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미디어렙이 뭐야?" 40대 아버지와 중2 딸의 대화
미디어렙법 부녀 개념 토크
2012-01-07 16:05 이진성 PD

“조중동 종편 1차 규제법”이자 “방송 공공성 응급처치법”인 미디어렙 법안이 반드시 이번 회기 안에 통과돼야 한다는 사실과 지금 왜 무산 위기에 처해있는지에 대한 진실을 딸에게 친절히 설명하는 형식을 빌어 소개한다. [편집자 주] 

▲ 딸 : 아빠, 미디어렙 법안 얘기가 자꾸 나오는데, 이게 모야? 뭔데 시끄러워?

△ 아빠 : 그런 걸 다 묻다니 '개념女'구나 우리 딸. 미디어렙 법안은 한마디로, 방송이 돈에 휘둘려서 제 역할을 잃는 일이 없도록 하는 법안이야. 방송이 광고주들 입김에 놀아나지 않도록 하자는 거지. 방송은 소중하니까. 

▲ 딸 : 좋은 거네. 근데 왜 시끄러워?


△ 아빠 : 그 이유를 설명할 테니 잘 들어봐. 명박 할아버지랑 한나라당이 자기편 방송 늘리려고 억지로 만든 채널 알지? 조중동 종편 채널이라고. 얘네들도 종합방송을 하는 애들이라 지상파방송처럼 광고 직접 영업을 해서는 안 되거든. 근데 한나라당은 지네가 만든 조중동 종편은 무조건 광고 직접 영업을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어. 끝까지 그 입장을 굽히지 않았지. 한나라당이 다수당이라 그들은 얼마든지 자기 맘대로 할 수가 있었어. 그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 언론노조와 언론연대 등 언론 단체들이 여름부터 거리로 나서서 싸웠어. 바위에 계란 치는 심정으로. 모두들 해 봐야 안 되는 싸움이라고 했어. 그냥 차라리 총선에서 야당이 다수당이 되는 걸 기다리자고들 했어. 하지만 언론노조와 언론연대는 그럴 수 없었어. 무책임하게 기다리기보다 포기하지 말고 싸워보자고 했어. 그리고 열심히 싸웠지.

▲ 딸 : 돋는다. 무식한 싸움을 했던 거네. 근데 그렇게 싸워서 이긴 거야?

△ 아빠 : 절반의 승리였어. 끝까지 “조중동 종편은 무조건 광고 직접 영업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던 한나라당이 결국 그 뜻을 굽혔어. 조종동 종편도 지상파 방송처럼 광고 직접 영업을 하지 않고 ‘미디어렙’이 광고 판매를 대신해야 한다는 원칙을 마침내 받아들인 거야.

▲ 딸 : 근데 왜 ‘절반’의 승리야?

△ 아빠 : 왜냐면, 한나라당이 조중동 종편의 광고 직접 영업을 ‘당장’ 금지시키지 않고, ‘3년 뒤’부터 금지시키는 걸로 하자고 했기 때문이지. 한마디로 지금부터 3년(종편 “개국”일로부터 3년)을 유예시켜달라는 거였는데, 야당과 언론노조 언론연대는 이걸 받아들일 수 없었어. 그러다가 결국 여야는 지금부터 ‘2년 뒤(종편 “승인”일로부터 3년)’로 유예하는 것으로 합의했어. 일단 당장 법안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2012년부터 방송광고시장이 약육강식의 무법천지가 된다는 것을 야당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 그래서 여야가 합의한 ‘2년 유예’ 안은 “당장” 금지시켜야 한다는 우리들에게 정말 아쉽기 짝이 없는 것이었어. 하지만 긴 싸움을 통해 “조중동 종편은 광고 직접 영업을 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한나라당도 인정하게 됐고, 조중동 종편을 규제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도 얻어냈지. 법안 내용은 아주 아쉽지만, 법안 통과로 종편 규제 사회적 합의라는 1차 규제를 이뤄낸 후에, 2차 법 개정 투쟁을 전개할 힘과 명분을 쥐게 된 거야. 그래서 지금 미디어렙 법안을 사람들은 “조중동 종편 1차 규제법”이라고도 부르고 있어. 

