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813978.html

김관진, 국방부에 “사드 조기배치” 압박…방미 뒤 2번 앞당겨
등록 :2017-10-11 05:00 수정 :2017-10-11 07:04

‘대선 10여일전’ 사드배치 막전막후
탄핵안 통과뒤 ‘9월 배치안’ 허물어 김관진, 국방부에 ‘조기 배치’ 지시 
국방부 ‘실익없다’ 보고에 강한 질책,  1·3월 방미뒤 ‘4월말 배치’ 확정 
미, 애초 사드배치 신중한 태도 , 황교안·한민구만 ‘조속배치’ 표현, 절차 의혹·발사대수 확대 규명 필요

지난 5월 국방부가 작성한 ‘주한미군 사드체계 배치 관련 참고자료’ 주요 내용
지난 5월 국방부가 작성한 ‘주한미군 사드체계 배치 관련 참고자료’ 주요 내용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한겨레>에 공개한 ‘주한미군 사드체계 배치 관련 참고자료’와 국방부 문건 등을 보면,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조기 대선으로 이어지는 ‘권력공백기’에 서둘러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에 나선 내용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 김관진, 사드 배치 시기 2번 앞당겨 

이철희 의원이 확보한 국방부 문건 및 증언에 따르면,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은 ‘한반도 위기 심화’를 이유로 사드 배치 일정을 두차례 앞당기도록 국방부를 압박했다. 애초 한-미 양국은 2016년 11월에 작성한 1차 합의안을 토대로 ‘2017년 9월 임시배치→2018년 이후 완전운용능력(본배치) 구비’를 계획했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2016년 12월9일 이후 사드 배치를 서두르기 시작했다. 당시 국방부와 청와대 관계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김 전 실장은 탄핵 이후 국방부에 사드 배치를 ‘2017년 5월’로 계획보다 넉 달 앞당기는 안을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2016년 12월 말 국방부 고위관계자가 김 전 실장 등이 참석한 청와대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2017년 9월 배치안과 5월 배치안의 장단점을 비교하며 “(5월로) 앞당기는 것은 실익이 없다”고 보고하자, 김 전 실장은 국방부를 크게 질책했다고 한다. 이로부터 10여일 뒤인 올해 1월8일 김 전 실장은 미국을 방문해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와 ‘차질없는 사드 배치’를 논의했고, 김 전 실장의 귀국 이후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은 1월23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사드 배치를) 할 수 있는 대로 조속히 하는 것이 좋다”며 배치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가속화’ 요구에 따라, 미군은 2월 초 ‘2017년 5월 임시배치→2018년 본배치’를 뼈대로 한 수정안을 우리 쪽에 제시했지만, 애초 ‘5월 배치’ 검토를 지시했던 김 전 실장은 태도를 한번 더 바꿨다. 한민구 당시 국방장관에게 배치 시기를 이보다 더 앞당길 것을 요구한 것이다. 이에 3월1일 한민구 전 장관은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과의 통화에서 “사드의 조속한 작전운용을 위한 준비를 차질없이 추진”한다고 밝혔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3월10일)을 코앞에 둔 3월6일 밤 주한미군은 사드 장비 일부를 오산공군기지로 공수해왔다. 김관진 전 실장은 3월15일 또다시 미국을 방문해 허버트 맥매스터 안보보좌관과 ‘사드의 차질없는 배치’를 거듭 논의했다. 올 3월에 확정된 2차 한-미 양국의 합의안에서는 ‘2017년 4월 말 임시배치→2017년 내 본배치 완료’가 확정됐고, 4월26일 새벽 경북 성주에 사드 발사대 2기가 기습 배치됐다.

■ ‘박근혜 파면’ 앞두고 빨라진 ‘사드 시계’ 

그동안 사드 조기 배치를 주도한 쪽이 미국인지, 우리 정부인지를 두고 논란이 이어져왔다. 대선 당시 유력 주자였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사드 배치 권한은 차기 정부가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대선 전 사드가 기습 배치되면서 새 정부의 입지는 좁아졌다. 미국 역시 사드 조기 배치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올해 들어 방한한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은 사드 배치를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말만 재확인했을 뿐, 시점을 언급한 적은 없었다. 오히려 ‘조속한 배치’라는 표현은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과 한민구 전 국방장관 등 우리 정부 쪽에서 나왔다. 한국이 ‘재촉’하고 미국이 ‘화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이유다. 사드 체계의 발사대 개수도 계속 증가했다. 애초 지난해 11월 1차 합의안 때는 올해 발사대 1기, 내년 5기를 배치해 완전운용능력을 갖출 계획이었지만, 올 3월 최종 합의안에선 4월 말까지 2기, 올해 말까지 모두 6기를 배치하는 쪽으로 확대됐다. 이철희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과 헌법재판소 심판 결정 등을 앞두고 사드가 서둘러 배치됐다. 이에 대한 진상을 정확히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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