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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벨’에 눈독들이는 보훈처의 ‘시대착오’
[하니Only] 등록 : 20120104 15:39 | 수정 : 20120104 15:52
   
생뚱맞은 MB대북정책 홍보 이어
내년엔 ‘나라사랑’ 내세운 구시대적 행사 추진
박 보훈처장, 노무현정부때 갈등빚어 퇴역

“2040세대를 중심으로 햇볕정책과 남북화해가 현 정부의 원칙있는 대북정책 및 한미동맹 강화보다 안보에 유리하다고 잘못 인식.”

극우보수 단체의 주장이 아니다. 정부 부처 가운데 하나인 국가보훈처가 4일 오전 이명박 대통령에게 업무보고한 내용이다. 보훈처의 부연 설명을 들어보자. “북한의 대남전략과 안보 실상에 대한 인식 부족에서 오는 중대한 문제로 국민 갈등의 원인, 대국민 호국정신 함양으로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는 국가적 차원의 대책 필요.”

햇볕정책과 남북화해에 관한 주장이 잘못된 것이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단다. 이 대통령도 신년사에서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를 언급하지 않고 전향적인 남북관계 구축을 모색하는 게 현실인데, 어떻게 이런 판단과 주장을 드러내놓고 할 수 있을까?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어떤 근거에서 그렇게 판단했으며, 원칙 있는 대북정책이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기자)

“지금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데 국민이 잘못 인식하고 있다는 표현입니다.” (이 조정관)

‘그러니까 원칙있는 대북정책의 원칙이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기자)

“그 표현 그대로 정부의 원칙 있는 대북정책으로 이해를 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이 조정관)

‘말장난하지 마시고요. 원칙 있는 대북정책이 낫다고 했으면 원칙 있는 대북정책이 무엇이며, 왜 나은지에 대한 판단의 설명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기자)

“우리가 다시 정리해서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 조정관)

국가보훈처인지 정권보훈처인지

과연 햇볕정책을 지지하면 국민 갈등의 원인인가? 오가는 질문과 답변에 국방부 관계자들조차 한숨을 내쉬었고, 다른 기자가 질문을 이어갔다.

‘기본적인 질문일 것 같은데 보훈처가 하는 업무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기자)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와 이분들의 정신을 선양하고 알리는 일, 두 가지입니다.” (이 조정관)

‘그러면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의 인식 변화나 이에 대한 홍보 강화가 어떻게 보훈처의 업무와 연관이 됩니까?’ (기자)

“이렇게 이해를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국가유공자 분들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헌신을 해오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제대로 된 그분을 보훈한다는 것은 물질적인 보상도 중요하지만, 국민이 나라를 지키거나 의지들, 이런 것들이 고양된 사회가 진정한 보훈이고, 우리가 보훈하는 목적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 조정관)

‘나라를 지키고자 하는 정신을 알리신다고 하는데, 이것은 정권을 지키고자 하는 정신을 알리자는 것 아닙니까?’ (기자)

“그렇지 않고요. 국가를 지키고자 하는 의지를 알리겠다는 것입니다.”(이 조정관)

‘이게 정권에 대한 옹호 내용이지, 어떻게 국가의 옹호입니까? 그러면, 과거 남북화해나 햇볕정책을 추진했던 것은 국가가 아니라는 것입니까?’ (기자)

“그런 표현은 아니었는데….” (이 조정관)

답답한지 또 다른 기자가 나섰다.

‘만약에 올 연말에 대선이 있는데요. 정권이 바뀌어서 다음 정권에서 화해협력 정책을 편다면 그것이 잘못됐다고 후년 업무보고에는 그렇게 보고할 것입니까?’ (기자)

“지금 우리 처에서는 이 방향이 맞는다고 생각하고 있고, 거기에 대해서 이해를 전제로 답변하기는 어려운 사안이라는 것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조정관)

국방부 관계자조차 한숨 내쉬어

보훈처의 극우보수적 태도는 여기에 머물지 않았다. 나라사랑 교육 확산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겠다며 △나라사랑 강사단(300명) 집중적 육성 △초·중·고 교사 대상 교수학습 경진대회 △KBS ‘도전 골든벨’ 프로그램에 나라사랑 관련 문제 출제-국내외 현충시설 탐방기회 부여 △나라사랑 체험교육 프로그램 공모 지원(5억원) 등의 구상이 제시됐다.

문제는 시대흐름과 동떨어진 방식으로 이런 정책들이 추진된다는 것이다. “현충일 추념식, 6·25행사, 제2연평해전 10주기 행사를 전국 시·군 단위로 대규모 거행”하겠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인천상륙작전 기념일은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상기하는 행사로 추진하겠다”며 “국민과 국군, 주한미군, 유엔군 참전용사가 참여하는 퍼레이드를 실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너무 구시대적인 발상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음은 물론이다.

브리핑이 끝난 뒤, 이를 지켜본 국방부 관계자는 “(문제가 된) 내용을 보아하니, 보훈처장이 넣은 듯하구먼. 딱 그 양반 스타일이야”라고 말했다. 또다른 이는 “처장 때문에 애꿎은 실무자만 고생이네”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승춘처장은 노무현정부때 군기밀 노출 시켜

박승춘 보훈처장은 국방부 정보본부장으로 일하던 2004년 북한 경비정의 북방한계선(NLL) 침범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가 문제점을 지적하자, 몇몇 기자들을 불러 남북간 교신 내용을 흘리고 전역한 예비역 육군 중장이다. 이후 그는 각종 강연회 등을 통해 참여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했으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반대 운동의 선봉에 서기도 했다. “한일합방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전작권 전환에 따른) 한미연합사 해체”라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그런 활동 덕분인지, 그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뒤 보훈처장에 발탁됐다.

브리핑을 끝내고 나오는 이 조정관에게 물었다. “이거 처장이 넣으라고 한 것 같다는데요?” “아닙니다. 우리가 밑에서 넣은 것인데”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현 정부의 원칙있는 대북정책’의 ‘원칙’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리키는지 추후에 설명해주겠다고 밝혔지만, 이튿날 대통령 업무보고가 끝날 때까지 기자들에게 아무런 내용도 통보하지 않았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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