▲ 딸 : 1차 규제법이라. 그럼 일단 규제의 첫 걸음을 내딛고, 종편도 규제 대상이라는 사회적 합의를 얻어내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아직 남은 과제도 많다는 거네?

△ 아빠 : 응 보완해야 할 것이 물론 아주 많아. 예를 들면, 이런 거. 조중동 종편의 직접 영업을 막으려면, 종편의 광고 직접 영업을 ‘미디어렙’이 대신 판매해야 하는 거잖아. 근데 지금 법안을 보면, 조중동 종편들이 각자 미디어렙을 자기 회사처럼 만들어서 실제로 직접 영업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장난칠 수 있게 돼 있어. 이게 이른바 ‘지분율’ 문제인데 좀 복잡하지만 어쨌든 이것도 정말 문제거든. 자, 그럼 여기서 입장이 갈리게 돼. 부족한대로 일단 통과시키고 나서 개정 투쟁을 벌일 것이냐, 아니면 부족하니까 통과시키지 말고 제대로 된 법이 나올 때까지 싸우며 기다릴 것이냐. 니 생각은 어때?

▲ 딸 : 글쎄. 부족하니까 통과시키지 말자고 하는 얘기도 아주 틀린 거 같지는 않은데, 법을 이번에 통과 안 시키면 큰일 나?

△ 아빠 : 응. 바로 그 부분이야. 아까도 잠깐 말했지만, 이 법안이 지금 만들어지지 않으면 올해부터 방송광고시장은 약육강식의 무법천지가 돼. MBC, SBS 모두 공적인 규제 없는 자회사 미디어렙을 만들어서 각자 사실상의 직접 영업을 하게 돼. 종편은 ‘2년 유예’는커녕, 영구적인 광고 직접 영업 백지 위임장을 받고 뛰게 되지. 이렇게 되면 방송은 온통 ‘약육강식 자본 논리’가 판치게 돼. 자본 권력에 휘둘리고 경쟁하는 방송에 “공공성”을 기대할 수 있을까? 또 하나, 너도 잘 알겠지만 이런 방송 시장이 돼버리면, 다양한 목소리 그러니까 소수자, 지역의 목소리, 진보적, 공익적 컨텐츠를 만드는 이들은 다 죽게 돼. 한마디로 방송의 “다양성”도 사라지는 거야. 그래서 이런 무법천지를 막고 최소한의 틀을 만들어내려는 지금의 미디어렙 법안을 사람들은 “방송 공공성 응급처치법”이라고도 불러. 

▲ 딸 : 4월 총선 이후에 바로 법을 통과시킬 수는 없어?

△ 아빠 : 그게 된다면, 언론노조와 언론연대가 반드시 지금 이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그토록 주장할 필요가 없겠지. 하지만 문제는 그게 불가능하다는 거야. 이번에 통과가 안 되면 사실상 무법 상태를 요구하는 방송사들의 로비는 더욱 거세지게 되고, 입법 동력은 크게 떨어져. 무엇보다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 함께 있는 해거든. 국회는 총선 후 상임위 구성 들어가는 데에 시간 보내고 곧바로 대선 정국이라 예민한 법안을 입법하는 데에 나설 이유가 없어. 법 보완 개정이라면 모를까 새롭게 입법하는 것은 내년에 불가능해. 가능하다면 내년 상반기 이후인데, 내년 정기국회에서 입법한다고 치자. 이미 2년이 다 흐른 뒤야. 그때 종편 직접 광고 영업을 “당장” 금지시키는 법을 통과시키는 것이, 지금 “2년 뒤부터 금지”하자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과 뭐가 다를까. 게다가 그때까지 방송 시장 전체가 무법 상태 약육강식 정글로 방치되고 자본 권력에 그대로 노출돼버리는 문제는 또 어떡하고. 특히 무서운 건, 지상파 방송사들이 당장 올해 자회사 직접 영업을 위한 형식적인 미디어렙을 마음대로 만들어 놓고 나면, 이걸 나중에 법으로 소급해서 해산 내지 규제시키는 것이 어려워진다는 사실이야. 국회가 어떻게든 이번 회기 안에 “조중동 종편 1차 규제법”, “방송 공공성 응급처치법”인 미디어렙 법안을 일단 먼저 통과시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 

