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81844&PAGE_CD=N0120

새해 벽두부터 물가 걱정한 MB, 혹시 이것 때문인가
[2012 전망기획 ③] 정부의 3% 경제성장률 전망 뜯어보기
12.01.10 17:53 ㅣ최종 업데이트 12.01.10 17:53  정태인 (sesayon)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원장 정태인)은 새해를 맞아 2012년 한국사회를 전망하는 글을 기획했다. 앞으로 10회에 걸쳐 경제분야에서는 세계경제, 그리고 가계부채와 일자리 문제를 중심으로 한 한국경제를 전망하며, 사회 분야에서는 복지 확충을 중심으로 보건의료와 보육 문제를 살펴보고 증세 방안을 검토한다. - 기자말
 
한국정부가 자못 진지해졌다. 예년 같으면 한국은행의 경제성장률 전망에 0.5% 정도를 더 얹어서 정책의지를 만천하에 알렸던 기획재정부가 이번엔 한국은행과 거의 같은 수치를 내놓았다. 이제는 사태의 심각함을 인식한 것일까? 하지만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 엉뚱하게도 물가를 문제 삼는 우리의 '경제대통령'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성장률 전망, 어쨌든 결과만 맞춰라
 
▲ [표1] 각 기관들이 전망한 2012년 한국경제 성장률과 세부항목별 증감률 ( )안 은 2011년 전망, 굴은 수치는 각 항목의 최대와 최소 예측치(단, 수출입 통계는 측정방식의 차이로 단순비교 어려움) ⓒ 새사연
 
우선 [표1]을 통해 각 기관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들여다 보자. 마치 서로 비슷하게 맞추기로 약속한 듯하다(이런 전망에서는 튀지 않는 게 낫다. 혼자 틀리면 망하지만 같이 틀리면 중간은 가니까 말이다). 올해 우리 경제는 약 3.6% 내외의 성장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성장률이 3.8% 정도니까 올해도 그럭저럭 지난해 정도라는 얘기다. 그러나 성장률을 구성하는 내부 요소를 들여다보면 사뭇 다른 수치들도 발견된다. 즉, 저마다 성장률의 근거는 다르게 잡았으나 결론은 비슷하게 나왔다는 얘기다.
 
먼저 세계 경제성장률은 거의 모든 기관이 3.5% 내외로 전망했다. 지난 2011년 9월과 11월에 발표된 IMF와 OECD의 수치를 수용한 것일 테니 비슷한 수치를 보이는 것이 당연할 수 있다. 환율은 세계경제의 움직임, 특히 유럽사태의 향방에 따라 요동을 칠 텐데 이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으니 대체로 1050원(삼성경제연구소, 이하 삼성)부터 1110원(국회예산정책처, 이하 예정처)까지로 잡았다. 유가는 100달러 전후를 상정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내 경제에서는 많은 부분이 다르다. GDP의 50%가량을 차지하는 민간소비 증가율은 2.5%(삼성)에서 3.2%(한국은행, 이하 한은)로 상당한 차이가 난다. 예정처와 삼성은 민간소비가 작년과 유사하거나 조금 낮은 증가율을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정부와 한은은 0.6%p 정도 높아진 증가율을 예측했다. 이는 GDP 0.3%p의 차이에 해당된다.
 
설비투자 증가율 역시 많은 차이가 나는데 이번엔 두 재벌 연구소가 4.5%(삼성)와 2.3%(LG경제연구소, 이하 LG)로 가장 많이 차이가 난다. 한은은 정부보다 0.9%p 정도 낙관적인 증가율을 내놓았다. 설비투자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10%이므로 1%p의 예측 차이는 GDP 0.1%의 차이를 낳는다.
 
건설 역시 종잡을 수 없을 만큼 차이가 난다. 예정처는 -0.6%인 반면 정부와 한은은 3% 약간 못 미치고 LG는 3.4%이다. 최소와 최대가 4%p나 차이가 나는데 이건 GDP로 환산하면 약 0.6%에 해당한다.
 
수출 증가율은 삼성과 한은이 6.9%p로 더 큰 차이가 나는데 국제수지통계 처리의 변화(한은은 국제수지매뉴얼 1단계 이행에 따라 선박수출 계상방식을 변경했다)가 있었기 때문에 단순비교하기는 어렵다. 대외부문은 경상수지 수치로 GDP에 반영되는데 경상수지가 125억 달러(삼성)에서 160억 달러(정부)까지 차이가 난다. 45억 달러면 약 0.45%p 이상의 차이가 나는데 환율을 어떻게 예상했느냐에 따라 또 달라질 수 있다.
 
