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79467&PAGE_CD=N0120

[주장] 정말 이런 대통령은 처음 봤다
12.01.04 08:53 ㅣ최종 업데이트 12.01.04 08:53  김동수 (kimds6671)

▲ 이명박 대통령이 3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 "지구상에 20불짜리 배추가 어딨냐."고 말했다. ⓒ 청와대

"배추 등 생필품을 포함한 물가가 올라도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을 못 봤다. 농축산물을 중심으로 품목별 물가 관리의 목표를 정해서 일정 가격 이상 오르지 않도록 하는 확고한 정책이 있어야 한다. 품목별로 담당자를 정해서 물가관리 책임실명제를 실시해 달라."
 
"지구상에 20불짜리 배추가 어딨냐"고? 1달러도 안해
 
이명박 대통령 3일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 한 발언입니다. 이 대통령은 또 "지구상에 20불짜리 배추가 어딨냐. 금년 한해는 정말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 달라"는 말도 했습니다. 아마 지난 2010년 가을 배추 한 포기에 1만5천 원하던 때를 떠올린 것 같습니다.
 
특히 2010년 "기왕에 이렇게 된 거"와 함께 황당하기 짝이 없는 'MB어록'에 뽑힌 "내 상에 양배추 김치를 올리라"는 말을 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은 것을 반성하는 뜻에서 배춧값을 안정시키라는 '애민'을 보여주려고 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구상에 20달러짜리 배추가 어딨냐"는 말은 "내 상에 양배추 김치를 올리라"고 한 것처럼 황당한 말입니다. 이유는 2010년 가을에 배추 한 포기에 1만5천 원은 잠깐이었을 뿐 지난해는 배추 한 포기에 1천 원 안팎이었습니다. 배추 한 포기는 20달러가 아니라 1달러도 안 됩니다.
 
2010년 배춧값 폭등 때는 배추 한 포기와 양배추 한 통 가격 차이를 몰랐듯이 아직도 이 대통령은 1년 넉 달 전 가격을 지금에 가격인줄 알고 물가 잡지 못한다고 닥달하고 있습니다. 참모들이 정확한 물가 정보를 보고하지 않는 것이 문제인지, 보고를 받고 이런 헛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답답할 노릇입니다.
 
물가 못잡는 사람을 임명한 MB "책임지는 사람 없어"
 
그럼 물가가 올라도 책임지는 사람을 못 봤다고 하는데 그 책임을 물을 사람이 바로 이명박 대통령 자신임을 정말 모르는지 묻고 싶습니다. 이 대통령은 항상 말했습니다. "일만 잘하면 된다"고. 일 잘하는 사람들 자기가 뽑아놓고, 물가 잡지 못한다고 타박을 합니다. 끝까지 '내 책임'이라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자신들을 임명해놓고 물가 못 잡는다며 "책임지지 않는다"고 타박하는 대통령을 보며 국무회의 자리에 앉아 있던 장관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그리고 농산물 가격 폭등한다고 다잡이에 나섰는데 농민은 가격 결정권도 없습니다. 생산자가 가격 결정을 하지 못하는 유일한 품목이 농산물입니다. 농민들은 가격이 폭등하면 돈을 많이 벌 것 같지만 아닙니다. 폭등하면 정부는 무관세로 수입해 버립니다. 지난 2010년 배춧값 폭등 때 중국산 배추 100톤을 긴급수입하고, 농림수산식품부는 그해 10월 1일 내놓은 '김장철 배추 등 채소류 가격 안정대책'을 발표했었습니다. 당시 정부는 배추(27%), 무(30%)에 적용되는 수입관세를 한시적으로 없앴습니다.
 
지난달 28일 <농민신문>은 관세청 자료를 인용해, 올해(2011년) 우리나라가 수출한 김치는 11월 말까지 2만4869t에 그쳤지만, 이 기간 김치 수입량은 수출량보다 무려 8.5배나 많은 21만3247t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습니다. 배춧값은 폭락하는데 김치는 수입하는 이상현상입니다. 김치종주국은 어디로가고 김치 수입국으로 전락해버린 것입니다.
 
이뿐 아닙니다. 이명박 정권은 물가를 억제한다며 지난해 5월부터 닭고기·젖소·가공초콜릿 등 9개 품목의 관세를 한시적으로 없앴었습니다. 이처럼 MB정권은 물가만 오르면 농산물 가격부터 잡았는데 그 방법이 해당 농산물 '무관세' 수입이었습니다. 
 
