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816872.html


[단독]‘국정화 여론몰이’에 서울대 총장 동원 “역사학자 집단행동 자제 요청”

등록 :2017-10-31 18:07 수정 :2017-10-31 18:27


‘2015년10월 교육부 당정청 회의 자료’ 공개

국정화 반대 역사학자, 서울대에 모여 성명발표 계획하자

성낙인 서울대 총장 거론하며 “집단행동 자제 요청하라”

양호환 역사학대회장 “성 총장의 성명발표 자제 요청 사실”

보수 학부모 단체 동원, 역사학대회 방해 집단행동도 추진


지난 2015년 10월30일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이 전국역사학대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관악구 대학동 서울대학교 정문 앞에서 '친북 반국가 교과서 집필진 퇴출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지난 2015년 10월30일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이 전국역사학대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관악구 대학동 서울대학교 정문 앞에서 '친북 반국가 교과서 집필진 퇴출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박근혜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여론몰이를 위해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은 물론 친정부 성향의 교수와 국립대 총장·보수단체·언론 등을 적극 동원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청와대의 지시 아래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이 국정화에 반대하는 역사학자를 대상으로 ‘역사학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데 이어, 당·정·청이 함께 여론을 움직이려 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31일 <한겨레>가 확보한 교육부의 ‘올바른 역사교과서 추진 상황 및 향후 대책’ 보고서(2015년 10월26일 작성)를 보면, 당시 청와대와 교육부 등은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국립대 총장을 통해 역사학회 개최를 방해하고 이념적 갈등을 꾀하는 언론 기사 배포 등을 추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당·정·청 회의 자료’라는 설명이 붙은 이 보고서에서 국정화 찬성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으로 △VIP, 당대표 연설 등을 통한 메시지 전달 △여의도 연구원을 통한 우호적 여론조사 결과 도출 및 확산 △국정화 지지 교수의 지속발굴 및 선언 발표 △10월30일 전국역사학대회 대응 △보수 학부모 단체를 통한 집단행동 추진 등을 꼽았다.


실제로 교육부는 2015년 10월30일 서울대에서 열린 전국역사학대회와 관련해 “서울대(성낙인) 총장이 행사 주최 측에 집단행동 자제를 요청하고, 집단행동 움직임이 있을 경우 장소 불허를 검토”한다고 보고한 뒤 이를 실행에 옮겼다. 당시 역사학자들은 대회가 열릴 서울대에 모여 국정화 반대 기자회견과 공동성명 발표를 준비했다. 이에 교육부는 보고서에서 “2015년 10월22일 대학정책실장. (성낙인) 서울대 총장에게 역사학대회협의회 회장 양호환 교수에 대한 집단행동 자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양호환 서울대 교수(역사교육과)는 31일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그때 성낙인 총장에게 전화가 왔고, 공동성명 발표 등 집단행동은 자제하면 어떻겠냐는 의사표현이 있었다. ‘성명서를 낭독할 계획이 있느냐’ 묻는 등 간접적인 방식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성낙인 총장은 “당시에 내가 축사도 했고 만찬에 가서 비용도 냈다”며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교육부는 역사학대회 방해를 위해 보수단체도 동원했다. 보고서의 ‘보수단체 집단행동’ 항목에서 교육부는 “대회 현장에서 교과서 정책에 지지하는 보수단체를 통한 대응 집단행동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좀더 구체적으로는 같은해 10월22일 차관이 단체 대표와 면담해 통합적 대응을 협의한다는 내용도 나왔다.


지난 2015년 10월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30일 오전 제 58회 전국역사학대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관악구 대학동 서울대학교 정문 앞에서 &#39;친북 반국가 교과서 집필진 퇴출촉구&#39;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지난 2015년 10월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30일 오전 제 58회 전국역사학대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관악구 대학동 서울대학교 정문 앞에서 '친북 반국가 교과서 집필진 퇴출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교육부는 국정화를 지지하는 역사학계 교수진을 발굴한 뒤 이들을 앞세워 교과서 국정화의 필요성을 알리려는 시도에도 적극적이었다. 보고서에서 교육부는 “지지 교수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선언을 발표해 주요 학자들이 국정교과서 편찬에 적극 동참하는 분위기를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또한, 이들의 “언론기고 및 인터뷰 등을 적극 추진”하자고도 했다. 역사학대회와 관련해서도 “대회 기간중 ‘올바른 역사교과서 지지 교수 모임’의 3차 성명서 발표를 추진”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교육부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는 당시 청와대와 교육부가 국정화 여론몰이를 위해 보수 단체와 친정부 성향의 교수 등을 동원한 과정의 적절성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미향 홍석재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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