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v.media.daum.net/v/20171229203301858?s=tv_news#none


민자의 그늘..지옥철 불명예 9호선

왕종명, 남재현 입력 2017.12.29 20:33


[뉴스데스크] ◀ 앵커 ▶


서울 지하철 9호선은 지옥철이라는 불명예 수식어가 붙어 있습니다.


이달 초 기관사들이 승객안전 확보와 근로조건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는데 서울시는 9호선 운영사가 민간 업체라 노사 문제에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지옥철 9호선의 현주소와 민영화 탄생 배경을 왕종명, 남재현 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플랫폼엔 타려는 이들로 가득한데 열차는 이미 만원입니다.


객실로 몸을 우겨넣습니다.


이 추운 날씨에 객실엔 더위를 식히는 냉풍이 나옵니다.


[최지영/승객] "더 피곤하죠. 안 그래도 피곤한데 지하철 타고 내리면 사람들에게 많이 치여 가지고…."


9호선의 혼잡도는 최대 233%.


백 명 타는 객실에 2백33명이 탄다는 얘깁니다.


"혼잡한 차내에서 부피가 큰 가방은 가급적…"


기관사라고 편하지 않습니다.


회사에선 운행시간 맞추기 위해 30초 안에 승객을 내리고 태우라 하지만 1분을 넘기기 일쑵니다.


[9호선 기관사] "(종착지에) 10분 정도 지나면 운영사한테 벌금이 발생을 해요. 승객을 더 타게 하고 싶어도 중간에 출입문을 닫고 출발할 수밖에 없어요."


인건비 줄인다고 숙직을 없애다 보니 첫차 운행하려면 새벽 4시에 출근.


차량기지 돌아와 다음 운행까지 한 시간 반 쉬는데 아침밥 거르고 쪽잠 자기도 빠듯합니다.


[9호선 기관사] "조는 기관사들이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되면 안 되는데 새벽에 나와서 피로가 안 풀리다 보니까"


자동운전시스템을 도입한 9호선은 기관사가 딱 한 명 탑니다.


화장실 다녀올 짬을 낼 수 없어 큰 비닐봉지를 매단 이 좌변기를 운전실에 마련했습니다.


[9호선 기관사] "9호선 홍보차원에서 처음부터 (유리창으로) 운전실 안을 볼 수 있게 했기 때문에 안 쓰는 사람이 대부분이에요. 여자들은"


서울교통공사에서 운영하는 1~8호선에 비해 9호선 기관사는 한 달에 사나흘 더 일합니다.


하루 근무시간도 1시간 이상 많은 반면 휴게 시간은 절반입니다.


승객 입장에선 9호선의 혼잡도가 가장 높습니다.


역사는 객차 8량이 들어오도록 지어놓고 네 량만 운행하는 것도 혼잡을 키웁니다.


9호선의 승객 혼잡도와 기관사 근무환경이 다른 노선에 비해 열악한 데에는 민영이라는 태생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9호선은 어떻게 민자 지하철이 됐는지 남재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 시작된 민영화 논의의 배경은 경영 효율화였습니다.


공기업이 운영하는 다른 노선은 경영이 방만하다는 겁니다.


[손의영/서울시립대 교수(당시 수요예측 연구)] "경쟁을 시키는 게 오히려 공기업의 효율성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의 하나라고 해서 강력하게 9호선을 민영화하는 것으로…"


논의가 급물살을 탄 건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2005년.


서울시는 국제투자금융사인 맥쿼리 등 투자자와 아무리 적자가 나도 "최소한의 수입을 보전해주고 지하철 운영권을 30년간 보장한다"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총사업비 중 18%만 부담한 투자사들이 운영을 독점한 건데 정작 이 투자사들은 지하철 운영 능력이 없다며 다시 프랑스 업체에 운영을 맡기는 다단계 구조가 됐습니다.


[이진섭/서울시메트로 9호선(주)] "투자자들로 구성돼 있는 회사다 보니까 운영에 대한 노하우가 없습니다. 그래서 전문적인 운영의 노하우를 갖고 있는 회사를 데리고…."


계약서엔 또 "차량을 추가로 구입할 때 모두 서울시가 부담한다"는 내용도 들어갔습니다.


개통하고 8년 사이 승객은 230% 늘었지만 차량은 80%만 증가한 건 운영사엔 차량을 구매할 의무가 없고 서울시는 예산의 여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김상철/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장] "민간사업자 입장에서는 차량을 추가 구입하지 않더라도 현재 상황이 유지되면 어찌 됐든 이익을 보는 구조인 거죠"


특혜 시비까지 일었던 이 계약은 끝내 독이 됐습니다.


개통 4년 만에 8백억 원이 넘는 수익을 세금으로 보전해 주며 투자자 배만 불려준 겁니다.


[구종원/서울시 교통정책과장] "민자사업의 1단계에 일부 문제점이 있었지만 최초의 시도였고 그런 부분을 보완해서 좀 더 지켜보고 장기적으로 보자"


투자사는 지금도 연간 260억 원대의 수익금을 챙기고 운영사인 프랑스 업체는 7년간 250억 원을 받아갔습니다.


2005년 체결된 이 계약은 2038년까지 변경이 불가능합니다.


[김상철/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장] "서울시의 가장 큰 딜레마는 애초 민자사업의 정책 실패를 인정할 거냐 아니면 현재와 같이 계속 보완하면서 운영할 수 있느냐"


9호선 개통 이후 이직률은 50%, 숙련된 기관사 둘 중 한 명이 회사를 떠나고 있고 이는 승객 안전과도 연결된 문제입니다.


민영화된 지하철의 근로조건 개선에 개입할 수 없다며 한발 물러서 있는 서울시가 관리, 감독권을 적극 행사 해야 할 이유입니다.


MBC뉴스 남재현입니다.


왕종명, 남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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