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v.media.daum.net/v/20180129112401285


[취재파일] MB의 '190만 원 빚'과 전두환 씨의 '전 재산 29만 원'

정명원 기자 입력 2018.01.29. 11:24 수정 2018.01.29. 17:18 



사회 지도층, 그것도 한때 대통령을 지낸 분들이 지나치게 상식에 어긋나는 말과 행동을 할 때 국민의 분노는 두 배가 됩니다. 1997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에 추징금 2,205억 원을 선고 받았던 전두환 씨가 추징금을 낼 돈이 없다면서 "내 예금 통장에 29만 원밖에 없다"고 했던 말이 대표적입니다. 전 씨는 추징금 시효를 믿고 그랬는지 모르지만, 시효가 끝나갈 무렵이던 2013년 6월 여론의 힘으로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추징 시효가 2020년까지로 연장됐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전 재산 29만 원' 뿐인 전 씨는 측근들과 골프를 치고, 고급 식당에 다니는 모습이 목격되고 있습니다. 2017년 9월 기준, 전 씨로부터 국가가 추징한 돈은 1,150억 원으로 53% 정도입니다. 검찰이 전담 팀까지 두고 추징하고 있지만, 호화 생활 중인 전 씨 일가로부터 추징하는 건 법적으로 이렇게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 "법적으로 이 전 대통령이 사인한 문서라도 있느냐?"



이 전 대통령 측근이 최근 기자들에게 한 말입니다. '다스는 누구 것이냐?' 는 질문, 그리고 거기에 한 걸음 다가가게 하고 있는 새로운 증언들이 이 전 대통령 측근과 친인척으로부터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법적 문서로'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주인이라는 증거를 제시할 수 있느냐는 반응으로 들리는 말입니다. 가장 믿는 측근과 친인척을 중심으로 명의와 지분 관계가 형성된 다스, 그리고 은닉재산이라고 의심받는 부동산 등도 사실 한 번에 차명 소유를 입증하는 문서를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SBS 취재팀이 2010년 사망한 MB 처남 김재정 씨 재산 목록을 입수해 분석하면서 '상식에 어긋나는' 이 전 대통령 채무 행위를 발견했습니다. 보기에 따라선 많은 설명이 가능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사망 당시 다스 최대주주였던 MB 처남 김재정 씨는 김 씨 명의로 된 재산 일부가 이 전 대통령 재산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던 인물입니다. 김 씨와 MB 친형 이상은 씨가 공동 소유하다가 포스코 건설에 판 도곡동 땅 실제 소유주가 누구냐는 2007년 검찰 수사와 2008년 정호영 특별검사의 수사가 이뤄진 이유이기도 합니다. 갑작스러운 김 씨 사망 이후 김 씨 재산이 부인 권 모 씨에게 상속되는 과정에는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습니다. 최근 SBS를 비롯한 여러 언론에서 보도했던 것처럼 상속세를 대부분 다스 주식으로 납부한 점, 법적으로 당연히 김 씨 부인은 물론 자녀들에게까지 1천억 원 넘는 재산을 분할 상속해줘야 하는데 장남에게는 집 한 채 상속된 것 외에는 모두 부인 권 씨에게 이뤄진 점 등 여러 가지입니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건 이 부동산 가운데 충청북도 옥천군에 있는 임야 2곳입니다. 각각 123만7,960제곱미터와 41만9,040제곱미터 면적입니다. 이 두 부동산 모두 원래 소유주는 이명박 전 대통령입니다. 이 두 곳 모두 이 전 대통령이 1982년 7월29일 김재정 씨에게 넘긴 걸로 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 중 123만7,960제곱미터의 땅에는 옥천 농협에서 190만 원의 근저당 설정을 걸었는데 그 이유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 1980년부터 지금까지 190만 원 설정 금액을 갚지 않아서입니다. 설정금액이 190만 원 이니까 실제 갚아야 할 돈은 더 적습니다. 상식적인 거래라면 처남에게 땅을 팔았던 1982년 당시에 이 전 대통령이 땅 팔고 받은 돈으로 갚았어야 합니다. 그게 상식적인 부동산 거래입니다. 돈을 안 갚았을 뿐 아니라 30년 동안 지상권도 설정해 둬 이 땅에 팔거나 뭘 짖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백 번 양보해서 그 때 못 갚았다면 김 씨가 사망하고 처남댁 권 씨가 상속 받을 때 당시 대통령이던 MB가 돈을 갚아서 근저당 설정을 풀어줘야 합니다. 그랬으면 법적으로 권 씨는 다스 주식 대신 이 땅을 먼저 상속세로 납부해야 합니다. 권 씨 입장에선 다스의 최대주주 자리를 잃지 않아도 될 수 있는 유리한 선택입니다. 그래서 상식적이라면 이 전 대통령에게 말해서 갚아달라고 했어야 합니다. 비싼 돈도 아니니까요. 왜냐하면 이렇게 근저당 설정이 걸려 있으면 상속세를 물건으로 받을 때 환금성을 가장 중요하게 보는 국세청이 물납 대상으로 안 받습니다. 파는 과정이 복잡하기 때문이죠.


이상한 건 또 있습니다. 41만9,040제곱미터의 땅 역시 상속세 납부 마감 시한에 근저당 설정이 걸립니다. 권 씨가 우리은행에서 4천만 원 빚을 진 방식인데 권 씨가 상속 받은 다른 단독 소유 부동산 모두가 수상하게 상속세 신고 마감시한인 그날 우리은행에서 각각 4천만 원씩 근저당 설정이 됐다는 겁니다.


권 씨 재산이라면 이런 방식으로 근저당 설정을 하면서 자신이 상속받을 모든 부동산을 남에게 팔기 어렵게 했을까요? 이명박 전 대통령은 무슨 이유로 옥천 농협에 진 190만 원 빚을 안 갚아서 처남댁 권 씨가 땅을 팔지도 못하게 하고 있는 것일까요? 의문이 드는 대목입니다. 앞서 설명한 대로 권 씨가 남편의 재산을 상속 받는 과정, 그리고 상속세를 대부분 다스 주식으로 납부한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진짜 자신의 재산이라면 일어날 수 없는 수상한 거래와 선택이 있습니다. 검찰이 권 씨를 불러서 조사했던 이유이기도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여러 수상한 거래 가운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이름이 '기록으로 남아 있는' 이 전 대통령의 190만 원 빚, 이건 전두환 씨의 "전 재산 29만 원" 못지않게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수상한 흔적입니다.     


정명원 기자cooldud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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