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814272.html?_fr=mt2

“‘어? 무슨 헬리콥터야?’ 하는 순간 총소리…아직도 파편 몸속”
등록 :2017-10-12 18:26 수정 :2017-10-12 20:06

유일한 5·18 헬기 사격 피해 증언 남현애(59)씨
80년 5월21일 옛 광주노동청 앞에서 다쳐 
5·18 국방부 특조위, 남씨 등 피해 진술 청취
96년 남씨 몸에서 나온 총탄 미국 전문기관 분석 
“엠50 이상 중화기 기관총 파편”…헬기 등에 장착


5·18 피해자 남현애씨가 11일 오후 광주보훈병원에서 자신의 몸속에서 나온 탄환이 자동기관총의 파편이라는 분석 내용이 담긴 미국 무기실험연구소의 조사결과 보고서 원본을 들어 보이고 있다. 정대하 기자

“‘어? 무슨 헬리콥터야?’라고 말하는 순간 다리에 (총탄을) 맞았어요.”

5·18 부상자 남현애(59)씨는 11일 <한겨레> 기자와 만나 “1980년 5월 당시 총소리가 나고 헬기가 떠 있었다”며 “머리를 팔로 가리다가 왼쪽 팔과 다리, 오른쪽 팔에 맞고 쓰러졌다”고 말했다. 남씨는 다친 날짜를 5월20일 또는 21일로 기억했다. 정수만 5·18연구소 비상임연구원은 “20일 오후엔 계엄군의 발포가 없었기 때문에 21일이 맞다”고 말했다. 남씨는 당시 오후 2~3시께 광주광역시 소재 옛 전남도청 앞에서 500여m 떨어진 옛 광주지방노동청 앞에서 총상을 입었다. 남씨는 “당시 거리엔 군인들이 없었는데도 총소리가 ‘다다다다’ 하고 들렸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5·18 때 헬기사격을 봤다는 목격자는 고 조비오 신부 등 여럿이지만, 헬기사격 피해자라고 증언하는 이는 남씨가 유일하다. 남씨가 총격을 받은 시점은, 이광영(64)씨가 80년 5월21일 오후 1시30분부터 2시30분 사이 광주 월산동 로터리 부근에서 세차례 헬기 기총소사(기관총 연발 사격)를 목격했다는 증언(<한겨레> 9월5일치 9면)과도 연관성이 있다.


남현애씨 몸 안에서 수술을 통해 빼낸 총알 파편.

당시 다친 남씨는 여중생 2명과 함께 ㄷ주유소 담을 넘어 민가로 피신했다. 집주인 아들의 도움을 받아 화물차에 실려서 ㅅ병원으로 가 상처를 치료했다. 남씨가 총탄이 몸에 남아 있는 것을 알게 된 것은 1990년 5·18 피해 보상이 시작됐을 때다. 남씨는 “치료기록이 없다”던 ㅅ병원 쪽에 요구해 엑스레이 사진을 찍고 아연실색했다. 몸속에 총탄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남씨는 “그때야 왜 자꾸 몸이 마비가 돼 걷다가도 그냥 주저앉곤 했는지를 알게 됐다”며 “조선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아 몸속의 총알을 빼냈지만, 지금도 일부 파편은 남아 있다”고 말했다.

남씨의 몸에서 빼낸 총알을 건네받은 변주나 전북대 교수(간호학과)는 미국 무기실험연구소에 분석을 의뢰했다. 변 교수는 1996년 4월 “(남씨의 몸에서 나온) 파편은 탄환 지름이 최소한 6.5㎜ 이상이며 엠50 기관총 이상의 철갑탄으로 자동기관총의 것”이라는 미국 무기실험연구소의 분석 결과를 받았다. 엠50이나 엠60(7.62㎜ 탄환 사용)은 기관총으로 헬기나 차량 등에 장착해 운용한다. 5·18 때 투입된 공수부대 등 계엄군의 개인화기인 엠16 소총은 5.56㎜ 탄환을 사용한다.


변주나 전북대 교수(간호학과)가 1996년 미국 무기실험연구소에서 받은 분석 결과서엔 “(남현애씨의 몸에서 나온) 파편은 탄알의 지름이 최소한 6.5㎜ 이상이며 엠50 이상의 철갑탄으로 자동기관총의 것”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정대하 기자

‘5·18 민주화운동 헬기사격 및 전투기 출격대기 관련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는 지난 11일 광주를 방문해 남씨의 증언을 들었다. 한 5·18 전문가는 “전남도청 근처 전일빌딩 10층의 탄흔들이 헬기에서 쏜 엠60 기관총에 의한 것이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분석과 미국 무기실험연구소의 남씨 탄환 분석 보고서 등을 국제적십자사 산하 국제총기범죄연구소 등에 보내 헬기사격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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