도대체 어느 통계가 진실에 가까울까? 언론에서는 최종 결과인 경제성장률만을 놓고 어느 기관이 가장 정확하게 맞췄는지 따지지만 그건 소일거리에 불과하다. 정작 세부 전망은 여러 곳에서 틀렸음에도 최종 결과만 일치했을 가능성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하나 하나 짚어보기로 하자.
 
세계경제 성장률 3.5% 내외는 합리적인 전망일까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좌우할 큰 변수는 유럽 사태가 어떻게 수습되느냐다. 그런데 모든 기관은 "위기 전염 시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EU-ECB 등 유럽 정책당국과 IMF 등의 지원이 가시화될 경우 하반기 이후 불확실성이 완화될 것"(기획재정부)이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독일이 이런 희망대로 움직일지 여부다. 지난 역사를 살펴보면 위기 상황에서의 국제협력은 의외로 잘 일어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위기가 전염될 것이 확실해 보일 때는 이미 위기가 시작된 후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예상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또한 향후 세계 경제에 대해서 경제학자 스티글리츠, 크루그먼, 루비니 등은 모두 비관적이며, 아이켄그린은 올해는 "그럭저럭"(muddling through) 헤쳐 나갈 것이지만 2013년이 더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중국 쪽 학자들은 중국 등 브릭스와 개발도상국의 제조업 성장에 힘입어서 세계경제가 위기에 빠져들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상을 종합해 보면 현재 나온 예측 중에는 UN 경제사회국(DESA)의 전망이 가장 합리적인 것으로 보인다. EU와 미국에 특별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본 시나리오의 경우 성장률 2.6%, 낙관적인 경우 3.9%, 그리고 비관적인 경우 0.5%의 예측이 그것이다. 지난 12월 21일 UN은 월간 브리핑에서 2.6%의 예측도 비교적 낙관적인 가정 하에서 나온 것이라며 이제 "세계경제는 또 하나의 대규모 경기하강의 벼랑 끝에 불안하게 서 있다"고 묘사했다.
 
 
▲ [그림1] 세계경제와 한국경제의 주요 지표 자료 : 한국은행, OECD ⓒ 새사연
 
[그림1]은 2003년 이래로 세계 경제성장률과 한국 경제성장률이 거의 동일한 수치를 나타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2.6%라면 우리 성장률도 이와 비슷한 2%대 중반일 것이라고 전망할 수 있다.
 
미국의 원화 절상 압력, 현실이 될 수도 있다
 
환율 예측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우리 경제는 자본시장이 완전히 자유화된 데다 상대적으로 금융시장의 규모는 작고 깊이는 얕아서 환율이 급등락하기 때문이다. 낙관적인 시나리오라면 원화는 절상될 것이고(환율은 하락한다) 비관적인 시나리오라면 급격하게 절하될 수도 있다(환율은 상승한다). 기본 시나리오라면 아무래도 경상수지 흑자 때문에 절상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문제는 미국이다. 지난해 환율법을 통과시켜 환율조작국가에는 무역 보복을 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경제학의 이치를 벗어난 적나라한 보호무역조치지만 한미FTA까지 발효된 상태라면, 그 압력을 아무런 보호 장구도 없이 맨살로 받아내야 한다. 불행하게도 한국의 원화는 금융위기 이래 가장 절상이 덜 된 통화이다. 미국이 원화 절상 압력을 가하리라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이 상황은 수출에 악영향을 미친다.
 
중산층 이상도 부동산 안 오르면, 소비 줄일 것
 
사실 민간소비 항목은 연구기관보다 보통 사람의 생각이 더 정확하다. 과연 내가 작년보다 소비를 늘릴 생각이 있는지 스스로 물어보면 된다. 모든 기관은 암묵적으로 현재의 가계부채나 부동산 거품이 터지지 않고 그럭저럭 지나간다고 가정하고 있다. 
 
하지만 가계부채가 무난히 해결한다는 것은 특히 중산층 이하가 소비를 감소시켜 부채를 줄여나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가 가계대출을 억제한다면 소비 감소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중산층 이상도 과거와 같이 부동산가격이나 주가가 오르지 않는다면 소비를 늘리기보다는 줄이는 쪽을 택할 것이다.
 
따라서 소비 증가율의 감소를 전망한 예정처가 가장 현실에 가까울 것이다. 넉넉하게 잡아서 작년과 비슷한 정도만 소비가 늘어난다고 가정하면 경제성장률은 현재 정부 전망치보다 0.3%p 낮아질 것이다.
 
시점에 따라 낮아지고 있는 설비투자, 이유는...
 
설비투자 전망의 경우 각 기관의 발표시점에 따라 점점 낮아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수출증가율과 제조업 평균 가동이 하락하고 있으며 기업의 수익성 저하가 확연하고 설비투자 전망 BSI도 100이하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선행지표인 설비투자 압력지표도 약화되고 있다. 
 
