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9705

서울시장 ‘부정선거’ 몸통, 그는 지금도 떨고 있다
[기자칼럼] ‘민심 도둑질’ 선거방해 사건…또 다른 악재로 덮을 수 있을까
류정민 기자 | dongack@mediatoday.co.kr  입력 : 2012-01-11  14:42:55   노출 : 2012.01.11  15:09:36
“만약 배후가 있다면 그걸 밝히는 건 신의 영역일 것이다.”

한겨레는 1월 7일자 1면 <검찰 “디도스 배후 밝히는 건 신의 영역”>이라는 기사에서 검찰 관계자 얘기를 이렇게 전했다. 2011년 10월 26일 발생한 서울시장 보궐선거 방해 사건은 그렇게 ‘신의 판단’에 맡기고 가슴에 묻어둬야 하는 것일까.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서울시장 ‘부정선거’ 사건은 대한민국의 근본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중대 범죄이다. 적당히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의혹의 실체는 상상을 초월하는 내용이다. ‘부정선거’, 그 사건의 파장은 가늠이나 할 수 있을까.

차분하게, 냉정하게 ‘범죄의 재구성’을 시도해보자. 이명박 정부 운명의 분수령인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있었다. 1998년 지방선거 이후 한나라당은 단 한 번도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한 일이 없다.

 
ⓒCBS노컷뉴스

이명박 대통령의 안방 중 안방인 서울시장 선거 패배는 한나라당에 정권 재창출 실패를, 야권에 정권 탈환의 성공을 가능케 하는 시그널이다. 한나라당이 대선에서 패할 수도 있다는 게 선거를 통해 증명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야권 지지층을 짓누르던 ‘패배의식’을 해소할 수 있는 계기이다.

여권은 총력을 기울였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당시 ‘나경원 후보 돕기’에 뛰어들었다. 언론의 측면 지원도 계속됐다. 일부 언론은 ‘튀는 여론조사’를 발표하면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가 서울시장에서 우세한 것처럼 흐름을 몰아갔다.

10월 26일 본 선거를 앞두고 군인 등을 대상으로 한 부재자 투표가 진행됐다.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는 서울 25개 전 지역에서 범야권 단일후보인 박원순 후보를 앞섰다는 결과가 나왔다. 당시 군에 입대한 20대 초반의 남성들은 특별히 ‘한나라당 지지자’로 구성됐는지는 모르지만 25개 전 지역 나경원 후보 승리는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당시 결과가 특이하다는 점은 10월 27일자 1면 조선일보 기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1면 머리기사 제목은 <20~40대, 박원순 압도적 지지>라는 제목이다. 조선일보는 ‘연령별 서울시장 선거 득표율’이라는 표와 함께 20대에서 박원순 69.3%, 나경원 30.1%라는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를 전했다. 부재자 투표 결과를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대목이다.

문제의 10월 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일, 20~40대 직장인들의 출근 시간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소 안내 사이트가 ‘먹통’이 됐다. 스마트폰 등을 통해 자신의 투표소를 확인하고 투표 이후 출근을 하고자 했던 직장인 가운데 발만 동동 구르다가 투표를 못한 채 직장에 나가야 했던 이들도 적지 않다.

의혹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범야권 단일후보 박원순 후보 인터넷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정말 그뿐일까. 공격의 주체는 누구이고 배경은 무엇일까.

경찰은 어설픈 수사를 통해 윗선은 없다고 수사결과를 발표했는데 검찰은 윗선은 있다고 ‘언론플레이’를 하더니 결국 수사 결과로 내놓은 것은 비서 2명의 공모이며 배후는 없다는 발표였다.

1월 6일 발표가 있었고 신문 열독률이 가장 떨어지는 1월 7일자(토요일)에 관련 내용이 보도됐다. 검찰 발표를 다시 살펴보자. 비서 2명은 누구인가. 박희태 국회의장 비서와 한나라당 홍보기획본부장 수행 비서였다. 그들이 사건 이후 사퇴했다고 그들의 사건 당시 직책을 감출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박희태 국회의장 비서는 범행을 실행했던 강아무개씨와 1억 원의 금전 거래를 한 것으로 나타났고, 검찰은 1000만 원을 범행 대가로 결론 내렸다. 경찰은 한나라당 홍보기획본부장 수행비서 공아무개씨의 단독범행이라고 했지만, 검찰 발표는 한 발 진전된 내용인 셈이다.

그러나 검찰은 박희태 국회의장 비서와 한나라당 홍보기획본부장 수행비서가 윗선의 지시나 개입 없이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를 돕겠다는 자신들의 판단에 따라 범행을 저질렀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래 놓고 배후를 밝히는 것은 ‘신의 영역’이라는 황당무계한 주장을 하고 있다.

검찰의 발표를 정말 믿으라는 말인가. 국민의 머리를 ‘붕어’ 수준으로 알고 있는 것인가. 여권 핵심 인사의 주변에 있는 어느 젊은 청년이 나경원 후보를 돕기 위한 마음에 거액의 돈을 들여서 나라를 뒤흔들 범죄를 저질렀다는 검찰 발표, 그것을 믿고 그냥 정리하라는 말인가.

한겨레 1월 7일자 1면.

이번 사건을 언론은 ‘디도스 공격’ 사건이라 명명하지만, 더욱 정확한 표현은 서울시장 선거방해, 즉 ‘부정선거’ 사건이다. 그들의 범죄는 분명히 서울시장 선거에 영향을 줬고, 시민들은 투표를 방해받았다. 그들의 행위는 서울시장 선거의 승자를 바꾸는데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민심을 뒤바꾸겠다는 중대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정말 디도스 공격뿐일까. 그것 역시 짚고 넘어갈 대목이다. 의혹의 초점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도 쏠려 있다. 부재자 투표를 둘러싼 의혹, 선관위 홈페이지 먹통과 관련해 내부 협력 의혹 등이 여전히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로 드러난다면 감당하기 어려운 후폭풍에 직면할 수 있는 사안이다. 중앙선관위가 그만큼 불신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엄청난 ‘범죄사건’의 의문은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참으로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나라당발 ‘돈봉투’ 사건에 언론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관련 뉴스는 쏟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서울시장 ‘부정선거’ 사건이 묻히고 있다. 악재가 또 다른 악재를 덮고 있는 셈이다. 

그것으로 서울시장 부정선거 사건을 정리할 수 있을까. 잠시 국민의 눈을 흐릴지 모르나 영원히 감출 수는 없다.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 국가를 흔든 중대 범죄를 '해프닝' 정도로 정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서울시장 ‘부정선거’의 진짜 몸통, 그는 지금도 떨고 있다.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