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514198.html

한-미 FTA 이끈 통상관료 또 삼성 품으로
[한겨레] 정은주 기자  등록 : 20120110 20:45 | 수정 : 20120110 22:31
   
김현종 이어 김원경 참사관 사의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홍라희 여사와 함께 10일 오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세계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 참석하기 위해 김포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기업들, 국제분쟁 대비 협정 해석능력 탁월한 외교관 영입하기 시작
통상관료의 기업행 늘땐 기업위해 국가정보 활용 국제 협상 영향줄까 우려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에 이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때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외교관이 ‘삼성맨’으로 변신한다. 외교통상부는 10일 “김원경(45) 주미 한국대사관 경제참사관이 2월 정기인사를 앞두고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미주법인 상무로 이직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직을) 협의중이지만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외교부 출신 미국변호사 1호인 김 참사관은 외시 24회 출신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 기획단 총괄팀장을 맡아 협상을 이끌었고, 2009년부터는 주미 대사관에서 자동차 분야 재협상 등 통상현안을 맡아왔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전체 매출 가운데 해외매출이 85%에 달해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통상 전문가가 앞으로 더 많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2009년 3월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주도한 김현종(53) 전 본부장이 삼성전자 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해외법무팀을 새로 꾸렸다. 당시 삼성전자는 “경제위기가 장기화되면서 각국 정부가 무역규제 조처를 남발하는 등 보호무역주의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며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대응체계가 필요해 해외법무팀을 구성한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삼성전자의 해외특허, 반덤핑 등 해외법무와 통상분쟁을 총괄하다가 지난해 말 퇴직했다.

대기업의 통상관료 영입은 국제 법률분쟁이 증가하고 있는 것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통상관료는 ‘대한민국 대표선수’로서 외부로 공개되지 않는 협상 과정을 경험했기에 통상협정을 해석하는 능력이 탁월하고 그만큼 국제분쟁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경우 양국 통상관료로 구성되는 공동위원회가 협정 규정, 부속서 등 모든 법률에 대한 해석 권한을 갖고 있고, 국제중재기구가 그 해석에 어긋나는 판정을 내릴 수 없도록 돼 있어 ‘통상관료의 힘’이 더욱 막강해지고 있다.

대기업 관계자는 “자유무역협정으로 해외매출이 크게 늘어나는 기업이라면 통상관료의 영입을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며 “삼성전자가 스타트를 끓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2000년 초반에 판검사 출신의 ‘전관 법조인’을 삼성전자가 영입하자 다른 대기업들이 뒤따랐듯이 통상관료의 몸값도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외교부 내부에서는 이미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경제통상에 대한 젊은 외교관들의 관심이 부쩍 많아지고 인사 때 지원자도 늘어난 것이다. 한 30대 외교관은 “정형화된 업무가 많은 정무직과 달리, 경제통상 분야는 현장에서 발로 뛰며 우리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기회가 된다면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통상관료의 ‘기업행’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통상협상에 참여해 획득한 국가의 ‘비공개 정보’를 기업의 이익을 위해 활용하는데다 법원이나 검찰의 ‘전관예우’처럼 통상협상에서 대기업에 유리한 결과를 이끌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통상법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면 대기업, 중소기업, 소상공인, 농어민 등의 이해관계가 엇갈릴 수밖에 없는데 협상 체결을 주도했던 외교관들이 몸값을 높여 대기업으로 잇따라 자리를 옮기면 통상협상 결과를 국민이 신뢰하기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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