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67649


'진보 언론 탄압', MB 정권 이은 박근혜 정권 때는?
[게릴라칼럼] 시민기자에 '사이비 기자' 운운했던 MB 정권... 박근혜 정권도 조사해야
17.10.13 21:22 l 최종 업데이트 17.10.13 21:22 l 글: 하성태(woodyh) 편집: 박혜경(jdishkys)

남아공 월드컵의 열기로 뜨거웠던 2010년 6월, 당시 이명박 청와대는 이른바 '청와대 트위터 응원 번개'를 제안했다. 그해 6월 23일 새벽 광화문 교보문고 옆 KT빌딩 앞마당에서 나이지리아와의 경기에 나선 한국 대표팀을 응원하는 행사를 개최하며 시민들의 호응을 유도한 것이다. 

"청와대 트위터 응원 번개, 23일 새벽 1시30분 광화문 교보문고 옆 KT빌딩 앞마당에서 뵙겠습니다! 세종문화회관 건너편~ 1시30분부터 만남의 시간, 3시부터 단체관람과 응원시작! 현재까지 DM으로 참여 신청주신 분은 100여 분입니다."

거기까진 좋았다. 젊은 층을 유도하기 위해 '막걸리 번개'를 개최한다는 취지는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청와대 트위터 계정이 인증샷이라고 올린 사진 속 태극기였다. 참가자들이 흔들고 있던 태극기의 위아래가 거꾸로 뒤집혀 있었기 때문이다. 당연히도, 이 사진은 게시 직후 논란이 됐고, 청와대와 이명박 대통령은 쌍으로 욕을 먹었다. 

이를 지적한 기사를 썼더랬다. 청와대 측은 이에 항의와 정정을 요구했던 걸로 기억한다. MB의 꼼꼼함(?)과 뒤끝을 확인했던 기억으로도 남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MB는 취임 초기인 2008년 8월 베이징 올림픽 한국 여자핸드볼 경기를 관람하면서 태극문양이 거꾸로 뒤집힌 태극기를 흔든 사진이 공개돼 "국가에 대한 모욕"과 같은 거센 비난에 직면해야 했다. 

딱 2년 만에 똑같은 실수를 본인도 아닌 청와대 관계자들이 저질렀으니, MB는 얼마나 짜증이 났겠는가. 또 청와대 측이 재빨리 여론진화에 나서려 얼마나 애를 먹었겠는가. 그 이후로 박근혜 정부까지 청와대의 항의를 받은 기억은 없다. 그간 다행히(?)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된 경험도 없다.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무명의 글쟁이라 겪는 설움(?)이면 설움이었으리라.  

다만, MB 정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이니 4대강 사업이니, MB 정권의 실정을 지적하고 비판적인 글을 쓰면서 본의 아니게 부담감을 느꼈던 일은 똑똑히 기억한다. 그런 부담감이 일종의 자기검열로 작용했던 것도 같다. 그런 부담감과 자기검열을 느낀 소위 '글쟁이'들은, 언론인들은 또 얼마나 될까. 

자기검열 작동시켰던 MB 정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사이비라니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12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박근혜 청와대 세월호 사고일지 사후조작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12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박근혜 청와대 세월호 사고일지 사후조작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최근 문재인 정권의 '적폐 청산' 작업으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가 실체를 드러나는 가운데,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가 <오마이뉴스> 등 진보성향 인터넷 매체 시민기자를 '사이비 기자'로 지칭하고 정권 비판 보도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등을 포함해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13일 <경향신문> 단독보도를 통해서다. 

"시민기자의 기사는 독자에게 일반인의 여론인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데다 언론사 이미지가 더해져 신뢰도(를) 제고. 개인적인 의견을 과장해서 쓸 수 있으나 정식 기사와 다름없이 게재."
"이들의 활동량에 따라 온·오프라인상 반(反)정부 여론이 쉽게 전파 가능."
"<오마이뉴스>는 일반인들을 시민기자로 선정해 기사나 칼럼을 지면에 게재하는 등 사회 이슈에 대한 적극적 참여·공감 유도". 
"중앙부처나 자치단체가 사이비 기자에 신중 대처하고 반정부·왜곡 보도에 대해 언론중재위 등 적극 대응하도록 주문."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가 최근 확보한 '청와대 캐비닛 문건' 중 '좌파 인터넷 매체 시민기자 확충으로 세 확산' 문건에 적시된 내용이라고 한다. 13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이 문건은 지난 2011년 작성됐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가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권 재창출과 보수층 결집을 위해 유리한 여론 지형을 형성하기 위해 진보언론과 인터넷 매체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문건으로 풀이된다.  