우리나라 설비투자에서 IT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30%인데, IT를 비롯해 대규모 설비투자 부문의 기업수익률은 악화되었다. 때문에 삼성의 낙관적 투자 전망은 실로 의아하다. "하반기 세계경기 불확실성 완화와 원화의 평가절상에 따른 자본재 수입에 대한 부담 완화"가 그 이유인데 별로 설득력이 없다. 한은 역시 수출 증가율을 가장 낮게 예측하면서 설비투자는 4.2%나 증가한다고 전망한 점에서 이해하기 힘들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고가의 내구소비재인 자동차는 선진국 경기침체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재정적자에 허덕이는 선진국들이 2009년이나 2010년과 같이 자동차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해 세금을 깎아 주거나 보조금을 줄 리 없다. 도요타 리콜 사태와 일본대지진과 같은 특수도 더 이상 없을 것이다. KIET(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자동차 내수는 "소비심리 위축과 신차효과 약화로 0.3% 증가"에 멈출 것이고  수출은 10% 정도 증가해서 작년의 24.6%에 비해서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것이다.
 
그렇다면 설마 정부의 주장대로 한-EU FTA와 한미FTA가 이런 모든 현실을 극복하고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하는 발판이 될까? 그리하여 작년에 버금가는 투자가 일어날 것이라는 정부의 참으로 장한 희망에 대해서는 독자들이 판단할 일이다. 합리적으로 판단한다면 설비투자 쪽에서도 0.1%p가량의 성장률 축소가 예상된다.
 
건설투자가 한국경제를 이끌어 갈 거라고?
 
▲ 이명박 대통령 ⓒ 청와대
 
역시 건설 경기야말로 정책으로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고 생각한 걸까? 예정처를 제외하곤 민관이 모두 건설투자 증가율이 지난해의 마이너스 성장을 넘어서 3%가량의 높은 증가율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집권 4년 내내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모든 규제를 풀어버린 이 정부의 과거를 생각해 보면 가능할 것도 같다. 실제로 주택 인허가, 주택 허가면적 등 선행지표와 주택건설 수주 등을 보면 건설 경기가 바닥을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행복도시, 혁신도시 등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의한 청사건립, 평창 올림픽 기반시설 등이 있으니 정부가 직접 나서서 기름을 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현재의 부동산 가격 움직임과 가계부채 부담 속에서 과연 사람들이 집을 사려고 할까? 건설업 BSI가 70.3에 머무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더구나 만일 세계경제가 장기침체에 빠진다면 수요도 없이 공급만 늘리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정부의 의지대로 건설투자가 늘어난다고 해도 이는 차기정부의 불행이 될 수 있다.
 
어느 쪽에서나 폭탄 터지면, 성장률은 마이너스
 
모든 기관의 전망치에서 공통점은 수출 증가율이 작년의 반에도 이르지 못하리라는 사실이다. 삼성은 세계경제 성장둔화와 경쟁 격화, 원화 강세, 수출단가 상승률 하락이라는 일반적 이유와 작년의 특수 요인(일본 대지진 등)이 사라진 데서 그 원인을 찾는다. 한미FTA로 대미 수출이 3%p 증가할 것이라는 정부의 놀라운 집착을 빼면 어느 정도 달성 가능한 수치들로 보인다.
 
그러나 모든 기관이 가정한대로 EU 사태가 그럭저럭 수습되고 미국경제가 더블 딥에 빠지지 않는다면 원화는 절상될 것이다. 또한 이런 상황에서도 세계경제 성장률이 UN의 예측대로 2.6%에 머무른다면 앞의 [그림1]에서 보듯이 우리 수출 증가율은 훨씬 더 줄어들 것이다. 이미 수출 감소만으로도 약 2%p가량의 GDP 증가율 감소가 예상된다. 물론 수출이 줄어들면 설비투자도 감소하고 수입도 따라서 축소되기 때문에 대외부문 전체로 따지면 그리 많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이상을 종합하면 '비교적 낙관적 가정'하에서도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은 2% 중반쯤에 머물 것으로 예측된다. EU나 미국, 그리고 우리 내부 어느 쪽에서나 폭탄이 터지는 일이 발생하면 성장률은 마이너스로 곤두박질 칠 수도 있다.
 
하지만 양대 선거가 있는 금년이기에 정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성장률을 끌어 올리려 할 것이다. 토목건설은 또 한 번 동원될 것이다. 또한 환율 때문에라도 금융은 완화기조로 갈 것이다. 혹시 새해 벽두에 대통령이 뜬금없는 물가 걱정을 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일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새사연)에도 실렸습니다. 정태인 기자는 새사연 원장입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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