▲ 딸 : 아빠 말은 그러니까 “조중동 종편 1차 규제법”, “방송 공공성 응급처치법”인 지금 미디어렙 법안을 일단 지금 입법하고 후에 개정을 해야 한다는 거구나?

△ 아빠 : 빙고~ 바로 “선 입법, 후 개정”으로 가야 한다는 거지! 지금 상황에 응급처치라도 없고 1차 규제라도 없으면 방송시장은 완전히 돌이킬 수 없는 정글이 돼 버려. 이건 누구도 부인 못해. 그러니 어떻게 해야겠어. 골프로 보면 가능성 별로 없는 홀인원만 노리면서 돌이킬 수 없는 세월을 흘려보내기보다, 드라이브와 퍼팅으로 전략적으로 공을 몰아가는 거지 법안이 한 술에 배부를 수는 없으니, 먼저 입법하고 개정 보완하자는 거야. 


▲ 딸 : 그런 사정이 있는데도 지금 여야 합의안이 빨리 통과 안 되는 이유가 뭐야?

△ 아빠 : KBS와 MBC, SBS 거대 지상파 방송의 집요한 로비 때문이야. 지상파 3사는 지금 자사이기주의를 앞세워 강력한 로비를 피고 있단다. KBS는 수신료를 이참에 올리려고 의원들을 협박하고 있고, MBC도 공적인 규제가 없는 광고 직접 영업을 무법 상태에서 펼치려고 미디어렙법을 무산 로비에 나서고 있어. 그게 자신들의 매출을 올려줄 거라고 믿는 거지. 조중동 종편은 2년간 광고 직접 영업을 허용시켜놓고 왜 자기들만 규제하느냐는 불만이야. 불만은 이해하지만, “우리도 방송 약육강식의 정글로 가고 싶어”라고 요구하고 미디어렙 법안 무산을 위해 로비하는 건 정말 너무 아니지 않니. 게다가 MBC의 경우 이 법안이 통과돼도 매출이 줄지 않는다는 결과도 나와 있는데 말이지. 그런데 지금 가장 큰 문제는 KBS야. 수신료 인상 통과 안 시키면 미디어렙 법안도 무산시켜야 한다고 협박을 하고 있고, 여기에 한나라당 대표단이 휘둘리면서 미디어렙 법안이 무산 위기에 처해 있단다. 

▲ 딸 : 진짜? 와~ 아니 KBS 수신료는 국민들 호주머니에게 가져가는 돈이잖아. 수신료를 올리는 건 국민들 저항이 꽤 있을 거 아냐. 그런데도 한나라당이 KBS 수신료 올리는 데에 이렇게 무리수를 두는 게 정말 KBS가 무서워서야? 국민들은 안 무섭고?

