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13815.html

[단독] ‘NLL 대화록’ 유출에 국정원 개입…“남재준, 검찰서 설명해야”
등록 :2017-10-10 04:59 수정 :2017-10-10 07:03

박근혜 국정원 수사 임박
2012년 대선 직전·박근혜 취임 뒤 김무성-서상기, 대화록 원문 폭로
국정원 조직적 개입 정황 드러나…유출 장본인·이유 밝히는 게 초점
‘MB-박근혜’ 국정원 수사 2라운드, 원세훈 이어 남 전 원장도 소환될듯

2014년 6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전날 검찰이 발표한 2007년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사건에 대한 수사결과에 대해 ‘여당 무죄, 야당 유죄'의 편파적 결론이라며 주장하며 검찰을 규탄하는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2014년 6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전날 검찰이 발표한 2007년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사건에 대한 수사결과에 대해 ‘여당 무죄, 야당 유죄'의 편파적 결론이라며 주장하며 검찰을 규탄하는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국정원)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등을 만들어 청와대에 보고하고, 대통령 기록물인 ‘엔엘엘(NLL·북방한계선) 대화록’의 무단 공개를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2012년 대선 직전 김무성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엔엘엘 포기 발언을 했다”며 대화록 일부를 줄줄 읽어 내려갔을 때도 국정원이 출처로 지목됐지만, 국정원과 당사자의 적극적인 부인 속에 사실 여부는 미궁에 빠졌었다.

그랬던 사건들이 모두 검찰 수사를 받게 된다. 국정원은 자체 조사 결과를 통해 이 사건들에 당시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사실을 밝혀내고, 이달 중 순차적으로 검찰에 넘긴다는 방침이다.

■ ‘김무성 발언’ 출처는 국정원 

가장 먼저 검찰에 넘겨질 사건은 2012년 대선 직전 박근혜 캠프의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현 바른정당 의원)의 엔엘엘 발언과 관련된 것이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를 지휘하던 김 의원은 대선을 닷새 앞둔 12월14일 부산 서면 거리 유세장에서 박근혜 후보의 유세 직전 마이크를 잡았다. “전 국민이 현재 최고의 관심을 갖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에게 가서 한 굴욕적 발언에 대해서 제가 오늘 대한민국 대표로 이 자리에서 공개하겠다.” 그러고는 노 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했다는 발언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엔엘엘 문제는 국제법적인 근거도 없고 논리적 근거도 분명치 않습니다. (…)” 이 내용은 이듬해인 2013년 6월13일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이 다시금 기자회견을 통해 논란에 불을 댕긴 뒤 국정원이 6월24일 공개한 대화록 원문의 내용과 토씨까지 같다. 그러자 김 의원도 이틀 뒤인 6월26일 새누리당 비공개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지난 대선 때 이미 내가 그 대화록을 다 입수해서 읽어봤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검찰 수사는 누가, 어떤 이유로 이 대화록을 김 의원에게 넘겨줬거나 넘겨주도록 했는지를 밝히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권영세 전 주중대사도 2012년 대선 당시 중앙선대위 상황실장으로 대화록이 유출되는 과정에 관여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 “남재준 전 원장이 설명해야” 

대화록 사건은 김 의원과 권 전 대사로 끝나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 들어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에게 대화록을 건네주도록 한 ‘장본인’을 밝혀내는 일도 수사의뢰에 포함될 전망이다. 이는 국정원 적폐청산 조사와 수사가 박근혜 정부 시절로, 즉 이명박 정부 국정원에 이어 ‘제2라운드’로 접어든다는 뜻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국정원이 저지른 정치공작을 ‘지류’에, 박근혜 정부 국정원이 벌인 정치공작을 ‘본류’에 비유하면서 “본류의 실체를 확인하려다 지류가 갑자기 고구마 줄기처럼 계속 나오는 바람에 그쪽에 치중을 했는데, 이제는 다시 본류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 쪽은 적폐청산티에프(TF)가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 생산 과정을 파악하기 위해 국정원 내부 서버를 검색하다가 이명박 정부에서 벌어진 외곽팀, 양지회 동원 등을 찾아냈다고 설명한다. 즉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의 ‘생산지’를 국정원으로 지목하고 조사했는데, 그 과정에서 ‘이명박 국정원’의 블랙리스트까지 찾아내게 됐다는 것이다.

대화록 무단 공개와 문화계 블랙리스트 생산이 이뤄지던 시기 국정원장은 남재준 전 원장(2013년 3월~2014년 5월 재임)이었다.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면 원세훈 전 원장에 이어 남 전 원장도 검찰에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경우에 따라선 남 전 원장 후임인 이병기 전 원장도 조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국정원 관계자는 “남 전 원장이 검찰에서 직접 설명해야 할 일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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