MB가 진보 언론을, <오마이뉴스>를 포함한 인터넷 매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는지를 단박에 드러내는 내용이라 할 수 있다. 한마디로, MB는 정권에 비판적인 시민저널리즘을 아예 '사이비 기자'로 매도했던 것이다. 이런 '파악'에서 끝났으면 문제가 없었을 터. 이 문건에서는 "우파 인터넷 언론들의 시민기자 활용, SNS 활동 강화 지원" 등의 대응 방안도 담겨 있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가 시작이었을 것이다. 극우보수 매체들이 포털에 진출하고, 야금야금 여론을 갉아먹으며 '좌우', '진보 vs. 보수' 프레임이 균등한 여론인 것 같은 가짜 지형을 형성해 온 것이. 박근혜 정부 청와대 초대 대변인에 '그립' 윤창중씨가 발탁된 사실 역시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이후 <뉴데일리> <미디어펜> 등 보수 매체들이 속속 포털을 장악하며 국민 여론을 호도해 나갔다.  

이 시작이 바로 이명박 정부였고, 그에 일조한 것이 국정원이었다. 앞서 국정원 개혁발전위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은 변희재 대표가 운영한 <미디어워치> 등 보수 매체를 적극 활용하기 위해 전경련, 삼성 등 26개 민간기업 및 한전 등 10개 공공기관에 <미디어워치> 광고 지원을 요청 지시했고, 실제 이명박 대통령 재임 기간인 2009년 4월부터 2013년 2월까지 4억 원가량의 기업 광고를 수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극우보수 매체에 나랏돈이 어디까지 쓰였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어디 매체뿐인가. 극우보수 단체들도 똑같은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 국가 정보기관이 움직이고, '검은' 나랏돈이 쓰인 정황들 말이다. 개인과 시민단체, 언론 등에 고소고발을 일삼은 이들 보수단체 중 활동 자금이 '미치도록' 궁금한 곳이 하나 있다. 바로 세월호 참사 이후 창립됐으며 '어버이연합'과 다수의 과격 집회를 공유했던 '한겨레 청년단'이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고발했던 한겨레 청년단

 검찰이 '세월호 모욕 후보' 심판을 위해 투표장에 나가라고 독려한 <오마이뉴스> 칼럼을 문제삼아, 편집기자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  지난 2016년 검찰이 '세월호 모욕 후보' 심판을 위해 투표장에 나가라고 독려한 <오마이뉴스> 칼럼을 문제삼아, 편집기자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 오마이뉴스

지난 2004년 10월 창립한 '한겨레 청년단'은 대한민국 우파 청년들과 북한 이탈주민 출신 청년들이 뜻을 모아 만든 시민단체를 표방했다. '실천하는 젊음', '행동하는 청년'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핵심과제로는 '반공, 안보 중심의 체제수호 운동'과 '북한인권 개선을 비롯한 통일 운동' 내세웠다. 창립 당시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사무부총장 출신인 박완석 대표 등이 주축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한겨레 청년단과의 악연은 바로 작년 총선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겨레 청년단은 지난 2016년 4월 13일 총선 당일 필자가 쓴 "이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지금 투표하러 가십시오"란 칼럼을 걸고넘어졌다. 

한겨레 청년단은 총선 얼마 후 이 칼럼 내용이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며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은 한겨레 청년단이 취소한 고발을 그날 당일 인지 수사로 전환했다. 이후 검찰은 김준수 <오마이뉴스> 편집기자를 공직선거법 58조 2항 '투표참여 권유활동' 방법 위반으로 기소한 것이다. '박근혜 탄핵' 전까지,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를 필두로 정권 차원의 진보언론 길들이기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현재 이 재판은 헌법재판소에 제청된 상태다. 지난 1월 재판부는 공판 연기를 선고하며 "선거운동을 두고 법이 제한적으로 적용돼야 한다"는 해석을 내놓으면서 해당 공직선거법 조항에 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사실 해당 칼럼은 세월호 진상규명과 성평등을 가로막는 '부적절한' 후보를 잘 가려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일반적인 '투표 독려' 내용이었다. '반값등록금 도둑들 6인', '국민 노후를 불안하게 만든 후보 19인' 등 시민단체가 발표한 내용을 정리했고, 여야 후보들을 특정할 의도도 없었다. 헌데 한겨레 청년단이 이 칼럼을 검찰에 고발했고, 고발 취하 후에도 검찰이 인지수사로 전환하며 언론사도, 칼럼 당사자도 아닌 편집기자를 고소한 것이다.  

한겨레 청년단은 박근혜 정부 들어 어버이연합과 집회와 시위를 일삼은 대표적인 보수극우 단체라 할 수 있다. 특히 세월호 유족들의 진상규명 집회 등 박근혜 정권이 민감해 할 만한 사안과 관련된 집회나 시위에 종종 모습을 드러냈다. 어버이연합, 탈북자 어버이연합과 함께 벌인 폭력, 과격 시위도 한둘이 아니다. 

본인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검찰은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을 '관제데모' 혐의로 곧 구속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정권의 국정원에 돈을 받고 집회를 벌인 혐의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과격 시위를 이어갔던 극우 단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추 사무총장 선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내내 극우단체가 하루가 멀다 하고 벌인 '관제데모'는 물론 그들이 일삼은 고소고발의 피해자들을 위해서라도 관련 단체들과 그들의 자금줄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그 단체들 중 한겨레 청년단 역시 포함돼야 마땅하다. 유독 '법치주의'를 강조했던,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를 사이비 기자로 지칭하며 우파단체를 지원했던 MB의 뜻을 존중해서라도 말이다.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