△ 아빠 : 한나라당은 KBS의 협박에 휘둘리는 것도 있지만, 또 하나 이유가 있어. 지난 2008년 기억나지? 조중동 신문에게 방송을 허용하는 미디어법을 한나라당이 날치기 통과시킬 때 정말 온 나라가 난리도 아니었잖아. 그때 정부 여당은 “조중동 방송이 생기면 우리나라 광고 시장이 커진다”고 거짓말을 했었어. 한정된 광고 시장에서 방송이 늘어나 약탈전이 벌어지는 일은 없다는 거였지. 근데 지금 보니까, 종편 방송이 조중동 포함 4개나 생겼는데, 광고 시장 크기는 늘지 않고 그대로인 거야. 거짓말이 들통난 거지.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광고를 새로 늘릴 수는 없으니 기존 KBS 광고 몫을 빼서 조중동 종편에게 가도록 해야겠지. 그래야 자신들이 억지로 만들어낸 종편 방송들이 살아남을 거 아니겠어. KBS 광고를 조중동 종편에게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KBS 광고가 줄어드는 만큼 국민 호주머니에서 KBS 수신료를 올려야겠지. 한마디로 정부 여당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방송을 4개나 세우고 그들이 먹고 살도록 하기 위해, 국민의 호주머니를 털겠다는 거야. 자신들 편인 조중동 방송 특혜를 위해, 그리고 광고 시장이 커진다는 말이 뻥이었다는 것을 숨기려고, 만만한 국민 주머니를 넘보겠다는 게 한나라당 속셈이야. KBS가 이런 한나라당을 펌프질하고 있고. 

▲ 딸 : 쩐다. 완전 짱나. 그런 이유들 때문에, 여야가 법안을 통과 안 시키려는 거야?

△ 아빠 : 응. 웃기지 않니. 게다가 지금 KBS, MBC 기자들이 의원들 뒷조사까지 하면서 협박하고 있다는데, 의원들 겁이 나겠지. 그리고 또 하나 문제는 “조중동 종편 1차 규제법”이자 “방송 공공성 응급처치법”인 미디어렙 법안 무산을 주장하는 이들이 또 있다는 거야. 바로 민언련과 언소주라는 단체지. 이 단체들은 “이렇게 문제가 많은 누더기 법안을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어. 참 책상머리에서 할 수 있는 편한 소리지. 그들에게 묻고 싶어. “이번 회기에 통과 안 돼서 벌어질 장기간의, 아니 아예 돌이킬 수 없을 지상파와 종편의 직접 영업 무법천지는 어쩔 건데? 그리고 종편에게 영구적인 직접 영업 백지 위임장을 주는 게 나을까 아니면 아쉬운대로 ‘2년 유예’로 종편 규제 합의를 얻어내고 2차 개정 투쟁을 하는 게 나을까?” 이런 물음에 그들은 제대로 대답을 못하고 있어. 계속 무책임한 원칙만을 주장하면서, 결과적으로 미디어렙 무산과 완전 무법 상태를 꿈꾸는 지상파 3사와 조중동 종편에 유리한 국면을 계속해서 조성해주고 있지. 이것이 언론운동 진영 내부의 분열로 비쳐지면서, 야당이 아닌 여당에게 도리어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낳고 있어. 정말 안타까운 일이야.

▲ 딸 : 와. 정말 첩첩산중이네. 정말 이러다가 이번에 미디어렙 법안 그나마 완전 무산되는 거 아냐?

△ 아빠 : 그래. 지금 바로 그런 위기에 처해있어. 자본 권력이 언론을 장악하도록 추진해 온 MB 정권의 지난 4년간 언론정책이 이제 비로소 마지막 정점을 찍게 되는 그 시점에 우리가 서 있어. “조중동 종편 1차 규제법”이자 “방송 공공성 응급처치법”인 미디어렙 법안을 지금 일단 빨리 통과시킨 뒤에, 우리가 모두 힘을 모아 2차 개정 투쟁에 들어가야 해. 이 때에 2차 투쟁은 단순한 2차 '규제'가 아니라 완전한 종편의 '철폐'가 목표가 되어야겠지. 더는 소모적인 논란에 시간을 뺏길 이유가 없단다. 개념 딸~ 알겠지?

▲ 딸 : 오케. 아빠랑 얘기 나눈 거 정리해서 애들한테 돌릴 테니깐, 아빠도 오늘 내일 바짝 트윗질!!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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