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39057

MB국정원 “김미화 사법처리해 좌파 연예인 고립시켜야”
[현장] 소설가 황석영씨는 검찰 요청으로 금융거래 정보도 빼가… MB 비롯해 국정원 관계자에 대한 민·형사 소송 준비
손가영 기자 ya@mediatoday.co.kr 2017년 09월 25일 월요일

좌편향 진행자→골수 좌파 연예인→종북세력 연예인→‘수용불가’ 연예인.

‘MB 국정원’은 방송인 김미화씨 호칭을 이렇게 바꿔가며 불렀다. 지난 19일 ‘연예인 블랙리스트’ 피해 사례를 진술하기 위해 검찰에 출석한 김씨는 자신을 배제 대상으로 거론한 국정원 문건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김씨가 확인한 맨 마지막 문건엔 ‘수용불가’가 적혀 있었다. 김씨는 2010년을 기점으로 KBS, MBC 등 공영방송에서 돌연 하차해 수 년 간 방송에 출연하지 못했다.  

‘좌파 방송인 김미화 사법처리 확행으로 방송차원에서 좌편향 연예인 고립 유도.’(청와대 일일보고) 

검찰 조사 중 2010년 9월 국정원이 청와대에 보고한 문건에서 김씨가 발견한 구절이다. 문건엔 당시 독립신문의 박주연 기자가 김씨를 고소했다고 보도한 기사가 첨부됐다.  

박 기자는 2010년 8월 김씨를 사문서위조죄로 고발했다. 당시 독립신문, 미디어워치 등 일부 극우·보수 매체들은 김씨가 1992년 민주당 국회의원이던 고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SBS 코미디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을 두고 김씨를 ‘친노 연예인’으로 몰아세웠다. 김씨는 이에 대응해 SBS 대표이사로부터 담당 PD가 노 전 대통령을 직접 섭외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방송출연확인서’를 발급받아 공개했다. 이를 박 기자가 사문서위조죄라며 김씨를 고발한 것이다.  

김씨는 이 문건을 국정원, 극우매체, ‘댓글부대팀’ 등이 협력한 정황이라고 지적했다. 고발 건은 각하 혹은 기각됐음에도 국정원은 “사법처리 확행(반드시 이행)됐고 김미화는 사문서를 위조했기에 ‘찍어내라’, ‘고립 유도해라’고 썼다”는 것이다. 김씨는 “인터넷에서 활약했던 댓글부대 지원 등의 증거자료가 나왔는데 이 사람들이 결국 행동대원들 아니었을까 추측해볼 수 있다”며 “사법처리가 안 된 상황에서 사법처리 확행이라고 쓴 것은 어디서 나온 용기냐”고 비판했다.  

▲ 소설가 황석영씨, 방송인 김미화씨가 25일 오전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에 방문해 진상 조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소설가 황석영씨, 방송인 김미화씨가 25일 오전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에 방문해 진상 조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김씨는 이같은 실태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에 조사 신청서를 접수하며 밝혔다. 김씨는 진상조사위에 피해사례를 접수한 56번째 예술인이다. 55번째는 소설가 황석영씨다. 김씨와 황씨는 25일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진상조사위 사무실을 방문해 함께 신청서를 냈다.

김씨의 피해 사례는 방송출연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검찰이 확보한 증거 문건을 확인한 김씨는 “KBS, MBC를 비롯해 경제인협회, 방송하고 관련된 모든 단체, 광고사, 정부 유관 기관들, 지방 행사, 김미화 방송 출연, 여하튼 모든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노출되지 않도록, 활동하지 못하도록, 활동 자체를 못하도록 한 그런 증거 자료들이 엄청나게 발견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의 문건은 청와대에 긴밀히 보고됐다. 김씨가 확인한 결과 자신이 언급된 사찰·보고 문건엔 ‘원장 지시’, ‘민정 수석 요청’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 ‘청와대 홍보수석·민정수석’, ‘청와대 일일보고’ 등이 적혀 있었다. 김씨는 이 중에서도 “원장 지시가 상당히 많았다”고 말했다.  

MB 국정원, 소설가에게 “정부 비판하면 망신 줄테니 자중하라” 충고

“누구를 배제시켜라, 왕따시켜라? 사춘기 아이들도 아니고”(소설가 황석영)

황씨는 지난 9년간 블랙리스트를 가동한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대해 “국가가 이런 일을 자행했다는 건 문화 야만국이 자기 치부를 드러낸 것”이라며 “부끄러워 밖에 나가서, 세계 속에서 한국 문학이, 문화가, 영화가 어떻고, 한류가 어떻고 이따위 소리를 할 수가 없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황씨가 이날 진상조사위에 조사를 요청한 사건은 크게 세 가지다. △과거 안기부 혐의 사실 발표문을 짜깁기해 온라인에 배포한 최초 인물과 배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예위)·한국문학번역원(이하 번역원) 황석영 배제 과정 진상 △수년 간 금융거래정보 제공을 요구한 검찰의 수사 명목 등을 밝혀달라는 것이다.