MB정권, 농산물값 폭등하면 '무관세' 수입
 
농산물 값이 올라도, 폭락해도 농민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되풀이 하고 있습니다. 가격이 폭등한다고 무관세로 수입해 서민 물가를 안정시키는 정책을 편 적이 있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이 대통령은 또 "서민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물가다. 물가 문제는 공직을 걸고 챙겨야 한다. 열린사회인 만큼 수급 예측을 잘하면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다"며 "특히 농축산물은 수급을 잘 조절해서 적정 가격을 유지하는 것이 소비자에게도 좋고 농민들에게도 좋다. 국민들에게도 생활물가 동향을 미리 알려서 안심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헛말입니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농산물가격 대책이란 '무관세' 수입입니다. 폭등하면 농민들이 갈아엎어도 보상해주지도 않습니다. 즉, 농민을 위해 정부가 해주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가슴을 칠 뉴스를 봤습니다. 3일 <연합뉴스>는 전라북도 순창군 인계면 노동리에서 소 농장을 운영하는 A(56)씨는 이날 오전 소 54마리 중 굶어 죽은 육우 9마리를 농장 인근에 묻었다고 보도했었습니다. 전북도는 소 값 폭락과 사료 값 상승을 감당하지 못한 A씨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료량을 점차 줄이다가 최근에는 물밖에 주지 못해 이들 소가 영양실조 등으로 아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우 송아지 30만 원짜리도 있고, 젓소 육우 송아지는 1만 원
 
솟값은 떨어지고, 사룟값은 올라 결국 생명이 굶어 죽었습니다. 이 기사를 보고 눈물이 주루룩 얼굴을 타고 흘러 내렸습니다. 동생이 한우를 키워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거나, 폭락할 때 한우 가격이 얼마인지 눈길이 가장 먼저 갑니다. 지난해 7~8월만해도 송아지 한 마리가 200만 원 안팎이었습니다. 하지만 불과 넉 달만인 지난 달 중순 송아지 한 마리에 100만 원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열흘 정도가 지난 주 목요일(29일) 동생을 만났습니다. 소값 걱정에 물었던니 한 마리에 50만 원, 심지어 30만 원하는 송아지도 있다고 했습니다. 숨어 턱 막혔습니다. 30만 원이면 돼지 한 마리보다 못한 가격입니다. 물론 30만 원과 50만 원짜리 송아지는 아주 드문 경우입니다. 하지만 30만 원대 가격까지 떨어졌다는 것 자체가 현재 한우 농가가 얼마나 절박한 환경에 처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배추 한 포기에 20달러 한다며 "세상이 이런 일이 어디 있느냐"고 하신 우리 가카 왜 "세상에 송아지 한 마리에 1만 원짜리가 어딨냐"며 장관들 닥달하는 모습은 없는 것입니까. 삼겹살 1인보다 안 되는 젓소 육우 송아지. 2012년 농민들 한해 삶은 팍팍할 수밖에 없습니다. 농민들 고통 아랑곳하지 않는 정말 이런 한심한 대통령은 처음 봤습니다.
 
'주체사상 대부' 황장엽은 국민훈장 무궁화장 vs '민주주의자' 김근태는?
 
농민들 고통을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이 대통령을 보면서 문득 떠오른 것 하나가 어제(3일) 흙으로 돌아간 김근태 민주통합당 고문입니다. 이 대통령은 직접 조문하지 않았습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인식이 있었다면 참모들을 보낼 것이 아니라 직접 조문하는 것이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 예의입니다. 더 황당한 것은 김 고문에게 대한민국 훈장을 추서했다는 소식을 아직 접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지난 2010년 10월 숨진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에게는 우리나라 최고 훈장인 '무궁화대훈장' 다음 등급인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했었습니다. 비록 황장엽 전 비서가 김정일 정권을 뒤로하고 망명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는 주체사상 '대부'입니다. 이 하나의 이유만으로도 그는 대한민국 훈장 추서와 현충원 안장 자격을 상실한 자입니다. 
 
주체사상은 북한 김일성 왕조 토대를 낳은 철학이고, 체계화해 김일성 주의로 발전시켰고, 김정일 개인교사 역활도 했었습니다. 1965년 39살의 젊은 나이로 김일성 종합대학 총장에 올랐고,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을 세 차례나 지낸 자였습니다. 망명 후 그는 김정일 위원장을 맹비난했지만 단 한 번도 공산주의자였음을 반성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자에게 대한민국 두 번째 훈장을 추서했던 이명박 정권, 하지만 민주주의자 김근태 고문에게는 제대로 된 예의를 갖추지 않았습니다. 물론 김 고문과 유가족, 그리고 그를 존경하는 시민들이 이명박 정권이 추서하는 훈장은 받지 않겠다고 했을 수도 있지만 마지막 가는 김 고문에 대한 이런 행태는 민주주의 부재를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정말 이런 대통령 처음 봤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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