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v.media.daum.net/v/20170926091352424

경주 '안압지'서 7~8세기 신라왕궁 수세식 화장실터 발견
김아미 기자 입력 2017.09.26. 09:13 수정 2017.09.26. 10:46 

쪼그려 앉을 수 있는 구조..화장실 내 오물 배수시설까지 갖춰
화장실과 부속품 한자리서 발견.."고대 화장실 중 가장 고급"


변기형 석조물. (문화재청 제공) © News1

(서울=뉴스1) 김아미 기자 = 옛 이름 '안압지'로 유명한 사적 제18호 경주 동궁과 월지에서 7세기 신라시대 왕궁의 '수세식 화장실' 터가 확인됐다. 사람이 쪼그려 앉을 수 있고, 물을 흘려 오물을 배출할 수 있도록 설계된 고급 수세식 화장실의 구조를 갖췄다.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소장 이종훈)는 경주 동궁과 월지의 북동쪽 인접지역에 대한 발굴조사 성과를 26일 현장에서 일반에 공개한다.

26일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에 따르면, 경주 동궁과 월지는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직후 문무왕 14년(674년)에 세워진 동궁과 주요 관청이 있었던 곳으로, 1975년 문화재관리국(문화재청 전신) 경주고적발굴조사단에 의해 처음 조사됐다. 첫 조사 당시 인공 연못, 섬, 동궁 관련 건물지 일부가 발굴됐으며, 3만여 점의 유물이 출토되면서 학계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2007년 동궁과 월지 북동쪽 인접지역에 대한 발굴조사를 시작해 지금까지 대형건물지군, 담장, 배수로, 우물 등 동궁 관련 시설을 꾸준히 확인하고 있으며, 2007년 이전에 출토된 것과 동일한 종류의 기와와 벽돌, 토기류 등의 유물들도 계속 출토하고 있다.

이번에 공개되는 유구 중에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수세식 화장실' 유구다. 이 유구는 화장실 건물 내에 변기시설, 오물 배수시설까지 함께 발굴된 신라 왕궁의 화장실 유구인 것으로 확인됐다.

화장실 유구는 초석건물지 내에 변기가 있고, 변기를 통해 나온 오물이 잘 배출될 수 있도록 점차 기울어지게 설계된 암거(暗渠) 시설까지 갖춘 복합 변기형 석조물이 있는 구조다.


변기시설과 배수시설 연결모습 (문화재청 제공) © News1

연구소는 "변기형 석조 구조물은 양다리를 딛고 쪼그려 앉을 수 앉는 판석형 석조물과 그 밑으로 오물이 밖으로 나갈 수 있게 타원형 구멍이 뚫린 또 다른 석조물이 조합된 형태이며, 구조상 변기형 석조물을 통해 내려간 오물이 하부의 암거(暗渠·지하에 고랑을 파서 물을 빼는 시설)로 배출됐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사용 방식은 변기에 물을 흘려 오물을 제거하는 수세식으로 추정되며, 물을 유입하는 설비가 따로 갖추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아 준비된 항아리 등에서 물을 떠서 변기하부로 오물을 씻어 내보내는 방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동궁과 월지 화장실 유구의 특징은 통일신라 최상위 계층의 화장실 모습을 선명하게 보여준다는 것이다. Δ고급석재인 화강암을 가공하여 만든 변기시설이 있고 Δ오물 제거에 수세식 방식이 사용된 점 Δ변기 하부와 오물 배수시설 바닥에 타일 기능의 전돌(쪼개어 만든 벽돌)을 깔아 마감한 점 등을 미루어 볼 때 통일신라 왕궁에서 사용된 고급 화장실의 실체를 짐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소는 "현재까지 국내에서는 변기시설만 발견(불국사, 8세기)되거나 화장실 유구(익산 왕궁리, 7세기 중엽)만 확인되었을 뿐, 화장실 건물과 변기시설 그리고 오물 배수시설이 이렇게 같이 발굴된 사례는 없었다"며 "이번 동궁과 월지에서 확인된 화장실 유구는 화장실이라는 공간과 그 부속품들이 한자리에서 발견된 최초의 사례로, 현재까지 조사된 통일신라 시대까지의 고대 화장실 중 가장 고급형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동궁과 월지 ‘가’지구 유구현황 (문화재청 제공) © News1

이와 더불어 연구소는 발굴현장 동편에서 동궁과 월지의 출입문으로 추정되는 대형의 가구식 기단 건물지를 확인했다. 건물지의 외곽을 따라 화강암재의 가구(架構式) 기단의 지대석과 계단시설이 2곳 남아있는데, 인근의 도로(임해로) 때문에 가로막혀 건물지 동서방향의 규모를 정확히 알 수는 없는 상태지만, 남북 21.1m, 동서 9.8m(추정) 정도라서 전체의 규모를 얼추 짐작할 수 있는 단서라는 것이다.

건물지의 성격을 추정해보면, 통일신라 시대 왕경 남북도로에 맞닿아 있다는 점, 건물지 규모에 비해 넓은 계단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점 등을 볼 때 문지로 사용됐을 것으로 연구소는 추정하고 있다.

그러면서 "정문은 아니더라도 동쪽에 자리한 점으로 보아 그동안 동궁과 월지에서 한 번도 발견된 적 없던 출입문이 발견되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발견이며, 유적 전체의 규모와 경계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출토유물 일괄. (문화재청 제공) © News1

이 외에도 연구소는 동궁 내 생활과 관련된 창고시설과 물 마시는 우물을 확인했고, 다양한 생활유물 등도 출토되어 신라 왕궁의 일상생활에 대한 연구자료로 확보했다.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26일 오후 2시30분에 현장설명회를 개최한다. 아울러 경주 동궁과 월지 발굴조사와 심화연구를 계속 진행해 신라 왕궁 연구의 새로운 동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동궁과 월지 조사지역 현황도. (문화재청 제공)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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