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39605


“KBS·MBC, 파업 핑계로 드라마 출연료 안줘”

[인터뷰] 송창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대외협력국장이 말하는 촬영현장의 ‘적폐’

정민경 기자 mink@mediatoday.co.kr 2017년 11월 03일 금요일


“드라마 연기자들의 출연료 미지급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KBS와 MBC의 파업을 핑계로 출연료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 드라마 중반부가 넘어가는데 출연계약서도 안 쓴 사람도 존재한다. 연기자들의 출연료는 생계랑 직결이 된다. 일하고도 보상을 받지 못하니 비정규직도 못되는 거다.”


이미 KBS와 SBS, MBC 드라마에 출연한 연기자들이 받지 못한 출연료가 31억 원이 넘는 것으로 지난 국정감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KBS는 2009년 ‘공주가 돌아왔다’부터 2016년 ‘국수의 신’까지 8개의 드라마에서 총 17억3700만 원의 출연료를 미지급하고 있다. 송창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이하 연기자 노조) 대외협력국장은 10월30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현재 방영 중인 KBS 일일드라마 ‘꽃피어라 달순아’의 사례를 들며 연기자들의 어려운 현실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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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KBS ‘꽃피어라 달순아’가 50회가 넘었다. 하지만 계약 자체가 안 된 사람도 있다. 최근 국정감사가 시작되고 언론 보도가 하나둘 나오니 급물살을 타면서 계약도 하고, 출연료 지급도 되는 상황이긴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드라마 현장에서 연기자들에게 출연료를 낮추려고 계약 후 촬영에 임하는 것이 아닌, 촬영 도중 수십 일이 지나 계약하는 불공정한 관행이 있다.”

미디어오늘이 3일 KBS ‘꽃피어라 달순아’ 측에 확인한 결과 “출연진 몇 명이 아직 조건이 맞지 않아 계약서를 쓰지 않은 게 있다”며 “모든 드라마가 항상 그렇다”는 답을 받았다. 송창곤 국장 역시 이런 식의 미지급 관행이 흔한 일이라고 말했다.


“일단 시작할 때, 100만 원에 하자고 말해놓고 나중에는 ‘그냥 50만 원에 해줘’라는 식이다. 연기자들은 다음에도 같이 일하고 싶은 마음에 그냥 그걸 받는다. 2013년 대중문화예술 분야 표준계약서가 제정됐지만, 권고조항에 머물러있어서 현장에서 철저하게 배제됐다. 정부의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수십 일을 밤샘 촬영하는 출연진, 스태프들의 민원은 계속될 거다.” 


▲ 송창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대외협력국장. 사진=정민경 기자.

▲ 송창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대외협력국장. 사진=정민경 기자.


더욱 심각한 사실은 방송사의 노력 없이는 미지급 사태가 반복될 것이라는 점이다. 외주제작이 확대되면서 방송사는 외주사에 이미 돈을 지급했으니, 그 이후 생기는 문제에 대해서는 모른 척한다는 게 노조 측의 설명이다.

“외주제작사에 제작비를 주고 난 후, 방송사 직원인 책임PD와 연출이 파견을 나가 현장 총지휘를 하지만 미지급 문제 등 문제가 생기면 방송사는 책임 지지 않는다. 지금 미지급금이 발생한 제작사는 대부분 없어진 상태로, 연기자들이 미지급금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요원한데도 방송사는 모른 척하고 있다.” 


연기자노조는 탤런트, 성우, 코미디언, 무술연기자 연극인 등 4755명의 조합원들로 구성돼있다. 노조 사무실에는 출연료 미지급, 불공정 계약사례, 인권침해 등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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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국장은 방송촬영현장의 또 다른 큰 문제로 ‘캐스팅 디렉터’ 문제를 언급했다. 연기자가 캐스팅디렉터나 에이전시를 통해 출연하는 경우 ‘직업안정법’ 규정에 의하면 소개요금은 보수(출연료 등)의 20% 범위 내에서 당사자가 자율적으로 정한다고 명시돼있다. 송 국장은 “최근 일부 몰지각한 캐스팅디렉터는 출연료의 30%를 넘게 소개비용(AGENCY PAY)으로 가져가고, 심지어 중간에 출연료를 착복해가는 사람도 있다”며 “캐스팅을 빌미로 금품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지난해 4월 방영됐던 SBS ‘딴따라’의 경우, 캐스팅디렉터가 중간에 출연료를 편취해서 출연료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가 1년이 지난 올 5월에 노조가 민원을 접수받고 문제제기해서 출연료를 받은 사례도 있다. 올해 상반기 방영된 MBC ‘역적’은 제작사나 연출에 의해 자체 섭외를 했는데도 캐스팅디렉터 측이 수수료를 요구하고 가져갔다. 출연료도 출연료지만, 하루 식비가 8000원 나오면 그걸 30%를 떼 간다. 경기지역 왕복 교통비 3만 원 나오면 그걸 또 30% 떼 간다. 숙박비에서도 30% 떼고….”


출연료 미지급과 과대 소개비(출연료의 30% 이상)를 가져가는 일은 다반사다. 송 국장은 “연기자들이 과대 수수료에 대해 항의하거나 노조에 민원을 제기하면 출연대상에서 제외하는 일도 있다”며 “출연조건으로 금품을 요구하고, 성추행했다는 소문들도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방송사 파업에서 드러나지 않은 촬영현장의 ‘적폐’다. 방송현장에서는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걸까. 송 국장은 ‘연기자=노동자’라는 사회적 인식의 부족을 지적했다.  


“연기자를 노동자가 아니라 자영업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노동법 안으로 들어가기가 어려운 거다. 현재 연기자노조가 노동조합 지위에 관련해 법원에서 싸우고 있다는 것만 봐도 그렇다. 연기자노동조합이 1988년에 생겨서 근 25년 동안 방송 3사와 단체협약, 출연료 합의서 등을 협상해왔다. 그런데 지난 정부 시절 KBS는 연기자가 노동자냐며 연기자노동조합과는 교섭하지 않겠다고 했다. 행정법원에서는 패소했지만 고등법원에서는 이례적인 현장검증을 통해 방송연기자들은 연출자의 지휘감독을 받고 있고 사용종속관계로 노무를 제공하고 있기에 노동자라고 인정이 돼서 승소했다. 아직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연기자 역시 연기하는 노동자인데 이런 인식이 아직 없는 것 같다.” 


송 국장은 연기자들이 무언가 대단한 걸 바라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일을 하면 돈을 주는 것, 기본을 지키라는 거다. 연기 현장의 특수성도 인정해도 이건 아니다. 하루 이틀 밤샘을 하더라도 연기를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 연기자들이 많은 곳이다. 그런 사람들을 악용하면 정말 안 되는 거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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