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단독]박승춘보훈처장, 자신이 만든 안보사조직에 특혜
[하니Only] 등록 : 20120107 15:33 | 수정 : 20120107 15:45
   
‘국발협’에 안보강연 몰아주기…국방부·행안부도
전국 지자체는 물론 병원에서까지 안보교육 시행

≫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2040세대 안보교육론’으로 논란을 낳은 박승춘(64) 국가보훈처장이 처장 취임 전 자신이 설립한 안보사조직에 안보강연 몰아주기 등 특혜를 제공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국방부와 행정안전부도 이 안보사조직 밀어주기에 동참했다.

서울북부보훈지청이 지난해 7월 관할 구청에 ‘민방위대원 대상 나라사랑 정신함양 교육특강 협조요청’ 공문을 보내 안보강연을 지시하며 ‘국가발전미래교육협의회’(국발협) 강사를 안보 강사로 추천한 사실이 7일 확인됐다. 북부보훈지청은 한국자유총연맹 소속 강사도 우수 강사로 추천했다. 전국적으로 다른 보훈처 지청에서도 관할 지자체에 같은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발협은 박승춘 보훈처장이 처장 취임 전인 2010년 8월 안보강연을 목적으로 만든 재단법인이다. 박승춘 보훈처장이 자기가 만든 단체에 특혜를 준 셈이다. 보훈처에 안보강연 지시 등에 관해 물었으나 답하지 않았다.

행안부와 국방부도 이 단체에 특혜를 줬다. 행안부는 지난해 2월 전국 지자체에 ‘전 공직자 및 국민 안보교육용 표준 안보영상물 및 우수 안보강사 풀 통보’ 공문을 보냈다. 등록한 지 6개월 밖에 안 돼 실적이 없는 국발협 강사 여럿이 50여명의 우수 안보강사풀에 포함됐다. 강사 명단에 대해 <한겨레21>이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행안부는 거부했다. 국방부도 안보단체 특혜에 동참했다. 안규백 민주통합당 의원실 자료를 보면, 국방부는 지난해 2월25일 국발협과 ‘예비군 안보교육 강사 운영 협약서’를 체결했다. 국발협에 예비군 안보교육을 의뢰한다는 내용이다.

보훈처·국방부·행안부의 특혜에 힘입어, 지난해 전국의 기초·광역 자치단체에서 안보강연을 한 안보강사 455명 가운데 국발협 소속이 144명을 차지했고, 이들이 모두 9500만원 이상의 강연료를 받았다. 재향군인회 소속 강사가 27명이었다. 국발협은 군부대 안보강연도 휩쓸었다. 안 의원실 자료를 보면, 국발협 강사 73명이 지난해 3~11월 군부대에서 모두 1323회의 안보강연을 했다. 정보공개에 포착되지 않은 학교, 공공기관 등의 안보강연을 포함하면 이들은 훨씬 많은 안보강연 수입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자체가 강사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강사 한명이 여러 지자체의 안보강연을 두루 맡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강사 1명당 안보강연 수입이 드러난 것보다 많으리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강원도의 한 기초자치단체 민방위교육 담당자는 “군청에 출입하는 국정원 직원이 (국발협을) 소개해줬다”고 말했다. 강사 이름을 밝힌 일부 지자체 자료를 종합하면, 국발협은 퇴역 군인, 퇴직 관료, 탈북자 등으로 구성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특혜는 2011년 안보산업이 일제히 부활함으로써 가능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10년 12월 국무회의에서 ‘전 국민 안보의식 강화’를 지시했다. 전국의 기초·광역 지자체에서 민방위 안보교육이 일제히 부활했다. 참여정부 때부터 2010년까지는 거의 모든 지자체에서 민방위 안보교육을 동영상 상영으로 대신해 안보강연 지출이 없었다. <한겨레21>이 전국 기초·광역 자치단체에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2011년에만 전국 지자체에서 2억4927만원이 넘는 세금이 안보교육에 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는 2011년 안보교육 강사비만으로 1억3072만원을 지출했다. 광주서구청의 안보교육 지출은 2010년 230만원에서 2011년 1890만원으로 뛰었다. 전국에 같은 현상이 벌어졌다. 안보몰이는 병원에서도 이뤄졌다. 국가유공자위탁 병원인 경북 경산시 세명병원은 지난해 8월 보훈처 요청에 따라 간호사 등 직원을 대상으로 안보교육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국발협은 <한겨레21>에 “보수나 진보 등 정치적 이념을 떠나 안보와 관련하여 있는 그대로를 전달하는 민간차원의 순수 교육단체”라고 밝혔으나 사실과 다르다. 지난해 6월 충남 천안시 민방위 안보교육에서 국발협 강사가 촛불시위대는 종북세력이며, 배우 문성근씨의 ‘국민의 명령 백만 민란운동’이 간첩세력이라고 주장하는 등 곳곳에서 논란을 낳았다.

고나무 <한겨레21>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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