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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 “김근태, 수배중 마스크 쓰고 빌린 노트 돌려주려...”
MB ‘물가관리 실명제’ 지시에는 “우격다짐식 정책” 비판
김태진 기자 | newsface21@gmail.com 
12.01.04 14:14 | 최종 수정시간 12.01.04 14:14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과 ‘4대강 사업’에 대해 비판적인 글로 네티즌들의 좋은 평가를 얻고있는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지난달 타계한 김근태 민주통합당 고문과의 추억을 공개했다. 

대학시절 김 고문이 수배중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빌린 노트를 ‘운동권 접선’ 방식으로 돌려줬다며 대학원에 진학하겠다는 뜻을 이루지 못한 김 고문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나타낸 것이다. 이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 68학번이고 김 고문은 같은과 65학번이다. 

이 교수는 4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이 교수는 “1972년 졸업을 앞두고 나와 (김근태) 선배님은 대학원 입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대학원 시험은 학부 때 모은 노트를 정리해 준비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준비성 많은 나는 그 노트를 단권화해서 외우고 다녔다”며 “선배님이 그걸 아시고 그 노트를 빌려 달라고 하시더라. 당연히 빌려 드렸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런데 대학원 입시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노트를 돌려 주시지 않는 것이었다. 그 분과는 연락도 불가능한 상태라 초조하기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어느 날 선배님으로부터 갑자기 전화가 걸려 왔다. 노트를 돌려줄 테니 며칠 몇 시에 경희대학교 정문 앞에 나오라는 것이었다. 너무 반가워서 그러겠다고 대답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그런데 그 만남의 약속이 무척 운동권스러운 것이었다. 마치 접선을 하듯 약속 장소에 어떻게 나타나 어떻게 행동하라고 자세하게 가르쳐 주시더라”며 “그날 약속장소에 나가니 약속된 시간에 딱 맞춰 선배님으로 보이는 사람이 마스크를 한 채 내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눈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단번에 선배님인 줄 알겠더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교수는 “그 분은 나에게 접근해 오더니 노트를 쓱 내밀고 ‘고맙다’는 한 말씀만 남기신 채 스쳐가듯 사라져 버리셨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대학원 입시를 결심한 직후 또 다시 수배령이 내렸나 보다. 그래서 숨어 다니시느라고 노트를 돌려주시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그러나 어떤 수를 쓰던 후배에게 노트를 돌려주셔야 한다는 일념에서 그런 접선과도 같은 방식을 선택했던 것이다. 입학시험 당일 보니 선배님은 시험장에 나오지 못하셨다. 수배중이었느니 당연한 일이었다”며 “대학원 진학을 꿈꾸시다가 그 꿈을 이루지 못해 마음의 상처가 남지나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하기야 그 분이 마음의 상처를 입은 것이 그 일 하나뿐이겠나? 민주화를 위해 싸우시다가 온 몸과 마음이 상처 투성이셨을 것”이라며 “이제 영원한 잠에 빠지셨으니 그 모든 상처도 말끔이 씻어졌으리라고 믿는다. 활짝 웃으시는 영정 사진의 모습처럼 하늘나라에 가셔서 늘 그렇게 활짝 웃고 사시기를”이라고 고인의 영면을 기원했다. 

이에 앞서 이 교수는 전날 이명박 대통령이 ‘물가관리 실명제’ 도입을 지시한 것과 관련, “물가불안의 문제에 올인하겠다는 의지는 칭찬해줄 만하지만 신자유주의를 내걸고 집권한 정부에 걸맞지 않는 우격다짐식의 정책이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물가 상승의 원인에 대한 인식이 근본적으로 잘못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발상이 나오는 것이라고 본다”며 “MB가 생각하는 대로 상품 하나하나에 대해 간섭을 해나가면 물가가 전반적으로 안정될 수 있을까? 이런 시대착오적 정책으로는 결코 물가를 안정시킬 수 없다고 믿는다. 더구나 개입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들은 어떻게 하나?”라고 따져물었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이 정부의 경제정책은 1970년대로 퇴행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물가관리 책임실명제라는 것도 개발독재시대에나 걸맞을 정책”이라며 “시장이 만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정부처럼 시장의 기능을 전적으로 무시하는 태도도 옳지 못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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