금강의 아름다운 모습도 보고 참혹한 모습도 보면서, 4대강 사업을 때려 부수자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30년, 50년 계속해서 살아갈 금강을 소중히 보존하고 문화적으로도 더 활성화를 시켰으면 좋겠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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