▲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피해자로 지목된 소설가 황석영씨가 25일 오전 서울 광화문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를 방문해 조사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피해자로 지목된 소설가 황석영씨가 25일 오전 서울 광화문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를 방문해 조사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5·18 광주민주화 항쟁을 작품으로 다뤄온 황씨는 2012년 대선 기간을 전후로 온라인 상에서 ‘김일성 지령을 받은 빨갱이’ 매도에 시달렸다. 항쟁을 기록한 책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는 북한 책을 베낀 것이고 황씨가 작사한 ‘임을 위한 행진곡’은 김일성의 지령을 받았다는 주장이 확산됐다. 보수매체가 이를 받아 썼고 판사, 교장 등 사회지도층들도 카카오톡을 통해 유사한 내용을 배포했다.

황씨는 “(과거) 방북 직후 안기부와 공안당국이 일방적으로 주장했던 혐의 내용을 교묘히 짜깁기해 개인 블로그를 통해 인터넷상에 유포했는데 이건 국정원에서 흘려주지 않고선 일반인이 알 수가 없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황씨는 2010~2012년 동안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 왔다. 황씨는 2010년 한겨레신문에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실었고 2011년 한진중공업의 일방적 정리해고를 규탄하는 ‘희망버스’에 동참했다. 2012년 대선 기간엔 재야 야권 단일화 운동에 나섰고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국민연대’ 공동대표를 맡았다. 황씨는 2010년 가을 무렵 문화부처를 출입하는 국정원 직원으로부터 ‘이제부터 정부를 비판하면 개인적으로 큰 망신을 주거나 폭로하는 식으로 나가게 될 테니 자중하라’는 주의를 받았다.  

황씨가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관리를 체감한 시점은 ‘세월호 참사’다. 황씨는 2014년 6월, 작가회의 소속 예술인 754명을 대표해 세월호 참사 정부 대처를 비판하는 성명을 낭독했다. 황씨는 이틀 후 청와대 교문수석, 외교안보수석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다. 그들은 ‘그런 일에 내(황석영)가 연루되는 것을 염려한다’ ‘임을 위한 행진곡 가사 개작에 관한 글을 쓸 의향이 있는가’ 등을 언급하며 회유를 시도했다.

석연치 않은 ‘지원 배제’는 2014년 이후 반복됐다. 황씨는 2014년 로마대학이 주최한 ‘한국과 유럽작가와의 만남’ 행사에 초청 받았고 문예위 국제교류부장의 확인메일까지 받았으나 곧 취소 통보를 들었다.  

황씨는 2016년 3월 한국이 주빈국이던 ‘파리 도서전’에서도 배제됐다. 황씨에 따르면 당시 번역원 실무자들은 황씨를 참가시키기 위해 “도서전 조직위에 연락해 그쪽에서 초청해 갈 수밖에 없는 것으로 상부에 보고”했다. 황씨는 프랑스 조직위 측이 보낸 가장 저렴한 에어프랑스 표값을 받기로 하고 자비를 보태 대한항공 편으로 출국했다.

번역원 실무자는 황씨의 도서전 참가와 관련해 시말서까지 썼다. 당시 한국이 주빈국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문화부장관, 문화원장 등이 도서전에 참석하지 않은 것을 두고 황씨가 비판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황씨는 “나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는 등 곤욕을 치른 번역원 실무자들은 박근혜 탄핵 후 블랙리스트 전모가 드러나자 ‘특검에 달려가 모든 걸 말하고 싶었다’고 내게 소회를 밝혔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동대문 지점은 2014년부터 매해 6월마다 검찰의 요청에 따라 황씨의 금융거래 정보를 제공했다. 황씨는 자신의 작품을 프랑스어로 번역한 한 대학교수도 같은 경험을 했다고 밝혔다. 황씨는 그 교수 또한 세월호 유족을 돕기 위한 모금에 참여한 인사였다고 강조했다.  

황씨는 이날 A4 5장 분량의 소견문을 준비해 기자회견에서 낭독했다. 황씨와 김씨 모두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조사신청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후 김씨와 황씨는 조사에 임하기 위해 진상조사위로 출석했다.

김씨는 현재 이명박 전 대통령을 포함한 국정원 관계자에 대해 민·형사상의 고소·고발을 준비하고 있다. 

Posted by civ2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