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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비밀여론조사를 어떻게 활용했을까

청와대 의뢰 지지도 조사 자체로 공직선거‧공무원법 위반…새누리당으로 흘러들어가 공천에 영향줬을 가능성 배제못해

이재진 기자 jinpress@mediatoday.co.kr 2017년 11월 03일 금요일


박근혜 청와대가 4. 13 총선을 앞두고 국정원 돈을 상납 받아 여론조사업체에 비용을 치루고 비밀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이 드러나면서 비난이 커지고 있다. 


사실상 박근혜 정권이 국민 세금을 투입해 공천과 선거에 개입하려고 했던 사전 작업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돈의 흐름으로만 보면 국정원 돈을 받고, 여론조사 비용을 지불한 것은 뇌물수수 및 국고손실 혐의에 해당되는데 청와대 비밀 여론조사 실시 행위 자체도 법률 위반이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에서 지난해 청와대 정무수석실 의뢰로 비밀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여론조사를 실시한 업체를 압수수색한 결과 국정원 특수활동비로 비용을 정산했음을 확인했다. 


청와대 비밀여론조사는 4. 13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들의 경쟁력을 가늠해보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와대가 비밀리에 추진한 여론조사는 공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여론조사 결과 내용이 새누리당에 흘러들어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청와대 주최의 여론조사는 불법이다. 정책이나 이슈에 대한 여론을 알아보기 위한 정책조사의 경우 정부가 실시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정당지지도나 후보지지도, 선호도 등을 조사하는 것 자체는 불법이다.


공직선거법 85조에 따르면 공무원 등 법령에 따라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는 직무와 관련하여 또는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공공기관의 선거 관련 조사 자체가 불법인 것이다. 청와대의 비밀여론조사는 정치 개입을 금하는 국가공무원법 위반에도 해당한다. 청와대 비밀여론조사는 돈이 오고간 것을 따진 비위의 문제를 넘어 정치에 개입하려는 고도의 범죄 행위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청와대가 의뢰해 비밀여론조사를 실시한 여론조사 업체도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정권의 정치개입에 동조하고 적극 가담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해당 여론조사 업체 대표는 이전 보수 정권과 가까운 인사다. 이번 비밀여론조사 의뢰를 맡은 A대표는 여론조사기관 본부장으로 근무하다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홍보기획관으로 자리를 옮겨 일했다. A대표는 박근혜 정부 들어서 청와대 정무비서관실 행정관을 역임했다.  


A대표가 쓴 책을 보면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일한 경력과 관련해 “저는 정무수석실 소속으로 일했다. 4년 반 있었는데 2년 반은 정무수석실에서 여론조사를 담당했었고, 2년 정도는 홍보수석실에서 홍보기획, 이슈 분석이나 대응을 중심으로 일했다. 정무수석실에서 여론조사를 담당하는 국장으로 일했고...작년 초 퇴직”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야당이나 여권에 속한 분들의 일을 맡아서 해 본 경험은 없다. 저 사람은 보수 정권에 몸담았던 사람이다 이렇게 평가를 하시기 때문에 아마 야권과 일을 할 기회가 쉽게 오지 않을 것 같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지난 4. 13 총선 결과 관련해 “새누리로서는 초대형 호재로 보였던 야권 분열이 있었다. 탈당사태와 분당, 두 야당의 치열한 선명성 경쟁과 네거티브 캠페인으로 야권표가 분산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그런 상황에서 새누리당은 야당과의 총선 경쟁보다 당내 계파 지분싸움에 치중하는 우를 범한다. 그 정도가 지나쳐서 야권분열이라는 대형 호재를 넘어서는 수준까지 치달았고 결국 보수층 일부가 등을 돌릴 정도가 된 거다. 계파갈등을 넘어 막장 공천이라고 불린 사태가 총선 패배를 부른거라고 본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계파로 나뉜 막장공천 경쟁을 새누리당 선거 패배 원인 본 셈인데 정작 자신이 속한 여론조사업체가 청와대 의뢰를 받아 조사를 실시한 내용이 소위 진박을 감별하는 경쟁력 조사였다는 건 역설적인 내용이다. 


청와대 비밀여론조사 내용이 새누리당에 전달됐을 가능성도 충분히 의심해볼 만하다. 공천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당내 인사에게 청와대가 비밀여론조사 결과를 전달하고 공천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다.  


한 여론조사 대표 업체는 “지금은 돈의 흐름만 보고 뇌물죄만 부각되고 있지만 청와대 비밀여론조사는 그 자체로 공천 및 선거 개입으로 볼 수 있고, 조사 내용이 새누리당으로 넘어갔다면 후폭풍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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