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v.media.daum.net/v/20180526050614081


외신들 "트럼프다운 협상전략.. 한국엔 언질 줬어야"

조효석 기자 입력 2018.05.26. 05:06 


"부동산 거래시장과 국제외교무대는 달라" 비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금융규제 완화 법안 서명식 행사에서 북·미 정상회담 취소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바른 일을 선택하고 건설적 대화에 나설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금융규제 완화 법안 서명식 행사에서 북·미 정상회담 취소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바른 일을 선택하고 건설적 대화에 나설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북·미 정상회담을 돌연 취소하자 외신들은 ‘역시 트럼프답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협상에서 유리한 조건을 얻어내지 못할 것처럼 보이자 일단 판을 뒤엎어버렸다는 해석이 다수다.


외교·정치전문 매체와 전문가들은 정상회담 취소가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협상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취소를 ‘블러핑(공갈·엄포)’으로 활용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회담 성사에 매달리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봤다.


미 의회전문 매체 더 힐 역시 “이번 조치는 협상전술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 측근은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북한의 푸대접을 참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1987년 저서 ‘거래의 기술’에서 “협상테이블을 박차고 나갈 줄 알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차관보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보상 없이는 핵무기를 포기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현실을 뒤늦게 깨닫게 되면서 정상회담을 퇴짜 놓을 필요가 생겼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 공화당 짐 인호페 상원의원은 “회담 취소는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대화 전략”이라며 “북한은 고립돼 있는 한 협상테이블로 돌아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절실히 원하기에 때와 장소만 맞는다면 협상에 뛰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FP도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다시 평양에 보내 대화를 진행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벼랑 끝 전술이 성과를 거둘지에 대해선 부정적 의견이 많았다. 미 주간지 애틀랜틱은 김 위원장에게 보낸 트럼프의 공개서한을 “아주 트럼프다운(Trumpian) 편지”라면서 “국제외교 무대는 부동산 거래시장과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폴리티코는 “그 어떤 북한 비핵화 계획일지라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게 현실”이라면서 애초 트럼프 대통령의 초단기 일괄타결식 비핵화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일 비핵화가 성공한다고 해도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만큼의 즉각적인 방식으로 이뤄지기보다는 수년에 걸쳐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식 접근 방식이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관계에서 미국의 위상을 약화시켰다”면서 “회담이 취소된 뒤 미국을 믿을 수 없다는 북한의 태도에 향후 한국 정부가 동조할 경우 한국이 중국과 입장을 같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내심 웃고 있을 것이란 해석도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일한 션 킹 파크전략연구소 대표는 “아베 총리와 볼턴이 오늘의 승자”라고 말했다. 대북 강경책을 주문했던 볼턴 보좌관은 이번 조치로 자신의 영향력을 확인했으며 아베 총리 역시 북·미 대화 과정에서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기 때문에 회담 취소가 이득이란 설명이다.


반면 회담을 주선한 한국으로서는 맥 빠지는 결과라는 평가가 많다. 이안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 또는 누군가가 회담 취소 발표 전에 한국에 언질을 줬어야 했다”면서 미국 측의 외교적 결례를 지적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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