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42775.html?_fr=mt1


모든 연령·지역서 ‘북한 신뢰도’ 급상승…TK도 35%p 올라

등록 :2018-05-01 05:01 수정 :2018-05-01 09:11


리얼미터·한국사회여론연 조사

20대 9.8→58.7%, 30대 11.6→70.3%, 60대 이상서도 17.2→58.8%로 ‘껑충’

수도권도 “북 믿을 만해” 64~71%로

판문점 선언에 90.7% 찬성, 국회 비준에도 78.4%가 공감, “평창올림픽부터 신뢰 쌓인 덕”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도보다리 위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판문점/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도보다리 위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판문점/공동취재단


우리 국민 10명 중 9명은 남북 평화협정 체결을 환영하고,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신뢰하는 국민이 그렇지 않다는 이들의 두배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72시간 동안 벌어진 일이지만, 평양냉면 한철 특수나 철도주 반짝 상승 정도로 끝날 일이 아닌 듯하다. 개인에 따라 수십년씩 굳어 있던 대북 인식이 바뀌고, 한때 이념 지형의 지표였던 세대와 지역마저 뛰어넘었다는 점에서 ‘지각변동’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는 지난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전 정상회담을 마친 직후 전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긴급 여론조사를 했다. ‘북한의 비핵화·평화정착 의지를 어떻게 보느냐’고 물었다. ‘판문점 선언’이 나오기 전이었다. 그런데도 리얼미터가 30일 공개한 반나절 여론의 변화는 한반도에 봄이 오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북한의 의지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64.7%로, ‘믿지 않는다’(28.3%)에 견줘 두배 이상 높았다.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이 ‘이번에는 북한을 믿을 만하다’고 본 것이다.


이날 조사에서 ‘기존에 북한을 신뢰하지 않았다’고 답한 이들은 78.3%, 신뢰층은 14.7%였다. 이 구도가 정상회담 반나절 만에 신뢰 64.7%, 불신 28.3%로 뒤집힌 것이다. 불신층(78.3%)만 떼어놓고 보면, 무려 66.5%가 ‘불신’에서 ‘신뢰’로 월경한 셈이다.


햇볕정책 이후 20년간 북한 이슈는 대표적 ‘남남 갈등’ 소재였다. 한반도 위기 상황의 주기가 짧아질 때마다 남쪽은 제재와 압박, 대화와 협상이라는 양자택일 앞에서 보수와 진보로 갈렸다.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 등 대형 정치 이벤트가 이런 갈등을 키우는 촉매가 됐다. 앞으로 북-미 정상회담 등 변수가 많긴 하지만, 당분간 이런 남남 갈등은 재연되기 어려워 보인다. 리얼미터 조사를 보면, 모든 연령층에서 북한에 대한 신뢰도가 급상승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30대(11.6%→70.3%), 40대(12.5%→66%), 50대(20.8%→71.1%)에서 50%포인트 이상 올랐고, 20대(9.8%→58.7%)와 60대 이상(17.2%→58.8%)에서도 40%포인트 이상의 변화가 나타났다.


지역별로 보더라도 변화는 서울(13.3%→64.8%)과 경기·인천(15.9%→71.1%) 등 수도권 지역에만 머물지 않았다. 보수층의 텃밭인 대구·경북(10.4%→45.3%)의 인식 변화는 상전벽해에 가깝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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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미터 조사보다 표본이 큰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남북정상회담 관련 여론조사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전국 성인 1018명을 대상으로 지난 28~2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는 응답은 78.9%에 달했다. ‘의지가 없다’는 응답은 19.3%에 그쳤다.


이는 북한 자체에 대한 인식 변화와 함께 ‘한반도 운전자’론을 내세운 우리 정부의 협상력과 진정성에 대한 믿음이 두루 섞인 결과로 보인다. 남북정상회담 성과를 묻는 질문에 85.9%는 ‘성과가 있다’고 답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판문점 선언을 통해 밝힌 ‘올해 안 종전선언,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 방침에 대해서는 무려 90.7%가 찬성 의견을 표시했다.


이런 여론의 변화는 사실상 자유한국당 홀로 반대하는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을 압박하는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비준 찬성 의견은 78.4%에 달했지만 비준 반대는 13%에 그쳤다.


과거 북한이 보여줬던 여러 차례 ‘약속 파기’ 경험이 반영된 탓인지, 앞으로의 남북관계 변화에 대해서는 비교적 신중한 판단이 엿보이기도 했다. 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를 묻는 질문에는 ‘근본적으로 바뀔 것’(59.6%), ‘근본적으로 바뀌지는 않을 것’(34.8%), ‘전혀 변하지 않을 것’(4%)이라며 다른 질문에 견줘 변화에 대한 긍정 비율이 낮았다.


우리 국민의 대북 인식 변화를 이미지에 쏠린 즉흥적 변화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평창겨울올림픽을 전후해 남북한이 쌓아온 신뢰의 무게가 반영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3월 중순 한국갤럽이 실시한 ‘북한 태도 변화 여부’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3%가 ‘변했다’고 답했는데, 이는 지난 1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직후 갤럽의 같은 조사 결과보다 두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였다.


이번 여론조사는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포인트, 응답률 5%(이상 리얼미터),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응답률 12.2%(이상 KSOI)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조하면 된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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